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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의 지존 아내에게 주말 낮잠의 의미는 남다르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대끼고, 집에선 어린 딸과 씨름하고, 거기에 청소며 빨래까지... 주말에 풀어주지 않으면 이놈의 피로를 다음주까지 등에 지고 가야 된다. 그리하여 심지어는 주말 낮잠을 위해 한 주를 달려온다는 말까지 할 지경인데...

    일요일 오후, 딸내미가 오늘따라 엄마의 낮잠에 영 협조를 안 해 준다. 사실 딸이 잠들지 않고서 엄마 혼자 자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딸이 자기가 잠이 안 온다고 순순히 엄마가 낮잠을 즐기도록 허락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자면서 제일 짜증날 때가 왜 잠이 드는 순간에 방해받는 거 아닌가. 의식의 저편으로 막 넘어가려는 찰나에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머리카락을 확 잡아채듯이 딴죽을 걸면 온몸의 맥이 탁 풀리면서, 없던 피로가 어디에서 이렇게 몰려오는지... 아무튼 잠에 대해 조금이라도 조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인지 다 안다.

    엄마가 재우려고 했을 때 딸이 안 잔다고, 자긴 더 놀고 싶다고 한 것까진 좋았는데, 이놈의 딸내미, 엄마가 고이 자는 꼴은 또 못 보겠나 보다. 엄마가 잠들만 하면 옆에 가서 깨우기를 몇 번...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엄마가 드디어 폭발했다.

아니 얘가 왜 이래 오늘...
으아앙~
방에서 당장 나가!
엄마 미안해요~
다 필요 없어. 안 자려면 나가!
으아앙~

    어쩔 수 없다. 차라리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게 낫지... 백 번 혼나도 싸다. 결국 딸내미는 방에서 쫓겨나고, 아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이 든다. 훌쩍거리는 놈을 내가 떠맡아야 했는데, 아주 난감하다. 일요일 오후에 나라고 어디 힘이 펄펄 남아돌아 딸이랑 뛰어놀겠나 뭐...

    이때 문득 딸이 아직 기어다닐 때 재우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혹시 가능할지 모른다. 딸을 안아들고 등을 토닥이면서 '마녀의 택급편' OST를 들려 주었는데, 처음엔 별 반응을 않던 딸이 두 번째 트랙부터 슬슬 몸에 힘이 빠지더니, 다섯 곡을 채 넘기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역시 마녀의 힘은 대단하다... 딸의 무의식 저편에 예전의 잠들던 상황들이 여전히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마녀의 택급편 OST 중에서 두번째 곡명은 '旅立ち 타비다치'인데 일본어는 까막눈인 나로선 뭐라고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행을 떠나다'로 해석해야 할지, 혹은 '출발' 정도로 해야할지... 처음에는 다른 곡들에 묻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는데, 요새는 이 곡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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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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