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654건

  1. 2006.02.14 치한 취급을 당하다
  2. 2006.02.13 공력과 젊음
  3. 2006.02.13 이야기 5.3
  4. 2006.02.11 그란투리스모4
  5. 2006.02.11 월드컵과 술내기
  6. 2006.02.10 본전 생각
  7. 2006.02.09 가끔은 길을 떠나고 싶지만...
  8. 2006.02.08 무림과 경제활동
  9. 2006.02.07 사이바라 리에코의 마작 방랑기
  10. 2006.02.06 구글이 SWIG를 쓴다니...
애들은 커 가면서 하루하루가 다른 것 같다. 바로 어제까지 하던 행동을 어느 순간 완전히 잊은 듯이 안 하게 되는가 하면, 언제 이런 걸 배웠나 싶은 갑작스런 퍼포먼스로 부모를 즐겁게 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날 갑자기 도리도리를 한다든지, 어느날 갑자기 바이바이를 배워 엄마 아빠는 물론 일가 친척까지 기쁨과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딸이 백일 무렵부터 이제까지 늘상 하던 행동 중에 뽀뽀도 있다. 두 팔로 안아주거나 앉아서 놀고 있을 때 얼굴을 맞대고 '뽀뽀~' 라는 주문을 외면, 낯선 사람이 아닌 한에선 입술 박치기에 들어간다. 딸이 할 수 있는 많은 퍼포먼스 중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 종목이었다. 또 하나의 인기 종목으로는 이놈이 뭘 먹고 있을 때 '좀 주세요. 아~' 라고 하면서 입을 벌리면 선뜻 자기가 먹던 걸 상대방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욕심 부리지 말고 서로 나누고 살라는 엄마의 깊은 뜻이 담긴 퍼포먼스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인기 종목을 어느날 갑자기 까먹은 걸까. 아니면 갑자기 맘에 들지 않게 된 걸까. 자기 것이라는 소유물의 개념이 생겼는지 갑자기 음식을 나누어 주지 않겠단다. 나눠 먹자고 아무리 졸라도 먹던 걸 오히려 등 뒤로 감추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거의 동시에 뽀뽀도 안 해 주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나 친척들이 이놈과 뽀뽀 한 번 하려고 몇 번을 애원해야 하는지 모른다. 멀쩡하게 가만 있다가도 입술만 가져가면 고개를 홱 돌려 버린다.
그저께는 아빠 방에서 잘 놀고 있었는데, 뽀뽀해 달라는 아빠 말을 몇 번 무시하더니 결국에는 '꺅~' 하는 소리까지 지르지 뭔가. 억지로 뽀뽀하려다 딸에게 치한 취급을 당한 것이다. 안방에 있던 엄마가 놀랄 정도였다. 밀려드는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자그마한 일에도 이러할진데 나중에 딸이 커서 부모의 뜻을 거스르거나,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없어질 때 느끼는 감정은 오죽하겠는가.

기쁜 일이 생기면 또 그렇지 않은 일도 하나씩 늘어간다.

'패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의 돌잔치  (0) 2006.02.26
정인이 돌 사진  (0) 2006.02.18
정인이 사진  (0) 2006.02.04
걸음마  (0) 2006.02.03
직립보행  (0) 2006.01.29
Posted by 도그마™
,

공력과 젊음

롤플레잉 2006. 2. 13. 17:03
어제 Cable TV에서 '택견 명인전' 이라는 대회를 중계해 주었다. 무협지 팬인 내가 그냥 지나갈 리 없다. 최소한 대회용으로는 얌전하게 다듬어진 스포츠인 태권도와 달리, 택견은 마치 K1의 그것과 같이 거세되지 않은 무술로서의 숨소리가 살아있다.

