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커 가면서 하루하루가 다른 것 같다. 바로 어제까지 하던 행동을 어느 순간 완전히 잊은 듯이 안 하게 되는가 하면, 언제 이런 걸 배웠나 싶은 갑작스런 퍼포먼스로 부모를 즐겁게 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날 갑자기 도리도리를 한다든지, 어느날 갑자기 바이바이를 배워 엄마 아빠는 물론 일가 친척까지 기쁨과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딸이 백일 무렵부터 이제까지 늘상 하던 행동 중에 뽀뽀도 있다. 두 팔로 안아주거나 앉아서 놀고 있을 때 얼굴을 맞대고 '뽀뽀~' 라는 주문을 외면, 낯선 사람이 아닌 한에선 입술 박치기에 들어간다. 딸이 할 수 있는 많은 퍼포먼스 중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 종목이었다. 또 하나의 인기 종목으로는 이놈이 뭘 먹고 있을 때 '좀 주세요. 아~' 라고 하면서 입을 벌리면 선뜻 자기가 먹던 걸 상대방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욕심 부리지 말고 서로 나누고 살라는 엄마의 깊은 뜻이 담긴 퍼포먼스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인기 종목을 어느날 갑자기 까먹은 걸까. 아니면 갑자기 맘에 들지 않게 된 걸까. 자기 것이라는 소유물의 개념이 생겼는지 갑자기 음식을 나누어 주지 않겠단다. 나눠 먹자고 아무리 졸라도 먹던 걸 오히려 등 뒤로 감추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거의 동시에 뽀뽀도 안 해 주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나 친척들이 이놈과 뽀뽀 한 번 하려고 몇 번을 애원해야 하는지 모른다. 멀쩡하게 가만 있다가도 입술만 가져가면 고개를 홱 돌려 버린다.
그저께는 아빠 방에서 잘 놀고 있었는데, 뽀뽀해 달라는 아빠 말을 몇 번 무시하더니 결국에는 '꺅~' 하는 소리까지 지르지 뭔가. 억지로 뽀뽀하려다 딸에게 치한 취급을 당한 것이다. 안방에 있던 엄마가 놀랄 정도였다. 밀려드는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자그마한 일에도 이러할진데 나중에 딸이 커서 부모의 뜻을 거스르거나,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없어질 때 느끼는 감정은 오죽하겠는가.

기쁜 일이 생기면 또 그렇지 않은 일도 하나씩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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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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