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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22 훈고학의 추억
  2. 2006.02.21
  3. 2006.02.20 졸업식과 자장면
  4. 2006.02.19 TV와 씨름하다
  5. 2006.02.18 정인이 돌 사진
  6. 2006.02.17 황당한 오해들
  7. 2006.02.16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8. 2006.02.15 내 인생의 명장면 (1)
  9. 2006.02.15 엉뚱한 곳에서 불타오르다
  10. 2006.02.14 Moon River

훈고학의 추억

롤플레잉 2006. 2. 22. 15:54
그러므로 진리의 피안(彼岸)이 사라진 뒤에, 차안(此岸)의 진리를 확립하는 것은 역사의 임무이다. 인간의 자기 소외의 신성한 형태가 폭로된 뒤에, 그 신성하지 않은 형태들 속의 자기 소외를 폭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바로 역사에 봉사하는 철학의 임무이다. 이리하여 천상의 비판은 지상의 비판으로, 종교의 비판은 법의 비판으로, 신학의 비판은 정치의 비판으로 전환된다.

헤겔 법철학 비판을 위하여 中, 칼 마르크스
학창시절엔 약속을 잡게 되면 기다리기 좋은 단골 만화방을 주로 선호했으나, 사회인이 되어 버린 지금은 아무래도 약속 장소가 학교 쪽이 아니다 보니 시내의 대형 서점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 친구들과 강남에서 모였을 때에도 교보문고에서 책을 보며 기다렸다. 인문 섹션을 둘러보는데 특가 세일 코너가 눈에 띄길래 뭔가 하고 다가가서 봤더니 [책세상문고·고전의세계] 시리즈를 할인 판매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들어오는 한 권의 책은 바로 마크르스의 '공산당선언'이다.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쓴웃음도 나온다. 불과 10년 사이에 세상은 이렇게도 변해 공산주의는 할인 판매의 대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약속 시간은 넉넉하게 남아있는지라 본문을 훑어보았다. 그러다가 아주 재미있는 발견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책 내용이 의외로 굉장히 쉽다는 것이다.
'이상하네... 예전에도 이렇게 쉬웠던가?'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그 당시엔 꽤 어렵다고 생각했던 책이 지금 이렇게 이해가기 쉬운 언어로 되어있는 것은 무슨 조화란 말인가. 처음엔 번역이 달라졌나 싶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었다. 낯익은 문구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동안 내가 사회과학만 들입다 공부해서 알게 모르게 내공이 쌓인 것인가. 물론 절대 그렇지 않다.

집에 와서 책장에 꽂혀 먼지만 마시고 있던 마크르스 엥겔스 저작들을 꺼내 들었다. 여기저기 몇 장을 넘기면서 실소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참나... 이 말이 대체 뭐가 중요하길래 밑줄을 그어 놓았을까.'
'아니 여긴 왜 중요 표시가 되어 있나?'
'허허... 이런 메모를 해 놓았단 말인가...'
책은 밑줄과 메모로 꽉 차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렇지 나도 꽤 열심이었던 적이 있었다. '미시경제학' 책을 이렇게 열심히 봤더라면 지금 뭔가 되더라도 되었을지 모른다.

근데 지금 보면 아무 것도 아닌 내용을 그 당시에는 왜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게다가 그때는 한줄 한줄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마치 문예비평지처럼 술술 넘어가는 까닭은 무엇인가.

역시나 대학 2,3학년에게 정치 팸플릿은 너무 어려운 것 같다. 그들의 사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추상에서 구체로 상승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직은 책 속에만 머무는 진리.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다.

원전(原典)이라는 말 자체가 벌써 수기 아저씨의 말마따나 '훈고학(訓詁學)'적인 냄새가 물씬 나지 않은가. 아무도 스스로 권위를 세울 수 없어 문장의 권위를 빌어오고 싶었던 것이다. 공자曰 맹자曰이 '마르크스 가라사대' '레닌이 말하기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니 사실은 뭐가 중요한 것인지도 잘 모른다. 통째로 암기할 뿐... 그 중에서 필요할 때마다 그에 적합한 문구를 그때그때 따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그냥 '창작과 비평' 또는 '문학과 사회'처럼 읽으면 되었던 것을 마치 수능(당시엔 학력고사였다) 공부하듯이, 전혀 비본질적인 부분에 밑줄까지 쳐 가면서 매달렸던 것이다.

고전을 읽으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로부터 파생된 해설서나 소위 사회과학 서적이라는 것 자체가 훈고학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보석을 보석함 속에 넣는 순간 더이상 빛을 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전 또한 진리의 영역 속에 박제하는 순간 단순히 낡은 텍스트로 전락할 것이다.

