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딸이 저녁 내내 울더니 잠자리에 눕자마자 토했다. 아마 속이 좋지 않아서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렇잖아도 속이 부담스러운데 해열제까지 먹였으니 어떻게 버틸 수 있겠나. 황급히 애를 안아들었으나 이미 이부자리는 수습할 수 없는 상황. 욕실에서 옷을 벗기고 씻기는 내내, 토해서 엄청 놀랐는지 딸은 더 큰 소리로 서럽게 울더니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 동안 까무룩 잠이 들었다. 애 엄마가 딸을 씻기고 안아서 재우는 동안 옷이랑 이불의 응급처지는 아빠의 몫. 이번 주말도 쉽게 지나가지는 못하는 모양.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엔 체하고 토하는 게 애들 아픈 것 중에서는 본인이 가장 견디기 힘든 유형이 아닌가 싶다. 물론 감기가 심하게 걸려 목이 따끔거린다거나 밤새도록 기침을 한다거나 열이 많이 오르는 경우도 힘들겠지만, 토하는 것처럼 두려움을 수반하지는 않는 것 같다.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그렇거니와 한바탕 파도가 지나간 뒤에도 또 언제 다시 파도가 몰려올지 알 수 없는지라 다시 자리에 눕기가 꺼려지고, 흉해진 옷과 방바닥, 참기 힘든 냄새, 입속의 이물감 등등, 공감각적인 아픔이 밀려오기 때문이 아닐까.

난 어릴 때부터 토하는 게 정말로 두려웠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 남들은 토하고 나면 속이 가벼워진다는데 난 전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아까 먹었던 게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그 불쾌한 경험과 함께 한없이 삶이 비참해지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난 토하고 나면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두통이 따라오는데, 보통의 경우에도 두통은 참기 힘든데 체증과 함께 오는 두통은 정말로 견딜 수가 없다. 내 주량이 늘지 않는 이유 중에서 두통이 제일 크지만 두번째가 바로 이런 토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남들은 술 먹다가 속이 거북하면 일부러 화장실에 가서 손가락을 목구멍에 집어넣기도 한다는데 난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러하다 보니 딸이 토하는 모습에 마음이 영 좋지 않다. 저녁 내내 칭얼거릴 때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딸을 혼내기도 했는데 많이 미안하다. 내일 출근길에 딸을 데리고 병원부터 가야겠다. 아마도 감기로 열이 나면서 체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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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부터 아픈 몸, 여전히 맘에 들지 않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내염은 더욱 악화되어 어제 저녁 밥상 앞에서는 숟가락질하다가 그야말로 울부짖고 말았다. 하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체증이 가시질 않는다는 것. 그래서 어제 오후 드디어 내과에 다녀왔다.

그동안 병원에 다녀오라는 아내의 말을 흘려듣고 있었던 것은, 거기 가 봐야 딱히 별 수 있겠나 하는 생각에서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렇게 가 보는 것은 그저 공인된 기관에서 확인 받는 것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동네 병원의 마음씨 좋게 생긴 의사 선생, 역시 내 예상에서 한 발짝도 비켜가지 않는다.

"이건 뭐 별 수 없어요. 한 이틀 굶으세요. 위장도 쉬어야죠. 계속 안 낫는 건 위장이 쉬질 못해서 그런 거예요."

그래도 사람이 안 먹고 살 순 없으니 일체의 다른 음식을 삼가고 미음이나 죽을 먹으란다. 그리고 약을 처방해 주겠단다.

