그저께 아침에 작은딸 사진을 찍어줬더니 큰딸이 왜 자긴 안 찍어주냐고 샘을 낸다. 그자리에서는 "네가 아침 일찍 엄마랑 어린이집에 가서 못 찍어줬지" 라고 말했지만 사실이 그렇다. 요즘 큰딸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했나 보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두 딸을 공평하게(?) 찍어주려고 카메라를 들었는데, 막상 찍고 보니 큰딸 사진이 영 맘에 안 든다. 잠에서 깬 바로 다음이라 얼굴이 부어서 그런가. 머리도 부스스하고… 다음엔 옷도 제대로 입힌 다음에 찍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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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눅눅해진 이불을 말리려고 거실에 펼쳐놓았더니 그 위에 드러눕는다. 아침부터 해가 나서 이불 널기에는 딱 좋은데, 또 그만큼 더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빠는 벌써 이마에 땀이 맺히는데 딸은 뭐가 좋은지 이불 위에서 뒹굴뒹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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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핀 꽂고 어린이집에 가는 길에서도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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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침에 창으로 햇살이 비칠 때부터 이미 날이 더워진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내가 싫어하는 여름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싫어도 안 살 수는 없는 법.

어제 아내랑 맥주 한 잔 할 때부터 점심에 냉면 먹으러 갈 생각을 했었다. 두 딸을 외가에 맡길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이미 애들 작은 이모가 조카를 맡기고 경조사에 갔단다. 우리 딸들까지 맡기기엔 요즘 외할머니 건강 상태가 별로 안 좋으시다. 이러저래해서 김이 팍 샜다 싶다가 그래도 날이 이렇게 더워 오는데, 그리고 한 번 냉면 먹자고 맘 먹었는데 이렇게 물러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집 근처에 어디 냉면집이 없나 찾아봤더니 멀지 않은 곳에 주차하기 좋은 곳이 있었다.

맛은 신촌보다 좀 떨어진다 싶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뭔가 하고 싶을 때 하고 넘어가야 나중에 한이 되지 않는다. 밥만 먹고 바로 집에 들어가기가 심심해서 온가족이 동네 한 바퀴. 몇 년을 이 동네에 살면서 집 뒤로 나 있는 골목으로는 거의 가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그쪽을 둘러보니 불과 골목 하나 차이밖에 안 나는데 이렇게 동네가 조용할 수가 있나. 나쁘게 말하면 적막강산이고, 좋게 말하면 살기 좋은(?) 동네랄까. 우리 딸들 큰 목소리가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

큰딸과는 주말마다 손잡고 집밖으로 나오는 편인데 이렇게 네 식구 모두 바람 쐬러 나가기는 쉽지 않다. 작은딸이 언제 어떻게 엄마 아빠를 당황하게 만들지 모를 일이므로 애들 엄마는 어지간하면 외출을 자제하는 편. 물론 어느 정도는 그냥 집에서 쉬고 싶은 까닭이다. 아무튼 이렇게 모두 출동하니 좋다. 다음 주에도 날씨 좋으면 놀러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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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눈 뜨면 옆에 엄마가 있을 줄 알았던 딸은 아빠밖에 없자 아침부터 한바탕 울어 주셨다. EBS의 Lazy Town을 보느라 울음을 그친 후에도 아빠더러 어디 가지 말고 옆에 딱 붙어 있으란다.

한 이틀 정도 쨍한 날씨를 안 보여 주더니 오늘은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그래도 일어나자마자 숨막히는 공기가 몰려오는 건 아니라 견딜 만하다. 물론 좀 있으면 다시 더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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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앉아 수박을 먹다가 작은 딸이 옷을 다 버린 김에 두 딸 모두 대야에 물 받아서 풍덩 뛰어들었다. 비록 좁지만 잠시나마 더위를 잊기엔 이만한 게 없다.

그나저나 사진 몇 장 찍어놓고 보니 이제 큰 딸은 뭐라도 하나 걸치지 않으면 수위 조절이 쉽지 않을 듯. 다음에 또 이렇게 놀 때엔 수영복을 입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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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자마자 체육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8시 반, 해는 이미 떨어졌지만 아직도 하늘은 파란빛이 감돌고 있다. 불광천까지 걸어서 10분, 도중에 동네 야경도 담아가며 걸었다. 불광천에 도착하니 역시 여름밤은 여름밤이다. 더위를 식히러 나와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심지어는 다리 밑에 모여 음악 틀어놓고 춤추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하는 운동이라 정말로 무리하지 않으려는 마음에, 뛰지도 않고 오로지 걷기만 했건만 30분이 지나자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저울에 올라가 확인해 보면 몸무게가 많이 불어났음에 틀림없다. 하긴 뭐 허리띠가 이미 말해주지 않았나.

돌아오는 길은 다리가 풀려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 길 옆에 앉아서 쉬기를 반복하여 한 시간 반만에 겨우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부턴 이렇게 나오지 않더라도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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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구름은 장마의 끝자락인가, 아니면 소나기구름인가. 이렇게 평소와 다른 종류의 두통은 더위 먹었다는 얘기인데...

어쨌거나 어제부터 계속되는 두통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말해준다. 이렇게 뒷목이 뻐근하면서 동시에 눈두덩이가 쑤시듯이 아파온다는 건 더위 먹었다는 얘기.

그리하여 작은 딸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때를 맞춰서, 약국에 들러 두통약을 사고 어린이집을 찍고 집으로 돌아오면 되겠다 싶어 집을 나섰다. 하늘을 보니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기세. 숨쉴 때마다 허파로 들어오는 공기도 물기를 흠뻑 머금었다.

