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연세대학교 클럽에 한 연극에 대한 소개글이 올라왔다. 연극의 제목은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란다.

그런데 이 소개글의 내용이 참 웃긴다. 아니 헌책방이라니... 이 글을 쓴 사람은 <오늘의 책>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을까? 이래 놓고서도 연대생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나올까? 옛 주인인 성식 형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제발 소개한 사람이 이 연극의 직접적인 관계자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갑자기 <오늘의 책>에서 허리 두들겨 가며 황석영의 '장길산'을 보던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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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대할 때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축에 들며,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그러하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런 나도 가만히 따져보면 꽤나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람의 머리통의 크기에 관한 것이다.

대학 1학년 때 이후로 우리의 위대한 대갈장군들에 대한 편견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아직도 그 대갈장군은 내 주위에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 편의상 그를 S라 하자.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바로 월드컵 최순호 사건의 그 S이다. S는 내 인생의 거의 최초의 대두(大頭)라 할 수 있다. 설마하니 그 전에도 살면서 대갈통 큰 인간을 만나지 못했으랴만 기억이 나질 않는 걸로 미루어 내게 그다지 인상적인 놈들은 없었나 보다. 암튼 S는 1학년 때부터 동기들 사이에 유명했다. 동기들을 마치 후배 대하듯 하는 막강 안하무인에다가 적재 적소에 뿌려주는 특유의 비웃는 듯한 웃음 등등. 동기들이 S의 내공을 결정적으로 체험하게 된 것은 1학년 농활 때였다. 아니 대체 누가 1학년 더러 작업 지시를 시켰단 말인가. 1학년 모두 뙤약볕에서 낫 들고 허리 끊어져라 논두렁 잡초를 베거나 거머리랑 싸워 가며 김매는 동안, 대체 누가 저더러 삽자루 들고 허리 펴가며 동기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작업을 지시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단 말인가. 너무나도 태연하고 뻔뻔한 S의 행동에 처음엔 동기들 모두 약간은 얼이 빠진 채로 그가 시키는 대로 움직일 정도였다. 그 이후로 대갈장군과 '뻔뻔함'은 떼어 놓고 생각 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연예계에서는 S정도는 아마추어로 만들어 버리는 대갈장군이 있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김래원이다. TV에서 처음 보는 순간부터 주는 거 없이 미운 스타일이었다. 편견이라는 거 인정한다. 그래, 대갈통 크기로 저평가해온 점이 전혀 없다고는 하지 않겠다. 그치만 김래원이 맡아 온 역할도 만만치 않았다. 그의 출세작이라고들 하는 '옥탑방 고양이'는 울화통이 치밀어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정다빈 얘는 대체 대가리에 뭐가 들었길래 저런 싸가지를 참아 주는 걸까..."
건방진 것과 싸가지 없음은 좀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 난 건방진 것 자체에 대해서는 별 유감 없다. 사실 건방짐은 기성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싸가지 없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인간 일반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있어야 되는 거다. 최소한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김래원의 모습은 전자는 아니었다. 남의 집에 얹혀 살면서 어찌 저리 뻔뻔할 수 있는지... 나 같으면 쫓아내도 몇 번을 쫓아내었을 것이며, 그래도 기어 들어오려 한다면 경찰에 신고했을 거다. 출연작 '어린 신부', '미스터 소크라테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등에서 김래원은 단 한 번도 내 기대를 져버린 적이 없다. 그런 김래원이 최근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라는 드라마로 돌아왔단다. 볼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번엔 어떤 캐릭터인지도 사실 모르는데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김래원한테 억울한 일 있냐고? 그럴 리가 있나. S가 요즘도 그렇게 사냐고? 설마!~ 그랬으면 아직까지 목숨이 붙어 있을라구... 그러길래 처음부터 편견이라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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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롤플레잉 2006. 3. 16. 02:10
운전이 정말 두려울 때가 있는데 바로 오늘이 그런 날이다. 아침에 외가에 맡긴 딸을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예감이 좋지 않았지만 곧 떨쳐 버리고 시동을 걸었다. 저녁 7시가 지나 거리엔 이미 어둠이 내렸다.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고 돌아가는 순간 정면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질주해 왔다.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한 순간이었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경적을 울렸다. 식은 땀이 흘렀다.