대회는 16강이었는데 그 중 한 시합에는 띠동갑 간의 대결이 이루어졌다. 20대 중반의 날렵한 청색 도복과 30대 후반의 적색 도복 간의 대결이었다. 해설자의 소개로는 날렵하고 힘과 스피드가 장점인 젊은 고수와 노련미 넘치는 장년 고수의 대결이란다. 경기가 시작되자 처음엔 마치 유도와 같은 탐색전이 벌어진다 싶더니 한순간에 손과 발이 상대방을 향해 날아들어갔다. 둘 다 고수인지라 쉽게 승부가 날 것 같지는 않았으나, 어느 한 순간 젊은 고수가 장년 고수에게 바람같이 다가서더니 오른발을 번쩍 들어 상대방의 얼굴을 찍어내려갔다. 그와 함께 반사적으로 장년의 고수도 반격을 위해 함께 돌진해 들어갔고, 자신의 얼굴에 상대방의 발이 닿는 그 순간 되치기로 젊은 고수를 넘어뜨려 버렸다. 심판의 손은 적색 도복의 장년 고수를 향해 번쩍 올라갔다. 장년의 고수가 상대방을 넘어뜨렸으므로 1점과 함께 첫 판을 따낸 것이다. (택견은 점수가 나면 바로 한 판이 끝나며, 총 세 판으로 승부를 가른다.) 그런데 이 젊은 고수의 발길질이 예사롭지가 않았나 보다. 적색 도복은 계속해서 코에서 피를 흘렸고, 응급처치에도 불구하고 경기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해설자 말로는 발이 코를 스쳤는데 그 정도로도 코뼈가 부러지는 건 예사란다. 아무래도 이 경우도 그런 것 같았다. 결국 경기는 둘째 판에서 한 점을 더 따냈지만 더이상의(8강 이후의) 경기를 진행하기 불가능했던 장년 고수의 기권으로 끝나 버렸다.

무협지에선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고수 대접을 받는다. 단순히 예의범절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러하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허연 수염을 휘날리는 고수가 이제 막 강호에 나온 젊은 초짜 고수 여럿을 가지고 노는 장면은 무협지에선 너무도 당연한 얘깃거리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왜 태권도는 올림픽에 나이 든 고수들을 내 보내지 않는가. 눈만 뜨면 내공 운운하는 우슈는 또 어떠한가. 올림픽의 무술 종목 중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유도도 마찬가지 아닌가.

역시 무협지는 판타지일 뿐인가 보다. 힘이 빠져 뒷방 신세로 전락해가는 고령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머리를 짜낸 것이 무협지의 공력인지도 모르겠다. 설령 나이를 먹을수록 공력이 올라간다고, 그래서 더욱 강해진다고 해도, 공력과 젊음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난 주저 없이 젊음을 선택하겠다.

'롤플레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의 명장면 (1)  (0) 2006.02.15
엉뚱한 곳에서 불타오르다  (0) 2006.02.15
이야기 5.3  (0) 2006.02.13
본전 생각  (0) 2006.02.10
가끔은 길을 떠나고 싶지만...  (0) 2006.02.09
Posted by 도그마™
,

이야기 5.3

롤플레잉 2006. 2. 13. 01:40
서핑 중 우연히 예전에 컴퓨터 통신 시절에 사용하던 '이야기'를 발견했다. 도스용 게임 때문에 깔아 놓은 DosBox를 이용하여 실행해 보았더니 의외로 잘 되는 게 아닌가. 물론 모뎀은 찾을 수 없다고 나오지만...

반갑기 그지 없는, 도스 화면이 갈라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니, 90년대 초반의 일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월동 준비로 부엌 한쪽에 천장까지 연탄을 쌓아두고 흐뭇해하던 일이며, 석유 곤로에 불을 댕겨 밥 해먹던 일이며, 연탄불 꺼뜨리지 않으려고 불광동 전철역에 버스를 내리자마자 산동네 비탈길을 한달음에 올랐던 일이며...
하숙비가 아까워 판자촌 자취 생활을 해놓고선 통신비가 아까운 줄도 몰랐으니, 방세에 식비와 교통비, 통신비를 더하면 배보다 배꼽이 훨씬 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체 무엇에 그렇게 홀려 그 시절을 홀라당 다 태워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참으로 우습게도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공부 외에는 별로 한이 맺힌 게 없다. 해 볼만한 거 대충은 다 해 본 것 같다.

가슴이 아프다. 열심히 살자.

'롤플레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엉뚱한 곳에서 불타오르다  (0) 2006.02.15
공력과 젊음  (0) 2006.02.13
본전 생각  (0) 2006.02.10
가끔은 길을 떠나고 싶지만...  (0) 2006.02.09
무림과 경제활동  (0) 2006.02.08
Posted by 도그마™
,
그란투리스모4의 동영상을 보고도 불타오르지 않는다면 운전 면허가 없거나 뜨거운 가슴이 없는 사람이다. 현실에서야 드라이버도 아닌, 규정 속도 잘 지키는 얌전한 운전자에게도 드리프트 한 번 해 보고 싶은 맘이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수도고배틀 이후로 레이싱 게임을 지르지는 못하고 계속 기웃거리기만 했던 이유는 순전히 경제적인, 즉 주변기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결정적인 진입 장벽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허한 가슴을 PC에서 니드포스피드 등으로 달래려 해 봐도 아무래도 손맛이 나질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래도 못 먹는 떡이라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다시 오프닝을 본 순간 다시 가슴이 불에 덴 듯한 이 느낌... 하지만 로지텍 드라이빙 포스 PRO에다가 거치대까지 장만하려면 20만원이 훌쩍 넘어가 버린다. 다시 절망...