날이 더우니 확실히 동네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한 박자씩 느리게 가는 것 같다. 가게 앞에 늘어 놓은 과일도 덩달이 지쳐 보인다. 하긴 뭐 원래가 낡은 동네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길에 붙어 있는 낡은 벽보를 보니, 대체 언제적에 붙여놓은 건지 도통 짐작을 할 수 없다. 설마 홍경민이 군대 가기 전부터 붙어 있던 거였나...

약값도 그사이 올랐나 보다. 전보다 200원을 더 받는다. 약을 사서 어린이집으로 바로 가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작은 딸을 태울 유모차를 안 가지고 나왔다. 확실히 더위 먹은 게 맞다. 다시 집으로... 그런데 엘리베이터 천장이 저렇게 생겼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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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상은 Rollei Retro로 해 봤다. 진짜로 Rollei 필름을 쓰면 이렇게 나오는지는 모른다. 사실 그까짓 거 알 게 뭐람. 우리같은 사람들이야 그냥 쓰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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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첩보요원도 아닌데 아침부터 작은 딸 어린이집에 데려다 줄 때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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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봄이 갔음을 알리는 신호인가. 파란 하늘이 답답한 마음을 어느 정도 씻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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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여름은 유난히 나기 힘들다. 1994년을 제외하면 이렇게 더운 여름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다. 그저 체감하는 날씨가 그렇다는 거다. 우리 딸이 어른이 될 때쯤이면, 여름 날씨가 우리 부부 신혼여행 갔던 태국의 날씨처럼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방콕 공항에 내려 입국 수속을 밟고 공항 바깥 문을 나서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여름 나기가 예년에 비해 더욱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중에는 아마도 먹는 것에 대해 맺힌 게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여름철 음식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반드시 먹어 줘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냉면, 팥빙수, 그리고 수박이다. 다른 건 옵션이지만 요 세 가지는 필수 항목이다. 그런데 올 여름 무슨 마魔가 끼었는지 이 세 음식에서 성공한 기억이 단 한 건도 없다. 우선 팥빙수는 어찌된 일인지 먹을 기회가 없다. 오며가며 한 번쯤은 먹을 기회가 올 법도 하건만, 이상하게도 팥빙수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방금 전에 팥빙수를 노리고 할인마트에 다녀왔는데, 아니 팥빙수 안 파는 맥도날드가 있는 줄 몰랐다. 팥빙수 달라고 했더니 점원이 하는 말이,

"손님, 여긴 팥빙수가 없습니다."
"아니 왜요? 맥도날드에 왜 팥빙수가 없어요?"
"손님, 여긴 원래 안 팔았습니다."
"이런 썩을..."
이 무더운 여름 내내 먹어본 팥빙수라고는 지난 일요일 조카 돌잔치에 가서 먹어본 게 전부인데, 그나마 그것도 전문적인 빙수가 아니라 얼음 가는 기계 하나 덜렁 갖다 놓고 알아서 소스를 쳐 먹으라는 것이었는데, 팥빙수라는 게 보기보다 쉬운 음식이 아니었다. 어찌해도 제 맛이 나질 않는 거다. 소스를 조금 많이 넣으면 달아서 못 먹겠고, 얼음을 조금 많이 넣으면 완전 맹탕이고... 그래서 결국 올여름 팥빙수는 완전 실패다.

    냉면도 팥빙수 못지 않게 실패한 종목인데, 팥빙수의 경우처럼 먹어볼 기회조차 원천 봉쇄된 것은 아니었지만, 학교 앞 분식점(물론 지들은 분식점 아니고 전문 식당이라 우기지만 내가 보기엔 딱 분식점이다. 빙하냉면... 상호부터 벌써 웃기지 않은가 말이다.)에서 두어 번 먹어 본 게 전부다. 그러니 어디 맛이 있겠나. 온면이 아니라는 뜻에서 냉면인 거지, 맛으로 본다면 냉면이라 할 수도 없다. 그나마 방학 이후에는 입에 대 보지도 못했다. 아, 이렇게 우울하게 여름을 보낼 수는 없다.

    팥빙수와 냉면을 먹을 기회가 봉쇄된 것에는 아무래도 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어차피 집에서 먹을 수는 없고 외식으로 먹어줘야 되는 종목들인데, 올여름엔 외식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불행의 씨앗이다. 마누라가 이번 방학 내내 연수를 받느라 부부 동반 외출 자체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좋다. 이 두 종목은 그렇다 치자. 그럼 수박은 어떠한가. 나를 정말로 우울하게 만든 것은 오히려 팥빙수와 냉면이 아니라 수박이다. 수박은 집에서 먹을 수 있잖은가 말이다. 올여름 수박을 안 먹어봤냐고? 아니다. 꽤 많이 먹었다. 다만 제대로 된 수박을 먹어보지 못했다는 거다. 아니 나한테 대체 무슨 수박의 저주가 내렸길래 걸린 수박마다 이렇게 꾸준히 실패하는가 말이다. 올해 내 손으로 골랐건 남이 골라주었건 관계 없이 맛있게 익은 건 하나도 없었다. 열어보면 죄다 너무 늙어서 흐물흐물하거나 빨간 속살이 무색할 정도로 당도가 떨어지는 놈들 뿐이다. 올해 날씨가 이렇게 안 좋았단 말인가. 아무튼 실패가 계속 쌓이다 보니 더이상 수박을 살 생각도 없다. 아까 다녀온 할인점에서도 마누라가 수박 사지 않겠냐고 했을 때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발 누가 맛있는 수박을 사서 나한테 연락이라도 해 주면 좋겠다. 어디 맛있는 수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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