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도착한지 10분만에, 이번에도 역시 딸의 주목적은 자전거보다는 놀이터에 있음이 드러났다. 이럴 거면서 왜 그렇게 자전거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는지... 하긴 이런 적이 이번만의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딸의 행동은 나름의 일관성을 가진다고 봐야 하나... 그래도 일체의 이동을 자전거로 하라는 아빠의 말을 따랐기 때문에 그나마 공원에 온 아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건 아니다.
공원에 도착할 때 비가 차 유리창에 오락가락하여 딸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아빠의 말에 우울한 주말이 될 뻔했으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깐 기다려본 결과, 다행히도 오래 내릴 비는 아닌 듯하여 자전거 타기를 강행하기로 한 점은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10분 정도 타더니 다음 코스로 이동하자는 딸. 무슨 소린가 했더니, 자전거는 탈 만큼 탔으니 이제는 놀이터로 가야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다. 그렇다. 딸은 사실 놀이터에 온 것이다. 자전거는 놀이터에 오기 위한 구실일 뿐... 지난 봄에 큰 맘 먹고 자전거를 사 준 엄마 아빠는 그저 허탈할 뿐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재밌는 거 해야지 뭐. 놀이터에 가서 미끄럼틀 타고 오는 수밖에...
그 밖에도 어느덧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음료수. 이런 더운 날엔 당연히 음료수를 마셔야 한다면서 매점 앞으로 당당하게 다가서는 딸. 그래. 사실 아빠도 먹고 싶었다. 그나저나 덥다면서도 그렇게 뛰어노니 어떻게 땀띠가 안 생기겠니. 하긴 그런 거 다 생각하고 행동하면 여섯 살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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