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부산 갔을 때 눈에 들어온 어머니의 재봉틀. 낡고 군데군데 녹슬긴 했어도, 이번에 손녀들 서울서 내려온다고 어머니가 손수 모시 내복을 지어주실 정도로 아직도 현역에서 뛰는 물건.
쥐꼬리만한 월급을 집에 던져주면 그 후에는 집안 살림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돈 나올 구석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 등은 도통 알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 아버지 덕에 어머니는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이 재봉틀은 두 아들 대학 보내면서 등록금 마련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커튼 가게를 하시면서 마련하신 거다.
작은 아들은 집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어머니 커튼 일을 여러모로 도울 수 있었지만, 철없는 큰 아들은 서울서 대학 다니면서 이놈의 등록금이 어떻게 올라오는지도 몰랐다. 그저 어머니가 일을 하나 보다 생각만 할 뿐... 그런 면에서 아버지와 큰 아들은 공범이다.
지금이야 커튼 가게 그만두신지 오래 되었으니 당연히 예전만큼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재봉틀. 지난 번에 부산에 갔을 때만 해도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는데, 이번엔 손녀들 내복 만드는 일에 재봉틀이 나섰다. 이제 또 한동안은 먼지를 뒤집어쓰며 거실 한 쪽을 차지하고 있을 터. 이렇게 다 낡아빠진 걸 보며 새 재봉틀을 하나 사 드릴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해 봤다. 자주 쓰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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