그런데 병원비가 3,600원이 나왔다. 세상에 이렇게 비싸다니. 청진기 한 번 대고 굶으라고 얘기해 주는 게 이렇게 엄청난 일이었나. 그 건물 1층에 있는 약국에 갔더니 이럴수가, 약값은 그 보다 더 비싼 4,400이다. 두 군데 합쳐서 8,000원. 소화제를 손에 쥐고 오면서, 한마디로 길에서 강도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그냥 집에 있으면 될 것을 뭐하러 기어나와서 이런 봉변을 당하는지... 물론 건물 임대료도 내야 하고 간호사 월급도 줘야 하고 의사 선생 본인 가족도 먹여살려야겠지만, 그래도 굶으라는 말 한 마디가 이렇게 천금같은 귀한 말이었을 줄이야...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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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비가 와도 왜 이렇게 요란스럽게 오는지. 그래도 비는 조용하게 오는 것보다 화끈하게 오는 게 훨씬 좋다. 그렇지만 지금은 좀 아니다.

외과에서는 복합골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내과 용어는 없을까? 어제 저녁부터 아주 총체적으로 아프다. 아니, 실은 어제 오후부터 조짐이 왔다고 봐야 하는데, 점심 먹은 후 속이 좀 더부룩했는데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그런데 이게 저녁 먹은 후에는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하더니 8시가 되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

우선 오후의 증상의 연장선상에서 체증이 제대로 왔다. 거기다가 설사병까지 왔는데 이게 좀 심각해서 마치 수도꼭지가 고장난 것처럼 몸에서 물이 빠져나간다. 거기다가 감기몸살까지. 허리가 끊어질 듯한 것은 물론이고 온몸이 뭘로 두들겨맞은 것처럼 아프다. 마지막으로 두통까지. 하긴 두통은 언제나 따라오는 것이긴 하지만... 머리 아픈 것때문에 두통약을 먹고 싶었으나 체했기 때문에 도무지 입에다가 뭘 털어넣기가 곤란하다. 그렇잖아도 구역질을 계속하는데 여기서 뭘 더 넣어봐야 게워내고 나면 아니 먹은 만 못하다.

할 수 있는 게 끙끙 앓는 것 말고는 없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일찌감치 자리에 눕긴 하였으나 몸이 아파서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게다가 화장실에서는 주기적으로 오라고 난리지.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 간밤에 제대로 잠도 못 잤다.

이러다 보니 이 비를 뚫고 아침에 작은 딸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것이 엄청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렇잖아도 허리 아파 죽겠는데 10kg이 넘는 애를 안고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어린이집에 가려니 눈물이 쏙 빠지고 머리는 울렁울렁...

저녁에는 딸아이 병원에 데려가야 되는데, 그 때까지 내 몸이 괜찮아질지 걱정이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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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하다

롤플레잉 2009. 1. 31. 07:55

    아침 먹을 때 그다지 입맛이 있지 않다는 정도였지만 체한 줄은 몰랐다. 평소 잘 체하지 않는 편인데다가, 사실 정오가 지나서도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오전 10시 영업 시작하자 마자 장을 보러 간 이마트에서 1시간쯤 지났을 때 갑자기 눈꺼풀이 무거워 혼났다는 게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다. 쇼핑 카트를 밀고 가면서도 대체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지는 게 아닌가. 아니 실은 눈을 뜰 수 없는 것 때문에 잠이 온다고 착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장을 봐서 집에 도착할 때만 하더라도 이것이 체한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심지어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할 정도였다.