안도의 한숨을 쉰 것도 잠시, 가로등이 희미한 신사동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중앙선 건너편에서 허연 물체가 앞으로 달려들었다. 강아지임을 직감하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었다. 차 밑으로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강아지가 빨려들어갔다. 꽤나 속도를 내고 있던 터라 차는 강아지를 치고도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너무나 놀라 차를 세우려 했으나 이미 뒷차들이 현장을 덮어버린 후인 데다가 나더러 빨리 가라고 전조등을 깜박인다. 사람을 친 것도 아닌데 뭘 망설이냐는 분위기다. 할 수 없이 가던 길을 계속 갈 수밖에 없었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그놈의 강아지가 갑자기 튀어 나온 것이라고 마음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지만 영 개운치가 않다. 오늘따라 이 동네 사람들이 뭐에 씌었는지 그 후로도 처가에 도착하는 동안 몇 번이나 내 차 앞에서 무단횡단을 했다. 어떻게 처가에 도착했는지 잘 모르겠다. 딸을 데리고 돌아올 때엔 다른 길을 택했다. 아무래도 그쪽으로 다시 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다음엔 강아지가 아니라 사람일 수도 있다.
강아지가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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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악몽

롤플레잉 2006. 3. 15. 18:17
같은 과 1학년 전원이 듣는 수업이라길래 덜컥 따라 수강 신청을 한 것이 '심리학개론'이라는 과목이다. 근데 첫 수업 시간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일인지 전혀 낯설지가 않은 것이다. 그렇다. 이 과목을 17년 전에도 들었던 것이다. 그 때엔 '인간 행동의 심리적 이해'라는 이름으로 들었다.

당시에도 심리학에 대한 아주 일반적인 오해 때문에 그 과목을 듣는 사람들이 많았다. 즉 심리학이 과학이 아니라 철학이나 사회학에 가깝다는 오해 말이다. 그러나 개별적인 심리학은 접해본 적이 없으니 모르지만, 최소한 개론 만큼은 철학보다는 생물학에 가깝다. 아니 왜 선생님은 그 얘기를 수강신청 변경 기간 전에 얘길 해 주지 않는 것인가. 변경 기간 다 끝나서 이제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 와서 "사실 심리학이란 이러이러한 거다." 라고 얘기해 줘 봐야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첫 수업의 본격적인 내용도 낯설지가 않다. 구조주의, 기능주의, 행동주의, 인지주의 등의 제반 심리학의 접근 방법이 소개되었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 참으로 신기해서 완전히 까먹고 있던 내용도 뇌의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이제 다시 들어보니 슬글슬금 기어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근데 예전 기억이 점점 더 또렷해질수록 이게 전혀 기쁘지가 않다. 그 당시 난 생물학을 닮은 심리학의 실체에 너무나 실망한 나머지 그 이후로는 수업을 거의 모두 빼먹어 버렸으며 나중에 받은 학점도 1학년 1학기의 유일한 'D'였던 것이다.

나쁜 일은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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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할 일을 여유 있을 때 미리 끝내 버리는 유형의 사람이 가끔씩 있는데 바로 내 아버지이다. 가까이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삶이 꽤 피곤해진다. 당연히 당신의 아들이랑 이 문제에 대하여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 굳이 아버지로부터 욕을 먹어서가 아니라 준비성 있게 미리미리 할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많지만, 아마도 죽을 때까지 내가 흉내내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기한이 다 되어 마지막 순간에서야, 벼랑 끝에 섰을 때에야 비로소 일이 된다. 명을 깎아 먹는 짓이라는 거 다 안다. 그렇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미리미리 하면 누가 손모가지를 꺾어놓는 거 절대 아니지만, 매번 이렇게 마지막에 몰릴 때마다 자괴감이 들지만,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하지만 그래도 안 된다.

