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밥 먹을 때 딸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주는 대로 먹어라." 여섯 살배기 딸은 아직 반찬투정까지는 아니지만 식사시간 때마다 슬슬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를 주장하고 싶어지나 보다. 그럴 때마다 내일 해 준다거나, 오늘은 없으니 어쩔 수 없다거나 하는 등의 장황한 다독거림을 주로 써 왔으나, 요샌 어느 정도 귀찮은 마음에 한 마디로 정리하고 있다. 그냥 주는 대로 먹으라고...
물론 오늘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오늘 반찬은 뭐예요?"
"응. 계란."
"난 두부가 먹고 싶은데..."
"내일 해 줄게."
"난 두부가 좋은데..."
"정인아."
"예."
"그냥 주는 대로 먹어."
"예..."
이렇게 식사시간이 흘러가나 싶었는데, 5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딸이 아빠에게 한 마디 던진다.
"아빠."
"응?"
"아빠는 젊은이였을 때 뭐했어요?"
"뭐라고?"
"젊은이였을 때 뭐했냐구요."
"음..."
"아빠 젊었을 때 뭐했어요?"
"글쎄... 휴우~ 뭐했지..."
"젊었을 때 공부했어요?"
"아니... 공부도 안 했어..."
대답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간다. 딸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잖은가. 오늘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젊었을 때 공부도 안 하고 난 대체 뭘 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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