고전을 읽자. 지하철에서 읽는 '씨네21'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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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책 2006. 2. 21. 12:42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朝光, 1936.3

'운문은 정지용, 산문은 이태준' 이라는 말이 있다. 정지용 자신이 한 이 말은, 그만큼 운문에 자신있음을 표현하는 자화자찬이겠으나, 난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아마도 정지용이 김기림을 의식하고 한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직 한국문학에서 그와 같이 운문과 산문을 두루 잘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1988년 김기림의 작품이 해금되고 난 후 92년에 '길' 이라는 제목으로 시와 수필, 시론이 한 데 묶여 출간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세상이었던 92년에 이 모더니즘의 대표적 문인의 글이 나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든 한 권의 책으로 한동안 나는 모더니즘의 바다에 풍덩 빠져 지낸 적이 있다. 그의 시 '관념결별', '관북기행', '희망' 등이 당시 포스트모더니즘의 바람에 날려갈 것만 같았던 내게 자그마한 바람막이가 되어주곤 했던 글이다.

그의 수필 '길'은 산문과 운문의 구문을 무의미하게 만들며,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다가오는 그 맛 때문에 10년이 넘게 씹어도 질리지 않는다. 특히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라는 온몸이 오싹해지는 저런 표현은 감탄을 넘어 배가 아플 정도다.

아직도 이태준의 '문장강화(文章講話 --- not strengthening but lecture!)'와 함께 가장 아끼는 이 책을 오늘 책장을 정리하다가 다시 만났다. 한참을 잊고 있다가도 여전히 이렇게 반가운 것을 보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빈곤한 역사주의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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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과 자장면

프렌즈 2006. 2. 20. 17:11
요즘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예전엔 졸업식에 자장면을 먹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초등학교 졸업식 때는 중국집에서 다른 메뉴도 아니고 딱 자장면 한 그릇 해치웠다. 6학년 때엔 하루 걸러 한 번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2교시 마치고 먹어치운 후, 점심시간에 학교 앞 중국집에서 또 자장면을 먹었을 정도로 흔하디 흔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어떤 날엔 꼭 먹어야 하는 음식 같은 게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졸업식 말고도 자장면이 빠지지 않는 날이 있는데 바로 이사하는 날, 휴가 나오는 날 등이다. 일병 첫 휴가 나왔을 때 함께 나온 동기들과 부대 앞에서 먹은 자장면 곱배기 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외식 거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요즘도 졸업식과 자장면은 이렇게 가슴 찡한 얘깃거리를 만들어준다.

이 글을 보니 내 주위에도 이 둘에 얽힌 사연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대학 동기 R은 학창시절부터 인물 좋고 성격도 시원시원하여 항상 여자친구가 있었다. 물론 프랑켄슈타인처럼 생겼다고들 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자기 주먹을 입에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입이 크긴 하지만, 심지어 초코파이도 세워서 들락날락할 수 있지만, 그래도 꽤 잘생긴 프랑켄슈타인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그날은 R의 여자친구가 졸업하는 날이었다. 군대 다녀온 후 복학생 신분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었던 R은 당연하게도 꽃돌이가 되었고, 드디어 공식적으로 여자친구 부모님을 볼 수 있었다.
교정을 옮겨다니며 졸업사진을 찍어주고 짐도 들어 주기를 두어 시간, 점심 시간이 되었을 때, 멀쩡하게 생긴 딸의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고 기분이 꽤나 좋아진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꽃돌이에게 외식 취향을 물었다.
"자넨 뭐가 좋은가?"
"당연히 졸업식엔 중국집이죠!"
"중국집?"
"예!"
군대식으로 절도 있게 대답한 R과, 중국집도 좋다고 생각한 여자친구의 가족들은 함께 근사한 중국집으로 이동했다. 특실에 자리 잡은 가족들은 메뉴판을 보며 어떤 코스가 좋겠다고 한 마디씩 했다. 그때 다시 꽃돌이에게 메뉴 선택권을 넘긴 아버지...
"어떤 코스가 좋겠는가?"
"아닙니다. 전 자장면이 좋습니다."
R은 다 좋은데 원칙에 너무 강하다.
"아니 자장면은 어떤 코스라도 나중에 다 나와."
"전 괜찮습니다. 자장면 시켜 주세요."
"내가 산다니깐. 걱정 말고 시켜 이 사람아..."
"전 자장면이 좋습니다. 졸업식엔 뭐니뭐니해도 자장면이죠..."
화기애애하던 그날 분위기가 갑자기 냉랭해졌고, 결국 얼마 못 가서 그 둘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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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 씨름하다

롤플레잉 2006. 2. 19. 20:09
TV의 리모컨이 고장나서 며칠을 열받아 하다가, 처가에 들렀을 때 다른 리모컨으로도 아무 문제 없이 TV를 제어할 수 있다는 얘길 듣고 남는 걸 하나 가져왔다. 아니나 다를까 잘 되는 게 아닌가. 오히려 이전 것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번호를 눌러 원하는 채널로 바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전까진 6번 SBS를 보다가 33번 OCN으로 가기 위해선 원하지 않는 많은 채널을 거쳐가야 했던 것이다.