해야 할 일 중에서도 특히나 부담 혹은 고통스러운 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기획서 같은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심지어 첫 직장의 월말 결산 작업 같은 것도 절대 미리 해 본 적이 없다. 기획서야 얼마나 걸릴지 깜냥이 안 되는 고로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을 때 시작하게 되지만, 월말 결산이야 말로 궁극의 벼랑 시리즈라 할 수 있다. 자료 정리에서부터 스프레드 시트에 입력, 자료 수정, 보고 자료 출력 까지, 이런 판에 박힌 일상적인 업무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통빡이 나오기 때문이다. 보고해야 할 전날 야근할 때면 언제나 든든히 먹고 밤을 꼬박 새울 각오를 했다. 어차피 미리 해 봐야 손에 잡힐 리가 없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사는지 그때마다 회의가 든다.

2주 전에 과제를 받았다. 이번만큼은 미리 해치우고 싶어 책도 미리 다 읽어 놓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김 없이 마감 전날이 되었다. 그냥 체념하고 이렇게 살자.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거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내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래도 나라는 인간은 절대 미리 해 놓는 법은 없어도, 꼭 해야 하는 순간엔 그래도 어찌어찌 다 하긴 하잖는가 말이다.

근데 지금 이렇게 과제 대신 다른 글이나 쓰는 걸로 보아 아직 벼랑 끝은 아닌가, 혹은 이것도 점점 내성이 생기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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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롤플레잉 2006. 3. 13. 01:56
글 중에서 가장 쓰기 싫은 것이 바로 자기소개서다. 쓰는 것도 싫거니와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놈의 글이 실제로 만만치가 않다. 대체 나의 무엇을 소개하라는 거냐. 이건 거의 폭력이다. 서로 소개 하는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자기 소개라니. 아랫도리 내리라는 거 아닌가. 뭐가 궁금한지도 말하지 않은 채 다짜고짜 본인의 소개를 하란다. 단답형 설문지를 돌리면 모를까. 차라리 노래 한 자락 해 보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듣는 사람이 뭐가 궁금한지도 모르니 도무지 어느 한 주제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 사람이 내가 살아온 게 궁금한가? 다년간 자기소개서를 받아서 검토해 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사실 전혀 궁금하지가 않다. 상대방의 가족 관계가 뭐 그리 대수이겠는가. 대학 시절 해외 여행이나 어학 연수를 다녀온 것도, 봉사활동하면서도 느낀 점도 모두 다 내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 많고 많은 자기 자랑 후에는 결국 요모양 요꼴이라는 거 아니냐.

그런데 이런 자기소개서를 오늘 무려 두 번이나 썼다. 언뜻 듣기엔 하나만 써서 복사하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니올시다. 정해준 분량도 다르고 형식도 다르다. 이런 과제 정말 괴롭다. 받아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뭐 딱히 주문할 게 마땅찮아서였겠지만... 좀 더 참신한 거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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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오늘 새벽 1시경 MSN 메신저로 친구 녀석 M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M(친구 M): 안자나?
D(도그마): 자야지.
M: 모하나?
D: 별로... 아무것도 안 해.
M: 엠티도 갔다오고... 너무 젊게 사는구나..
D: 고되게 사는 거지.