돌파구는 비자금밖에 없다.

'엔터테인먼트 > 게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okworm Adventures  (0) 2008.09.16
곰TV 스타 인비테이셔널 흥행 실패?  (0) 2008.02.28
Gundemonium Recollections  (0) 2008.02.23
Ancient Domains of Mistery  (1) 2006.04.06
사이바라 리에코의 마작 방랑기  (0) 2006.02.07
Posted by 도그마™
,

월드컵과 술내기

프렌즈 2006. 2. 11. 16:36
지난해 말 송년회도 못했던 동기들이 어제 강남역에서 모였다. 그래 봐야 남자 넷이서 모일 작정이었고, 그나마 한 놈은 퇴근시간 무렵 직장 상사에게 잡혔는지 결국 나오지 못했다. 광 파는 인간은 못 오더라도 세 명이면 그래도 밥먹고 술 한 잔 하기엔 그리 나쁘지 않다.

영광굴비로 저녁식사를 마친 우리는 사이비 와인바에 자리를 잡았다. 가격이 비싼 것 말고는 마주앙이랑 무슨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없는 와인에, 저녁을 먹어서 그랬는지 왠지 손이 잘 안 가는 치즈를 안주로 시켜놓고, 직장 상사에 대한 성토로 시작해서 수능 얘기로, 학교 다닐 때 배운 과목 중에서 지금도 유익하다 싶은 것들, 혹은 그 때 공부 좀 해 놓지 못한 것이 아쉬운 과목들, 송도 신 캠퍼스 얘기 등 주제를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흔들어가며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결국은 주제가 온국민의 단골 메뉴 스포츠로 방향을 틀었는데...

처음엔 화기애애했다고 할 수 있다. 정재근, 문경은, 이상민, 전희철 등이 거론되었던 농구 얘기나, 박노준이 라이벌로 의식했던 송진우, LG나 두산의 팀컬러 얘기, 서용빈에 대한 안타까움, LG가 이순철을 감독으로 기용하면서 어떻게 망가졌는지에 대한 얘기에서 우리 셋은 의기투합했었다. 그런데 당연히 올해의 관심사인 월드컵이 나오면서 좀 엉뚱하게 사건이 터졌다. 온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으나 폴란드전의 한 골로 면죄부를 받았던 황선홍, 유럽에서 잘나가고 있다는 박지성, 이영표 등에 대해선 어차피 의견이 다를 만한 이유도 없었지만, 이동국이나 이천수 등이 도마에 올랐을 때에도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그런데 올해 월드컵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자기 얘기가 입에 오르면 약간은 어리둥절할지도 모르는 최순호가 문제가 된 것이다. 월드컵 퍼즐을 맞추어 가던 우리 셋은 최순호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 즉 어느 월드컵에 출전했는지에 다다랐을 때 갑작스레 적대적으로 변했다. S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 최순호랑 황선홍이 함께 출전했다고 우기는 것이다. 당시 우린 미국 월드컵 때의 황선홍의 그 유명한 똥볼에 대해서 얘기중이었는데 뜬금없이 최순호가 그때 출전했다고, 심지어 한 골 넣었다고 우기는 S의 주장에 황당해진 T와 나는, 박창선이랑 같이 뛰어다니던 최순호가 미국 월드컵에 혹시라도 참가했다면 프런트로 갔을 것이라고 했지만 S는 의외로 강하게 반발했다. T랑 내가 잘 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최순호랑 황선홍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분명 월드컵에 함께 출전했으며(나중에 알아보니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이었다), 최순호는 94년까지 장수했다는 것이다.

