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아픈 몸, 여전히 맘에 들지 않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내염은 더욱 악화되어 어제 저녁 밥상 앞에서는 숟가락질하다가 그야말로 울부짖고 말았다. 하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체증이 가시질 않는다는 것. 그래서 어제 오후 드디어 내과에 다녀왔다.
그동안 병원에 다녀오라는 아내의 말을 흘려듣고 있었던 것은, 거기 가 봐야 딱히 별 수 있겠나 하는 생각에서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렇게 가 보는 것은 그저 공인된 기관에서 확인 받는 것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동네 병원의 마음씨 좋게 생긴 의사 선생, 역시 내 예상에서 한 발짝도 비켜가지 않는다.
"이건 뭐 별 수 없어요. 한 이틀 굶으세요. 위장도 쉬어야죠. 계속 안 낫는 건 위장이 쉬질 못해서 그런 거예요."
그래도 사람이 안 먹고 살 순 없으니 일체의 다른 음식을 삼가고 미음이나 죽을 먹으란다. 그리고 약을 처방해 주겠단다.
그런데 병원비가 3,600원이 나왔다. 세상에 이렇게 비싸다니. 청진기 한 번 대고 굶으라고 얘기해 주는 게 이렇게 엄청난 일이었나. 그 건물 1층에 있는 약국에 갔더니 이럴수가, 약값은 그 보다 더 비싼 4,400이다. 두 군데 합쳐서 8,000원. 소화제를 손에 쥐고 오면서, 한마디로 길에서 강도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그냥 집에 있으면 될 것을 뭐하러 기어나와서 이런 봉변을 당하는지... 물론 건물 임대료도 내야 하고 간호사 월급도 줘야 하고 의사 선생 본인 가족도 먹여살려야겠지만, 그래도 굶으라는 말 한 마디가 이렇게 천금같은 귀한 말이었을 줄이야...
'롤플레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밤의 아이템: 마티넬리 골드메달 사과주스 (0) | 2010.09.16 |
---|---|
간밤의 야식은 인디안밥 (0) | 2010.09.16 |
가을을 재촉하는 비. 그러나 지금은 별로 반갑지 않다. (0) | 2010.09.10 |
꿈 이야기: 봉태규 (0) | 2010.09.09 |
동문선東文選을 보며 드는 몇 가지 생각들 (0) | 2010.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