중략

M: 집이라도 가까우면 남산에 가서 컵라면이라도 한사발 끓여먹고 헤어지면 좋은데, 이젠 너무 늙었구나.
D: 그러게 말이다.
D: 넌 근데 어쩐 일이냐.. 원래 이시간에 안자냐?
M: 이 시간에 컵라면 먹기엔 속이 버텨주지 못할것 같고...
D: ㅋㅋ
M: 원래 늦게 자지.
D: 컵라면 같은 박한 음식을 먹기엔 좀 늦었지.
M: 사실은 집에서 이메일좀 보다가 일이 좀 잘못된걸 늦게사 발견하고 저녁에 사무실 뛰어나갔다가 열한시쯤에 왔어.
D: 저런..
M: 참고로..
M: 이제 진짜로 위장이 늙어가나봐. 막 쓰리고.. 그래서 요즘은 밤에 배고프면 라면 대신 스프를 끓여먹기로 했다.
D: 스프도 별로 안 좋을 걸.
M: 엥?
M: 이것도 역시 instant 라 그런가?
D: 난 자다 속 쓰려서 벌떡 일어난 적도 있잖아.
D: 물론이지.
M: 스프 먹고서 쓰렸어?
D: 내가 웬만하면 자다가 일어나는 사람이 아닌데..
D: 스프만 먹고 그런 건 아니지만.. 스프라고 뭐 좋겠냐.
M: 이 시간에 뭘 먹은들 몸에 좋겠냐?
D: ㅋㅋ
D: 그래도 닭죽이나 뭐 그런 종류 없냐.
M: 그나마 부담이 좀 덜할것 같다는 약간의 기대..
M: 닭죽?
D: 응.
M: 그런거 집에 대놓고 먹는 사람 있냐? 무슨 날이나 돼야 먹지.
D: 그래서 스프 끓여서 국물만 후루룩 먹었단 말이냐?
D: 웬지 불쌍 모드인걸..
M: 며칠전 이 나이 되도록 혼자사는 노총각 동료와 컨설팅을 한 결과, 스프에 식빵 찍어먹으면 좋다고 해서
D: ㅋㅋ
M: 그날밤 스프는 사왔는데, 식빵이 없잖어.
D: 특이하구만... 스프에 식빵이라...
D: 근데 스프만 따로 팔기도 하남?
M: 그래서 스프만 먹었었지. 오늘은 마누라가 식빵 사다놓은게 있으니까 그날 먹다 남은 스프를.. 맛있겠다.
M: 오뚜기 쇠고기 스프
M: 가루로 된거 몰라?
D: 푸하하..
D: 난 또...
M: 이런 미친놈.
D: 난 라면 스프만 먹는 줄 알았잖아..
M: 야이 미친놈아
D: ㅋㅋ.. 그러니까 내가 이상하다고 하지..
M: 내가 미친놈인줄 알어? 이 미친놈아?
D: ㅎㅎ
D: 미친놈처럼 얘기하두만 뭐.
M: 어쩌면 생각이 그렇냐... 상상력이 너무 앞서가는거 아냐?
D: 흐.. 글쎄... 라면 얘기 나온 직후 따라오는 스프라면 그 스프가 아닐까..
D: 오히려 네가 좀 앞서간 느낌이 있다.
M: 라면이 부담되서 못먹겠다는 사람이 스프만 먹는다?
D: 걍 스프라면 모르겠으되 라면에 이어진 스프라면 내 생각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겠어?
M: 하긴, 그 스프에 식빵 찍어먹는다고 생각했으면 내가 미친놈처럼 보였겠군...
D: 내가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 얼마나 '이 미친 것이.. 쯔쯔...' 했겠냐...
M: 엽기적인 아이디어인데?
D: 말 나온 김에 함 먹어볼라구?
M: 어.
D: ㅋㅋ
M: 마침 식빵도 있고 하니..
M: 배고픈데 잘됐다.
D: 흐~

후략
라면 바로 다음에 나오는 스프는 당연히 '라면 스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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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으로 엠티를 갔다. 속리산이 어디인가. 바로 중학교 수학여행지가 아니던가.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관광지 숙박업체의 베짱 장사는 여전하다. 화장실 변기가 막혀 물이 안 내려가는데도 들은 척 만 척이고, 형광등은 전구 둘 중 하나만 불이 들어와서 방이 컴컴하다. 식사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박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이틀째 점심은 밥이 설익기까지 하다니...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엠티는 재밌었다. 물론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 내가 민폐를 끼치지는 않았는지 심히 걱정이 된다. 조별 달리기는 특히나 그렇다. 간만에 무리를 했는지 지금도 온몸이 뻐근하다. 나이 들어 애쓴다고 심사위원들이 봐주셨는지 저녁 식사 후 벌어진 노래자랑에선 1등도 먹었다.

