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첫 디카이자, 애들 움직이는 모습을 찍는 데는 좀 아쉬운 점이 있다는 걸 빼고는 별로 불편함 없고, 무엇보다도 색감이 맘에 들었던 PowerShot A80이 어느 순간 맛이 가버렸다. 남대문에서 산 내수용 제품이라 수리를 못 받는다길래 그냥 한 구석에 처박아두었다.

그래도 원래 아쉬운 대로, 약간 불편한 대로 사는 데 익숙한지라 디카를 새로 살 생각도 별로 않고 살았는데... 얼마 전 잠깐 다리미의 루믹스 dmc-fx100을 빌려 와서 쓰다 보니, 처음부터 없다면 모를까 요새 디카 기능이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알게 된 이상,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보다도 움직임이 많은 애들을 찍어주려다 보니 ISO 값이 어느 정도는 올라가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요 며칠 새 디카 고르기 위해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는데... 결론은, 제대로 선택하려면 끝이 없다는 거다. 처음엔 가격 상한선을 정하고 덤벼 보지만, 이내 요런 기능이 필요하고, 요런 기능도 아쉽고... 이러다 보면 처음 잡았던 가격선을 훌쩍 넘어버린다. 게다가 정말로 누가 봐도 훌륭한 사진을 위해선 덩치 큰 렌즈 교환 카메라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판이 아예 깨진다. 간편하게 찍고 가지고 다니기 좋은 맛에 카메라를 사는 거지, 작품전 열 일 있나 뭐...

이런저런 고민 끝에 정한 최소한의 원칙들은, 첫째 똑딱이여야 한다. 둘째, 애들 노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줌 기능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요 정도... 그래서 고르고 고른 끝에 마지막으로 정한 것이 파나소닉의 dmc-zs3였다. 그래서 결제까지 끝냈는데, 갑자기 며칠 간의 고민이 한 방에 무위로 돌아가는 아내의 한 마디.

"수동 기능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되면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dmc-zs7과 PowerShot sx210 is 이 둘이 지출 가능한 가격대 내에 들어가는 놈들이다. 그리하여 부랴부랴 구매 취소하고 산 놈이 sx210이다. 사실 바로 전에 써 본 물건이 루믹스이다 보니 dmc-zs7에 좀 더 눈이 가긴 했는데 요건 좀 더 비싸고, 이러다간 정말 렌즈 교환 카메라로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sx210에 만족하기로 했다. 애초에 모든 걸 다 만족시켜주는 물건은 없었다.

어제 물건이 도착해서 살펴보니 그럭저럭 멀쩡한 디자인도 맘에 들고, 사진도 제법 잘 나온다. 물론 맘에 안 드는 것도 있다. 플래시가 무조건 튀어나온다는 것, 그래서 두 손에 딱 잡히지 않는다는 게 그렇고, 결정적으로 사은품으로 함께 온 LCD 보호필름이 확 깬다. 이걸 붙였더니 LCD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럴 거면 보호 안 하고 말지...

이놈에게 받은 첫인상은 "요새 디카 정말 친절하구나..."다. 예술 사진으로서는 기대할 게 없겠지만, 대충 찍어서 남기기엔 정말 좋다. 크게 인화할 것도 아니고 4x6이나 5x7 크기라면 대부분 잘 나올 것 같다. 밤풍경도 그럴 듯하게 나오고...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이 정도면 되지 뭐...

...

그런데 오늘 flickr에서 A80으로 찍은 공개 사진들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그동안 A80에 불편한 게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걸로 이렇게 훌륭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단 말인가... 여지껏 난 A80으로 이런 멋진 사진이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건만... 돈 좀 들더라도 이놈도 수리해서 쓸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Posted via web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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