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lex가 이렇게 지루한 노래였던가... 소위 Digital Remaster 라는 것이 예전의 그 정서를 복원해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으나, 그건 아닌 것 같다. 내 정서가 달라진 것이겠지 뭐. 아무렴 중학생 때와 같을 수가 있으랴...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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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앨범으로 『장혜진 3집: Before the Party』 만큼 테이프를 씹어먹을 정도로 노래 하나하나 구석구석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게 뭐가 있을까. 지금 돌이켜 보면 『이승환 2집: Always』 외에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수록곡 중에서 어느 하나 버릴 노래가 있었나 말이다. 「사랑이라는 그 이름 하나만으로」부터 「우(雨)」, 「귀여운 남자」 등등 보석같은 노래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요샌 이 노래들을 안 듣고도 멀쩡하게 잘 산다.

오늘 난데없이 우분투 업데이트 목록에 songbird가 올라왔다. 아니, songbird가 아직도 리눅스를 지원하나? 내가 알기로는 올해 봄에 지원을 끊었다던데. 어쨌거나 올라온 업데이트는 해야지 뭐. 그래서 오랜만에 실행시켜 보는 songbird. 요샌 음악을 들을 여유가 그다지 없다 보니... 그리고 역시 오랜만에 장혜진을 만났다.

레토릭의 독자적인 음악 DB 구축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장혜진 3집이 안 나오는 건 문제가 있다. 마니아틱한 앨범도 아닌데 찾지 못하면 사용자가 글감을 찾다가 김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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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억이란 참으로 오묘한 것이라서, 하나의 기억과 그것으로 인해 연상되는 기억 간의 관계가 합리적으로 묶여 있으리라는 기대따위는 하지 않는다. Eurythmics의 Sweet Dreams도 그러한데 이 노래는 항상 나의 중학교 2학년 시절과 묶여 있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부산의 문현동 언덕에 위치한, 그 당시로도 꽤 낡은 사립학교였다. 개교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래서 건물이나 시설 등이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학교에 다니다가 이곳으로 전학을 와서 첫날에 너무나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쩌면 시설이 이렇게 낡은 곳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책상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고 건물은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리고 낯선 얼굴들... 전학생에게 그렇게 적대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반겨주는 분위기도 절대 아니었던 같은 반 학생들. 영어 수업 시간에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다. 젊은 선생님 밑에서 회화 중심의 영어 교육을 받아오던 나로서는 to 부정사의 부사적 용법이니 형용사적 용법이니 하는 말을 난생 처음 들어 봤다. 아니, 실은 부정사라는 말조차 그 전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영어가 내 인생에서 우호적이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같은 재단의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붙어있음으로 인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불필요한 공포감이 있다. 고등학생들은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자꾸 중학교에 내려와서 애들을 집적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밝은 색보다는 어두운 회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훨씬 많다.

그런데 그게 이 노래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 그러게 말이다. 허나 어쩌랴. 이 노래만 들으면 내 머리 속은 자동으로 중학교 2학년의 어느날로 돌아가 있는 것을...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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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하는 걸 - 이승환
  2. 여행 - 장필순
  3. 海の見える街(바다가 보이는 거리) - 魔女の宅急便(Kiki's Delivery Service) OST
  4. 슬픔에 관하여 - 이승환
  5.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 stevie wonder
  6. 아무래도 좋아 - 이승환
  7. 내 어린날의 학교 - 양희은
  8. 어느 새 - 장필순
  9. 밤이나 낮이나 - 이오공감
  10. 사랑일기 - 시인과 촌장

랜덤으로 듣지 않는다면 이승환의 '슬픔에 관하여'를 딸이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전에 반드시 꿈나라로 갈테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특정 뮤지션에게 심하게 편중되어 있는 목록이라 할 수 있는데, 어쩔 수 없다. 목록을 갱신한다 하면서도 자꾸 까먹게 된다. 딸이 잠에 빠지는 그 순간 이후로는 또다시 손볼 일이 없으니...

Posted via web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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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에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사람의 만남에서 첫인상을 극복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상은은 내가 내린 최초의 부정적 평가를 아주 천천히 그러나 일관된 경향으로 극복해나간 몇 안 되는 가수다. 그런데 이 비쩍 마르고 멀대같이 큰 동갑내기 가수한테 내가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첫인상 운운하며 평가절하했단 말인가.

   1988년 강변가요제 대상을 받은 '담다디', 아니 그런데 멜로디는 경쾌하고 다 좋은데 무슨 놈의 가사가 이렇게 내용이 없단 말인가. 게다가 담다디는 무슨 뜻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청산별곡의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는 용서가 되면서 담다디에게는 무슨 거창한 의미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이미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다.

   그러나 이른바 아이돌 스타로 입지를 굳혀가나 싶더니 갑자기 유학길에 올랐고, 그 이후 어느새 달라져 있는 음악. 그렇다.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이 시점에서 화려했던 옛 영광 만큼이나 변화할 줄 모르는 김건모에게 삼가 애도를...



   사실 이상은을 아티스트라 말하는 것에는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상은의 매력은 남이 좋아해 줄 수 있는 음악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 또는 적절한 자리잡기가 아닐까. 5집의 '언젠가는'은 그러한 이상은을 가장 잘 말해주는 노래다.

   연예계가 아닌 문화계에서 살아보니 너무 가난해지더라는 이상은. 이제 노래로 팔자 고치는 건 이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굶진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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