엠티 참가원의 최대의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이튿날 아침 산행에 있었다. 내가 만나본 그 누구도 속리산 등반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문장대'라는 말은 언제나 공포가 뒤에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산행이 취소되리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싫어하는데도 당연히 올라간다니. 아마도 위정자 중의 누군가는 백성의 고통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수학여행의 기억으로도 문장대는 결코 유쾌하지 못하다. 등반의 고통과 고도에 따른 물가는 죽음의 상승작용이 된다. 아무튼 최소한 내가 아는 바로는 비가 와서 산행이 취소되기를 모두가 바랐다. 염원이 크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세차게 내리지 않고 부슬부슬 내리는 바람에 혹시나 주최측의 강행이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었으나, 비는 뒷심을 발휘하여 강하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내려 주었다. 고마울 따름이다.

산행이 취소된 대신 법주사에 대한 약식 강의가 이루어졌다. 한국사 전공 선생님께서 법주사의 관련 지식을 준비해오신 것이다. 그런데 이 선생님의 강의는 졸리기로 유명하다고 했다. 이는 선생님 자신도 인정하고 계셨다. 대체 얼마나 졸리길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보통은 5분 정도면 조는 사람이 있다더니 간밤의 술로 다들 무리를 했는지 2분도 안 되어 벌써 고개가 떨어지는 사람이 몇몇 보인다. 나이 들면 잠이 없어지는지 요새는 좀처럼 조는 일이 없는 나로선 처음엔 그닥 믿질 않았으나 그게 아니었다. 5분이 넘어갈 무렵 의식 저편에서 잔잔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잠의 물결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선생님은 인간이 어떤 조건에서 수면에 드는지를 정확히 알고 계신 듯하다. 웬만해선 이렇게 졸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꿈까지 꾸고야 말았다.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선생님의 설명이 절묘하게 겹쳐지면서 꿈 속에서 법주사를 돌아다닌 것이다. 이번 엠티는 보람이 있다. 굳이 빗속을 걷지 않고서도 구경 잘 하고 돌아왔으니 말이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엔 워낙 과 규모도 크고 한 과목에 배정된 교수 인원도 많았던 관계로 악명 높은 교수님의 경우엔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경우가 다르다. 피해갈 방법이 없다. 전공 3시간짜리 연강을 어떻게 버텨낼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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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학교 다녔을 때 도서관과 조금만 더 친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모르긴 해도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나랑은 전혀 관계 없는 곳인줄만 알았다. 내 스스로도 내가 도서관에 앉아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되질 않았다. 도서관 앞에 붙어 있는 '어제 OO실에서 제 가방을 가져가신 분께. 다른 것은 마음대로 처분하셔도 좋지만 OOO 노트만은 꼭 돌려 주세요...' 같은 글을 보면서도, '그것 봐라. 괜히 도서관에 가니까 저런 걸 잃어버리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처음엔 도서관에서 동기들을 마주치면 녀석들 얘기가 '어쩐 일이냐.' 정도였지만 나중에는 '누구 찾으러 왔니?'가 될 정도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구 찾으러 갈 때가 아니면 내가 도서관에 왜 가겠는가. 참으로 웃기는 것은 그런 내가 도서관 아르바이트로 장학금도 받았다는 사실이다.

