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악몽

롤플레잉 2006. 3. 15. 18:17
같은 과 1학년 전원이 듣는 수업이라길래 덜컥 따라 수강 신청을 한 것이 '심리학개론'이라는 과목이다. 근데 첫 수업 시간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일인지 전혀 낯설지가 않은 것이다. 그렇다. 이 과목을 17년 전에도 들었던 것이다. 그 때엔 '인간 행동의 심리적 이해'라는 이름으로 들었다.

당시에도 심리학에 대한 아주 일반적인 오해 때문에 그 과목을 듣는 사람들이 많았다. 즉 심리학이 과학이 아니라 철학이나 사회학에 가깝다는 오해 말이다. 그러나 개별적인 심리학은 접해본 적이 없으니 모르지만, 최소한 개론 만큼은 철학보다는 생물학에 가깝다. 아니 왜 선생님은 그 얘기를 수강신청 변경 기간 전에 얘길 해 주지 않는 것인가. 변경 기간 다 끝나서 이제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 와서 "사실 심리학이란 이러이러한 거다." 라고 얘기해 줘 봐야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첫 수업의 본격적인 내용도 낯설지가 않다. 구조주의, 기능주의, 행동주의, 인지주의 등의 제반 심리학의 접근 방법이 소개되었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 참으로 신기해서 완전히 까먹고 있던 내용도 뇌의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이제 다시 들어보니 슬글슬금 기어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근데 예전 기억이 점점 더 또렷해질수록 이게 전혀 기쁘지가 않다. 그 당시 난 생물학을 닮은 심리학의 실체에 너무나 실망한 나머지 그 이후로는 수업을 거의 모두 빼먹어 버렸으며 나중에 받은 학점도 1학년 1학기의 유일한 'D'였던 것이다.

나쁜 일은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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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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