급기야 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 오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 S랑 T는 10만원 짜리 술내기에 들어갔다.
"흐흐... S야, 술 살 준비나 하거라."
"누가 할 소리. 이렇게들 정신이 없냐."
"둘 다 진정해. 근데 S 너 정말 생각 잘 해 보고 한 소리 맞어? 최순호 나이가 얼만데."
"시끄러. 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
그렇다. 난 사실 누가 이기든 떡이나 얻어먹으면 되지만, 요즘 직장에서 사장으로부터 전방위 쪼임을 당하고 있는, 그래서 약간 맛이 가서 헷갈린 게 틀림 없는 S가 나로선 안쓰러울 뿐이다.

고맙다, S야... 술은 잘 얻어먹으마.

'프렌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리통에 대한 편견  (0) 2006.03.17
스프가 그 스프가 아니었다.  (0) 2006.03.12
졸업식과 자장면  (0) 2006.02.20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0) 2006.02.16
다리미  (0) 2006.02.01
Posted by 도그마™
,

본전 생각

롤플레잉 2006. 2. 10. 12:17
별로 자랑할 만한 얘기는 아니지만, 막상 하고 나면 잘 했다는 생각도 들고 마음이 후련하고 몸도 개운한데, 시작하기까지가 정말 힘든 것이 두 가지 있다. 바로 러닝머신(또는 조깅)과 대중목욕탕에 가는 것이다. 전자야 다들 공감하는 바일테고, 후자의 사정은 이러하다.

신촌에서 하숙을 할 때만 해도 장미사우나가 영업중이었고,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씩 목욕탕에 갔었다. 그곳이 그다지 고급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그만그만한 시설로 하숙생이나 신촌에서 한잔 꺾은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러다 불광동 산동네 판자촌에서 자취 생활을 하면서부터 좀 달라지기 시작했다. 불광동 주민들에겐 좀 미안한 말이지만, 이쪽 로컬 목욕탕은 위생 상태가 뭔가 모르게 좋지 않았고(미끌거리는 바닥에 뒤통수가 깨질 뻔한 적도 있다), 왠지 거길 다녀오면 개운함 보다는 뭐라도 하나 더 묻혀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얼마 안 가 장미사우나도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당시만 해도 찜질방 같은 건 없었다. 그렇다고 목욕을 하려 마포로, 여의도로 원정을 가기도 참 우습지 않은가. 그러니 자연스럽게 한달에 목욕탕을 가는 횟수는 줄어들고, 대신 한 번 가면 확실하게 껍질을 벗기고 오는 식으로 된 것이다.
나중에 다시 신촌으로 옮기고, 전세방을 얻어 자취를 하고부터는 집에서 샤워를 하게 되니 아무래도 더욱 목욕탕 발길이 뜸해졌다.

하지만 아무래도 집에 무슨 월풀 욕조가 있지 않은 이상, 뜨거운 탕에 담그는 것과 집에서 하는 샤워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아내의 구박도 심해져 가고 몸도 뭔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때쯤이면 그래도 대중목욕탕에 가서, 끓는 물에 한 번 데쳐 오곤 한다. 그런데 이러다 보니 약간의 부작용이 생겼는데, 그것이 뭔고 하니, 언제 또 올지 기약할 수 없으니 본전을 뽑고 싶은 마음에 거의 목숨 걸고 밀고 오는 거다. 그러고는 집에 와서 앓아 눕는다. 물론 아내는 무슨 큰 일을 해냈길래 이렇게 죽는 시늉을 하냐고, 누가 보면 독립 운동이라도 하고 온 줄 알겠다고, 그러니까 자주 가서 조금씩 하고 오면 될 거 아니냐고 또 구박을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습성을 고치기란 쉽지 않다.

올 겨울에 아내랑 안면도의 노천 스파에 다녀왔다. 몸이 찌뿌드해서 온천수에 확실하게 한 번 삶아서 오자고 얘기가 된 것이다. 노천탕에 앉아서 바라보는 저녁놀은 나름대로 운치 있었다. 그런데 코스 한쪽에 폭포수처럼 물이 쏟아져서 등 안마를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시험삼아 등을 대 보니 얼마나 시원한지... 근데 그것도 조금만 하면 될 것을, 이번에도 거의 본능적으로 본전 생각이 나서 오래오래 그 물벼락을 맞고 버틴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다른 코스 다 돌고 나서도 나가는 길에 한 번 더...
안마도 과하면 구타가 된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목욕탕... 자주 가서 살살 하고 오자...

