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큰딸과 광화문에 나갔을 때 바닥분수에서 뛰어놀고 싶었는데 그땐 갈아입을 옷이 없어 불발에 그쳤다. 그래서 오늘은 맘먹고 두 딸 물놀이를 시켜주기 위해 월드컵공원으로 나섰다. 분수 규모는 광화문광장에 비할 바 아니지만 집에서 가깝고 주차하기 좋은 걸로 치면 이쪽이 훨씬 경쟁력 있다.

아무리 물놀이를 위해 나간 길이지만 놀이터에서 놀지 않으면 두 딸 섭섭하다. 그래서 물놀이 전에 잠깐 놀이터행. 오늘은 비교적 날도 좋은데 공원이 무척 한산하다. 더워서 다들 집밖으로 나오지 않기로 한 건가. 우리도 역시 더워서 얼마 놀지 못하고 바닥분수쪽으로 옮겼다. 거긴 그래도 제법 북적인다.

작은딸 처음엔 무서워서 물 근처에도 못 가더니 언니가 물줄기에 몸을 던지는 걸 보고는 어느새 용기를 내어 뛰어든다. 큰딸은 엄마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오늘 물 좀 먹었음에 틀림없다. 몸에 물 묻는 거 싫어하는 엄마 아빠로선 함께 뛰어들 생각은 전혀 없고 옆에서 구경만. 애들 노는 모습을 사진기로 찍어주려 했는데, 똑딱이로 멀리서 찍다 보니 아무래도 건질 만한 사진이 안 나온다.

거창하게 바닷가나 수영장을 찾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연한 물놀이인지라 조금만 뛰어놀아도 벌써 피곤하다. 역시 물 맞는 게 가벼운 일은 아닌 듯. 애들 옷 갈아입힌 후 싸가지고 간 달걀과 수박, 빵도 먹고, 나름 할 건 다 한 셈이다. 집에 와서 샤워하고 나니 모두들 해수욕장 다녀온 사람 못지 않게 녹초가 되었다. 애들이야 뛰어놀아서 그렇다 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엄마 아빠가 왜 이렇게 피곤한 거냐. 이래서 어디 애들 부산 할머니 댁에 맡기고 배낭여행 같은 거 다녀올 꿈이나 꿀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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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쉬는 사람도 많겠지만 빨간 날 기준으로는 어제가 연휴 마지막 날인데다가 오늘 두 딸이 어린이집에 가는 고로 우리집으로서는 어제가 연휴 마지막날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주말에는 또 쉬고...

아침부터 큰딸이 산책 나갈 생각 없냐고 물어보는 것도 있고, 그렇잖아도 연휴 중에 하루쯤은 애들 데리고 나가야 되는 거 아닌가 하던 차에, 비 갠 후에 하늘도 눈이 부시도록 맑은 이 시점에 나들이 안 가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사실 엄마 아빠 모두 나들이할 몸상태는 아니었다. 아빠는 간밤에 잠을 못 자서 헤롱헤롱하고 있었고, 엄마는 두 딸들과 씨름하느라 오후에는 슬슬 지쳐 있었다. 하지만 집에 있는다고 그렇게 편할 것 같지도 않고, 애들에게도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라고 하기엔 미안한 맘도 있었다.

평소에도 가끔씩 오는 월드컵공원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때는 없었다. 주차장은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꽉꽉 찼다. 물론 이 넓은 공원에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촘촘히 서 있는 건 아니지만 주차장만 놓고 본다면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을 초과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햇볕은 선글래스를 끼고도 눈이 부실 정도로 강하지만 공기는 꽤 차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만 반소매로 나왔나 보다. 애들 껴입을 거 가지고 오길 잘했다. 두 딸은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신났다. 이런 곳에 나오는 걸 엄마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건 작은딸이 걷거나 유모차를 타지 않고 자꾸 엄마더러 안아달라고 조르기 때문이다. 엄마가 없을 땐 아빠한테 안기기도 하지만 엄마가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는 거의 안 간다고 봐야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곳에 놀러 오면 집에 돌아갈 때까지 안아 줘야 하는데, 딸의 몸무게가 점점 엄마가 감당하기에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오늘도 역시 큰딸의 주된 관심사는 놀이터. 여기까지 와서 그곳을 빼놓을 수는 없다. 붐비는 놀이터는 놀기에 적당하지 않을 것 같은데, 오히려 함께 뛰어노는 애들이 많아서인지 큰딸은 다른 날보다 더욱 정신없이 논다.