작년에 다시 학교 들어갈 준비를 하면서 도서관과 다시 인연을 맺었다. 워낙에 도서관에 대한 선입관이 있는지라 적응하기 힘들줄 알았지만 의외로 도서관이라는 곳이 괜찮은 곳이었다. 우선 많은 책을 이것저것 골라서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대형서점에서도 가능한 일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불편하게 서서 보는 것과 여유있게 허리 펴고 앉아서 보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게다가 시끄럽지 않아서 좋지 않은가 말이다. 피곤하면 졸아도 괜찮다. 친구 R처럼 자다가 침으로 빈대떡을 부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몇 번을 생각해도 이거 정말 괜찮은 장사다. 아니 왜 예전엔 이런 좋은 곳을 몰랐단 말인가.

도서 대출 코너에 앉아 있는 아저씨 또한 도서관에 대한 인상을 바꾸는 데 한몫을 했다. 영등포 도서관의 대출 담당 아저씨의 표정을 본 사람은 누구라도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을지 모른다. 아~ 그 평온한 얼굴이란...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다 털어내고 무심의 경지에 이른 듯한 그 얼굴. 느릿느릿한 손길이 책에 닿는 순간 띡~ 하고 바코드 읽는 소리가 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아... 저런 거 나한테 시켜 주면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이러다가 오후 5시가 되면 퇴근 준비를 하겠지. 부럽다...'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공부하면서 도서관학과로 갈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학교에서도 공강 시간에는 주로 도서관에 앉아 있다.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도서관 체질이 된 것은 아니다. 사실 어디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동아리에 든 것도 아니고 학생회실에 앉아 있기도 좀 그렇다. 학생 휴게실은 도무지 시끄러워서 10분을 앉아 있기 힘들다. 적극적으로 찾았든 혹은 다른 대안이 없어서이든 간에 어쨌거나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라 하겠다. 공부는 습관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내가 이 공간을 예전처럼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물론 나중에 본격적으로 입시공부를 하게 되면 또 지겨워지겠지만...

도서관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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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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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신입생 환영회라고 했는데 요즘은 대면식이라고 한다. 명칭이야 어쨌거나 여하튼 월, 화 이틀에 걸쳐 대면식에 참가했다. 첫날은 새벽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지만 가정이 있는 사람이 연이틀 외박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 둘째날은 1차에서 자리를 떴다. 그래도 첫날 3차까지 참가한 걸로 만족한다. 덕분에 2학년 선배들 얼굴도 익히고, 무엇보다도 OT에 가지 못한 관계로 동기들이 낯설었던 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근데 처음엔 최소 15살 이상 차이가 나는 젊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 뭔가 좀 참신할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말해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17년 전에는 과 환영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발식을 구경했다. 당시에도 고등학교 동문회 자리에선 있었지만 과 행사에서는 생각지도 못하던 것이었다. 신입생들이 순서대로 나와 냉면 사발로 막걸리를 들이킨 후 자기 소개를 하는 건데, 사실 자기 소개랄 것도 없는 것이 그냥 학번과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고 노래 한 자락 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광경이다. 그렇다. 군대식 관등성명이다. 어째서 군대보다 대학이 더 군대스러울까. 참으로 의아한 일이다. 술만 해도 그렇다. 저렇게 사발로 부어 넣으면 선후배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것일까. 다음날 교수님은 그런 술자리의 의의를 '해방'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셨다. 그런데 왜 해방감을 맛보아야 하는 자리에서조차 자기 마음대로, 주량대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일까.

첫 대면식이 있던 다음날 1학년 과대표를 통해 소위 '지적 사항'이라는 것이 내려왔다. 말하자면 그날 술자리에서 신입생의 행동거지에 맘에 안 든 부분이 있어 조목조목 따지는 것이다. 교수님 말씀하시는데 지방 방송이 나온다거나, 선배를 부르는 호칭이 잘못되었다거나, 노래를 시키는데 뺀다거나 하는 내용이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잡지 않고 나중에 누군가를 불러내어 지적하는 것도 영락 없는 군대식이다. 상호간의 예의는 강조한다고 해서 나쁠 것 없지만, 강요당하는 예절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는 선배들도 예전에 느끼지 않았을까.

아무튼 학교를 다시 들어간 게 아니라 어째 군대를 다시 간 것 같아 기분이 좀 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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