'롤플레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력과 젊음  (0) 2006.02.13
이야기 5.3  (0) 2006.02.13
가끔은 길을 떠나고 싶지만...  (0) 2006.02.09
무림과 경제활동  (0) 2006.02.08
아저씨와 디아블로  (0) 2006.02.05
Posted by 도그마™
,
눈이 내리면 하고 싶은 게 있는가. 나는 길을 떠나고 싶다.

이번에 눈이 제법 많이 내렸다.
겨울철에 눈 구경 하기 힘든 부산에서는 이때가 특별한 날이다. 해저문 저녁 시간 이후로 바깥 출입을 금하는 비교적 엄격한 가정에서도 눈 오는 날 만큼은 예외가 적용되어, 밤 10시 이후에도 창문 밖에서 'OO야 눈 온다! 나와라!' 라는 아이들의 부름에 들떠 골목으로 뛰어나갈라 치면, "옷 두껍게 입어라. 너무 늦게 들어오진 마라..." 정도의 훈계가 보통이다. 내리는 즉시 녹아 버리는 게 보통이라, 이렇게 쌓일 정도로 눈이 오는 밤이면 눈싸움에, 눈사람에 세상은 온통 아이들의 것이다. 이젠 막히는 출퇴근길이나 눅눅해지는 옷가지, 염화칼슘 등의 무드 없는 일상으로 인해 예전과는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눈 오는 날의 로망은 살아 있다.

언제부터인가 눈 내리는 밤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뭔가 모험이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 속에서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래서 한편으론 평온한 삶을 살다가, 어느날 누군가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인해 생각지도 않았던 커다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그런 모험 말이다.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파이널 판타지 VI' 이후인 것 같다. 눈보라를 헤치며 광산 도시 나르셰로 걸어가는 세 사람의 인트로 화면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이제부터 시작되는 험난한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매개로서의 역할을 멋지게 해낸다.


파이널 판타지 VI의 인트로

예측 가능한 일상의 수레바퀴를 도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이렇게 NPC처럼 살다가 늙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대사 몇 마디 없이 마을 안에서만 돌아다니는 NPC...
한번쯤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은 사람이 없겠는가. 우리가 사는 마을에선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세계의 안녕이 위협받고 있으며, 이 파멸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자신이라면 하는 생각 말이다. 나 없으면 세상이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것이다. 현실에선 나 하나 죽어도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못 끼치지만, 게임 속에서처럼 내가 잘 못 되기라도 하면 바로 '게임오버'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 어드밴스의 오프닝에서도 눈이 내린다.

근데 참으로 재밌는 것은 그렇게 모험을 떠나자마자 바로 그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일상이 다시 그리워진다는 것이다. 모험 도중 들른 마을의 주점에 그냥 눌러앉고 싶은 유혹이 밀려오는 것은, 단순히 내 게으름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역시나 세상을 구원하는 일 같은 것은 한 개인에게는 너무나 파격적이고 거창한 일이다. 늘 똑같은 일상을 저주하지만, 막상 그 달콤한 평온함이 깨어지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 봐라' 라고 말하며 한 걸음 다가서는 이 불편함... 가끔 마을이 나타나면 다행이지만 보통은 밥 먹듯이 노숙을 해야 하고, 살을 에는 추위와 맞서고, 숨이 멎을 것 같은 사막을 지나야 하고, 심지어는 적이 너무 강한 나머지 경험을 쌓기 위해 지나왔던 곳을 몇 번이나 다시 돌아다녀야 하고... 누군가는 벽 한 쪽에선 난로에 장작이 타오르는 주점에서 오랜 친구들과 한 잔 걸치는 동안, 또 누군가는 세상 어느 한 구석에서 이 세상을 파멸로 몰아가려고하는 세력과 숨가쁜 운명의 일전을 벌이고...
멋진 것도 잠시, 곧 피곤하다... 난 애시당초 그냥 주점에 앉아 있다가 모험 중간에 잠깐 들르는 영웅들을 맞아 그들의 얘기를 흥미진진하게 들어주고 싶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로맨싱사가2

눈 내리는 그 날 밤 내가 모험을 그리워하고 있을 바로 그 때, 그 반대로 나와 같은 평범한 삶을 그리워하면서, 영웅들이 우리집 앞 골목길을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어깨에 걸린 운명을 불평하면서, 따뜻한 음식과 난로를 그리워하면서 말이다...


Kids Run Through the City Corner --- Final Fantasy VI

지금 책장에는 '파이널 판타지 X-2'가 오래 전부터 새로운 나의 모험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집 떠나면 고생이다...