    12시면 점심 먹기엔 좀 이른 시간이다 싶어서 한 시간 후에 밥을 먹기로 했는데, 아까부터 무겁게 떨어지는 눈꺼풀을 주체할 길이 없어 잠깐 누워야지 하는 생각으로 쓰러졌다. 꿈도 꾸지 않는 무미건조하고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벌써 오후 2시. 침실에서 제대로 자리 펴고 누운 게 아니라 거실에서 무계획적으로 청한 잠이라, 베개 대신 쿠션을 베고 잤더니 뒷목이 거의 마비가 될 정도로 아팠다. 세상에 이런 영양가 없는 낮잠이 있다니... 게다가 나로 말하면야 원래 낮잠에 두통이 따르지 않던가. 그런데 뭔가 심상치가 않다. 낮잠 후의 두통 치고는 너무 심하게 머리가 아파온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두통. 낭패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두통약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빈 속에 먹기는 아무래도 속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낮잠 전에 정한 점심 메뉴인 자장면을 먼저 시켜 먹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몸 상태가 흔들렸다. 몸이 아프긴 아픈데, 도저히 말로 표현하기 좀 모호하게 아파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두 가지. 두통, 그 중에서도 전두통(前頭痛)과 메스꺼움. 그런데 이 둘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온 몸을 관통했다.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떨려오기 시작했다. 혹시 토할지 몰라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아내가 묻는다.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잘 모르겠어."
"토할 것 같아?"
"응. 근데 막상 하려고 하니 또 안 나오네."
"낮잠 잤더니 머리 아픈 건가?"
"머리도 아프긴 한데,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워. 온 몸이 이상해."
"밥 먹을 수 있겠어?"
"두통약 때문에라도 다 먹어야지."

    메스꺼움을 참아가며 결국 자장면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그리고는 식후 30분 시간 맞춰서 두통약을 입에 넣고 물을 들이키는 순간 모든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약 먹은 보람도 없이 바로 화장실로 뛰어가서 다 게워 냈다. 머리는 머리대로 뽀개질 듯이 아프고, 속은 속대로 다 뒤집어지는 고통... 올 겨울 크게 아픈 것 없이 넘어간다 싶어 내심 좋아했었는데, 명절 연휴 끝나고 감기 몸살로 한 이틀 고생하더니, 연이어 체하기까지...

    어릴 적에도 체했을 때 이렇게까지 머리가 아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체증에 두통이 따라오는지는 이번에 여러 곳을 찾아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편두통은 알아도 전두통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알게 되었다. 머리와 배를 위시하여 온몸이 어찌나 아픈지 거의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끙끙 앓았다. 아내는 옆에서 안절부절이다. 하지만 어떻게 손을 쓸 방도가 없다.

"내가 어떻게 해 줄까?"
"몰라.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체한 거 맞지?"
"그것도 몰라."
"체하면 머리도 아프대."
"그런가. 암튼 너무너무 아프다."

    자주 체하진 않지만 이런 일을 당하는 것에 대해선 병적인 공포감을 느끼는 편이다. 토하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할까. 미처 화장실까지 가지 못하고 이불이나 방 바닥에 토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 실제로 어릴 때나 대학 들어와서 술 먹고 몇 번 그런 경우가 있었다. 토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죽을 지경인데, 그 와중에 직접 방을 치워야 하거나 또는 누군가에게 그런 수고를 하도록 짐을 지워야 한다는 사실이 참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에는 아파도 제대로 누워 있을 수가 없다. 약간이라도 속에서 어떤 반응이 오면 지금 일어나야 늦지 않게 화장실로 달려갈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과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서로 겹쳐서 몸도 마음도 모두 괴로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몇 번에 걸쳐 방과 화장실을 오가며 난리를 쳤다. 결국 아침에 먹은 콩나물을 하나도 소화되지 않는 채로 다 게워 내고서야 아침부터 체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드디어 몸이 탈진하여 방에 쓰러지고 나서 머리가 아픈 와중에도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두어 시간 잤더니 한 고비 넘어갔다. 저녁에 아내가 사온 약을 먹고 나서야 겨우 속은 진정되는 것 같았는데, 여전히 한 번 아프기 시작한 머리는 나을 기미가 없다. 두통약을 먹었더니 오히려 속만 쓰리고 머리는 별로 차도가 없다.

    어찌 되었건 간에 낮에 너무나 많은 낮잠을 잔 터라 밤에 잠이 올 리가 없는데다가 두통까지 도와주니(?) 또 이렇게 밤을 꼬박 새우고 대체 어쩌려는 건지 모르겠다. 한 번 아프면 연쇄적으로 생활의 리듬이 무너진다. 먹는 거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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