오랜만에 나왔으니 오래 놀고 싶어도 바람이 차서 그럴 수 없었다. 은평 마포 주민들 다 나왔는지 돌아가는 길도 쉽지 않다. 일단 주차장 빠져 나가는 일도 그렇고, 길 위에도 차가 주욱 늘어섰다. 작은딸은 차를 타자마자 피곤해서 곯아떨어지고... 이번 주말엔 차 타고 나오지 말고 그냥 가까운 동네 놀이터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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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도착한지 10분만에, 이번에도 역시 딸의 주목적은 자전거보다는 놀이터에 있음이 드러났다. 이럴 거면서 왜 그렇게 자전거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는지... 하긴 이런 적이 이번만의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딸의 행동은 나름의 일관성을 가진다고 봐야 하나... 그래도 일체의 이동을 자전거로 하라는 아빠의 말을 따랐기 때문에 그나마 공원에 온 아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건 아니다.

공원에 도착할 때 비가 차 유리창에 오락가락하여 딸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아빠의 말에 우울한 주말이 될 뻔했으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깐 기다려본 결과, 다행히도 오래 내릴 비는 아닌 듯하여 자전거 타기를 강행하기로 한 점은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10분 정도 타더니 다음 코스로 이동하자는 딸. 무슨 소린가 했더니, 자전거는 탈 만큼 탔으니 이제는 놀이터로 가야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다. 그렇다. 딸은 사실 놀이터에 온 것이다. 자전거는 놀이터에 오기 위한 구실일 뿐... 지난 봄에 큰 맘 먹고 자전거를 사 준 엄마 아빠는 그저 허탈할 뿐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재밌는 거 해야지 뭐. 놀이터에 가서 미끄럼틀 타고 오는 수밖에...

그 밖에도 어느덧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음료수. 이런 더운 날엔 당연히 음료수를 마셔야 한다면서 매점 앞으로 당당하게 다가서는 딸. 그래. 사실 아빠도 먹고 싶었다. 그나저나 덥다면서도 그렇게 뛰어노니 어떻게 땀띠가 안 생기겠니. 하긴 그런 거 다 생각하고 행동하면 여섯 살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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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이 좋으면 월드컵 공원 가겠다고 약속했으니 싫으나 좋으나 가야 한다. 그래서 늦은 아침 먹고 준비하려 했는데 애들 엄마는 영 내키지 않는 눈치다. 막내가 얌전하게 유모차를 타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이 더운 날에 꼼짝없이 엄마가 안고 다녀야 한다는 부담이 계솟 짓누르는 모양이다. 나라고 어디 좋아서 나서자고 했으랴. 하지만 가기 싫다는 사람 끌고 갈 수도 없고 해서 아빠랑 언니만 나섰다. 비록 엄마랑 동생이 없어도 언니는 재밌나 보다. 처음엔 날이 흐려 혹시 소나기가 오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도착하니 오히려 쨍하게 해가 나서 선크림을 바르고 오지 않은 게 후회될 지경이다.

자건거 타러 공원에 간다고 하지만 실은 그곳의 놀이터가 더 가고 싶은 곳임을 알고 있으므로 오늘은 아예 자전거 없이 나왔다. 햇볕만 피할 수 있으면 딸의 말마따나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놀고 또 놀 수 있다니, 다음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놀러 와야겠다. 물론 그렇게 되면 엄마 아빠로선 피곤하겠지만...

놀이터에서 다 놀고 주차장으로 나가는 길에 보니 '아시아 문화 축제'라는 걸 한다. 각 나라의 부스는 정말로 볼 거 하나도 없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곳었지만, 애들 놀기 좋도록 따로 협동 그림 그리기 장을 마련해 놓았다. 요건 괜찮다. 그 외에도 월드컵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 메시지도 쓸 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 큰 딸도 거기에 '박지성 화이팅'이라고 한 마디 적고 왔다.

하얀 얼굴이 벌겋게 익은 것 말고는 바람도 적당히 불고 놀기 좋은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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