'롤플레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야기 5.3  (0) 2006.02.13
본전 생각  (0) 2006.02.10
무림과 경제활동  (0) 2006.02.08
아저씨와 디아블로  (0) 2006.02.05
어머니들의 꿈  (0) 2006.02.04
Posted by 도그마™
,
밥 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즐겨 보는 무협지, 무협만화의 주인공들이 속한 소위 정파라고 하는 집단은 어떻게 밥벌이를 하는가 하고 말이다.
사파 집단은 그래도 어느 정도 경제활동에 대해 서술되고 있다. 청부살인, 납치, 첩보활동 등 그들이 최소한 어떻게 경제 주체로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근데 정파는 뭐 먹고 살지?
그나마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표국 호위무사 정도인데, 대개의 무협지에서 그렇듯 표국이라는 노동시장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할 뿐 아니라, 비교적 숙련도가 낮은 무술 노동자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 경험 있고 숙련도 높은 무술 노동자는 무슨 일을 하는가? 무술도장으로? 그런데 무협지를 본 사람들은 알 수 있지만 무술도장의 수강생(제자)들이 어디 한 번이라도 수강료 때문에 고민한 적 있던가. 이번 달 수강료 밀렸다고 제자들을 다그치는 스승을 본 적 있던가. 그렇다면 무술도장은 기본적으로 재산이 많은 사람이 사회 봉사 차원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이 아닐까?
그렇다고 그 많은 인간들이 모두 수렵으로 살아가는 것 같지도 않고... 이도저도 아니면 혹시 시장 상인들로부터 얼마씩 후원을 받는 건가? 흠... 그렇다면 정파들도 나와바리를 관리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렇다면 제자들이 스승을 사부라 부르지 않고 형님이라 불러야 하는 게 아닐까...

밥 먹다가 별 쓰잘데기 없는 걱정도 다 한다.

'롤플레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전 생각  (0) 2006.02.10
가끔은 길을 떠나고 싶지만...  (0) 2006.02.09
아저씨와 디아블로  (0) 2006.02.05
어머니들의 꿈  (0) 2006.02.04
좋은 엄마 아빠 되기  (0) 2006.02.04
Posted by 도그마™
,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무슨 게임을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주목해야 것은 '자투리' 시간이다.
막간을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이 있나 하면 아예 접근 자체를 달리해야 하는 게임도 있다. 즉 미리 날을 잡고 단단히 맘먹고 시작해야 하는 게임을 말한다. 예를 들면 RPG나 어드벤쳐, 전략시뮬레이션 중의 일부가 이 범주에 속한다. 이런 게임은 낯을 익히는 시간도 충분히 필요할 뿐 아니라 게임에 들여야 하는 시간 또한 만만찮다. 게임 매뉴얼도 필요하며, 아무리 박터져라 해도 안 될 때엔 공략집이 필요할 때도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 장르는 RPG이다. 하지만 딸이 낮잠 자는 한두 시간 동안 '파이널 판타지'를 할 수는 없는 거다. 소위 게임의 리듬이 깨지면 아니한 만 못하기 때문이다.
정말 공부에도 때가 있듯이 게임에도 때가 있는 것 같다. 영혼을 불사르며 '디아블로'를 잡으러 돌아다녔던 그 때로 돌아가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제 또 다시 끼니를 걸러 가며, 하얗게 밤을 새워 가며 퀘스트를 깨러 앙그반드의 던전을 휘젓고 다닐 수 있을까 싶다. RPG가 재미 없어져서가 아니다. 어드벤쳐가 식상해져서가 아니다. 도무지 이놈의 리듬을 깨지 않고 온전히 게임에 바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내겐 잘 주어지지 않는다. '삼국지', '문명', '파이널 판타지', '원숭이섬의 비밀'... 다 떠나 보내야만 한다. 슬픈 일이다.

그러나 RPG나 어드벤쳐의 세계로 도망치기엔 일상의 무게가 너무 무거운 아저씨 아줌마들에게도 열려 있는 게임의 세계가 있으니, 대표적인 장르가 바로 보드게임이다. 이미 현실세계에서 낯을 튼 종목이라 바로 게임에 집중할 수 있다. 코스요리가 아니라 일품요리에 가까운 게임 시간 또한 아저씨 아줌마들의 편이다. 주차장 관리 아저씨, 아파트 경비 아저씨, 여관 카운터 아줌마, 비디오 가게 주인들을 보라. 심지어 업무 중에도 게임이 가능하지 않은가... 축복이다.

그렇다고 내가 고스톱이나 카드게임 같은 온라인 보드게임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난 강한 몬스터는 참을 수 있어도 무례한 몬스터는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5초만 뜸을 들여도 여지없이 튀어나오는 '빨리빨리...'와 그에 이어지는 욕설에 질려버린 나로선 온라인 게임은 팔자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짬이 났을 때 주로 즐기는 게임은 오프라인용 보드게임으로 영역이 줄어들어 버렸다.
그중에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것이 바로 '사이바라 리에코의 마작 방랑기'라는 게임이다. 마장(마작의 공식 명칭)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추천한다. 마장을 할 줄 모른다고? 정말 애석하다. 그 재밌는 마장을 모른다니. 인생은 마장을 알기 전과 마장을 알고난 후로 나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는가?

'... 방랑기'는 일본 게임답게 일본마장 룰을 따르기 때문에 중국이나 한국 룰에 익숙한 사람은 처음에 혼란스럽기도 하겠지만, 적응하기 나름이다. 지역에 따라 제각각인 마장룰을 모두 적용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일본 룰도 알고 보면 상당히 재밌다. 물론 일본 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1995년 TAITO에서 출시한 이 게임의 특징은 사이바라 리에코의 만화를 게임에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단순하지만 밝은 배경음악도 맘에 든다. 제대로 된(상하이나 사천성류가 아닌) 일본 마장 게임 중에선 도박성을 강조하여 야쿠자라도 나올법한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래서 가벼운 게임을 예상한 사람들에겐 약간 부담스러운 게임도 많다.
Super Famicom이나 GBA용 마작 게임은 패 모양도 꽤나 중요한데, 그것은 제한된 해상도 안에서 자연스럽고 가독성 있는 패를 그려내기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 방랑기'는 성공적이다. 다른 슈패용 마작 게임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밤에 잠이 안 올 때, 무료하다 싶을 때, 그렇다고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앤 매직'을 한 판 하자니 내일 아침 일어날 일이 두렵다면 마장을 추천한다.


  ① 약간은 폐인스러운 게임 타이틀 화면이다.
  ② 경기 초반부터 리치(한국룰에서는 엎어)를 선언하고 있다. 이제 패 하나만 기다리면 된다.
  ③ 자급으로 이겼다. 족보는 칠대작이다. 하다보면 의외로 칠대작이 그리 드물지 않게 만들어진다.
  ④ 점수표 화면이다. 캐릭터의 표정이 재밌다.
  ⑤ 이렇게 개념 없는 떡패는 정말 괴롭다. 별로 희망이 없다.
  ⑥ 그 와중에 백 풍을 잡아 간신히 빛이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 게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okworm Adventures  (0) 2008.09.16
곰TV 스타 인비테이셔널 흥행 실패?  (0) 2008.02.28
Gundemonium Recollections  (0) 2008.02.23
Ancient Domains of Mistery  (1) 2006.04.06
그란투리스모4  (0) 2006.02.11
Posted by 도그마™
,
구글이 파이썬을 업무의 전 분야에 걸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 확장에 SWIG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솔직히 의외다.
개인적으로는 파이썬을 확장할 때 맨 처음 사용했던 것이 SWIG였다. 간단한 문법으로 C/C++을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그러나 SWIG를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왠지 쓸데없는 코드가 많아지는 것 같았을 뿐만 아니라, C/C++을 세밀하게 래핑하고 싶을 경우에는 SWIG 문법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이것저것 공부할 것도 많고 해서 머리가 지끈지끈...
그래서 Pyrexctypes 쪽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덩치큰 확장이 아니면 그냥 수작업으로 확장모듈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결정적으로 scheme 확장 모듈을 만들 때 SWIG가 시원찮은 결과를 몇 번 보여준 뒤로는 거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는 분위기였는데...

사람 마음이 참 우스운 것이, 그거 없이도 잘 살다가 남들이 그걸 잘 쓴다고 하니 괜히 또 솔깃해져서, 관심이 가는 것은 무어란 말인가... 게다가 C라면 몰라도 C++ 래핑용으로는 SWIG가 오히려 불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단 말인가...

-----
관련글: OpenLook 구글에서는 파이썬을 어디에 쓰나요
Posted by 도그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