또하나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덤으로 축복이 내렸는데, 바로 갑작스레 시청 가능한 채널이 많아진 것이다. 리모컨을 교체하기 전까지는 집에서 my favorite channel인 바둑TV, 온게임넷 등은 볼 수 없었다. 프리미엄 채널이라서 안 나온 것인지, 아니면 리모컨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제껏 볼 수 없던 채널이 갑자기 잡힌다는 것은 아무래도 나쁜 일 같지는 않다.

그리하여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기념으로 오늘 하루 종일 TV 앞에 모로 누워 씨름을 했는데...
바둑TV에서 내가 좋아하는 서봉수 아저씨가 hangame 팀으로 나와서 가뿐하게 불계승한 것도 보고, 스포츠 채널에서 농구, 축구도 보고, 게임 채널에서 스타크래프트, 카트라이더도 보고, 그 와중에 짬짬이 낮잠도 자고...

오늘 또 누군가가 새롭게 모험을 떠났는지도 모르고, 오늘 또 세계는 누군가에 의해 구원 받았는지도 모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난 그저 방에서 뒹굴뒹굴... NPC의 하루는 정말 잘 간다. 세상은 정말 평화롭다. 이제 늦은 저녁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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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돌 사진

패밀리 2006. 2. 18. 23:17
딸의 돌 사진을 찍었다.
여러 벌의 옷을 갈아입어 가면서 찍었으나 공주풍 보다는 보이시한 게 훨씬 잘 나온 것 같다.

모자 쓰는 걸 엄청 싫어하는지라
이 순간을 잡기가 엄청 힘들었다.
본인은 좋은지 모르겠으나,
옆에서 어르던 엄마 아빠는 지쳐가고 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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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오해들

롤플레잉 2006. 2. 17. 17:00
다른 사람에 비해 암기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억력 일반은 나쁘지 않다고 자부하고 있다. 더우기 유년 시절의 기억은 일전에도 얘기했듯이 나를 따라올 사람을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런 기억력에 부작용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어느 순간 잘못된 정보가 내 머리 속에 입력되어 검증 절차 없이 오랜 기간동안 다른 정보나 내 가치 판단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아주 예전에 어떤 계기로 인해 생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사실로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최근에야 오해를 풀게 된 것들이 몇몇 있다.

1. 이명박
모두들 알다시피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최수종이 나왔던 '태조 왕건' 외에는 대부분의 드라마를 띄엄띄엄 보아 왔다. 그런데 아주 예전에 '야망의 세월'인가 하는 드라마에서 유인촌이 이명박 역으로 나왔을 때 이 드라마를 말 그대로 띄엄띄엄 지나가다 보게 되었다. 이 드라마에서 정말로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이명박이 정주영의 사위가 되는, 아니 최소한 정주영의 딸과 야릇한 눈길이 오가는 사이로 드라마가 흘러갔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아주아주 황당하게도 이명박이 정주영의 사위라는 거다. 난 얼마 전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으며 이명박과 정씨 일가와 때로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속으로 '아니... 저래가지고서 명절에 어떻게 얼굴을 보려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겉으로는 저래도 결국은 한통속이지 하고 말았었다.
이명박과 정주영의 관계는 확인 한 번만 해 보면 금방 아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당연한 사실로 알았고 그래서 사실 확인 자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런 코미디가 없다.

2. 김용옥
내가 김용옥을 싫어하는 이유는 우선 첫째 말이 많아서이지만, 사실 할 말이 많아서 말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선 그다지 딴죽을 걸기가 쉽지 않다. 이건 그냥 취향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이것 외에도 그동안 김용옥을 마뜩찮게 생각해온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전두환 자식들 과외' 사건이다.
혹시 이런 사건을 아는 분 계신가. 나는 이것이 사실이라고 이제껏 믿고 살아왔다. 그 이유가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김용옥에 대한 기억은 워낙 머리 속에 뒤죽박죽 엉망으로 얽혀 있기 때문인데, 내 나름대로 가닥을 잡아보면 이러하다.
1986년 김용옥이 '한국의 오늘을 사는 한 지성인의 양심선언'을 했다. 그런데 어디서 봤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잡지에 김용옥이 포함된 한 무리의 현직 교수들이 전두환네 자식들의 과외 공부를 시켜주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 물론 사실 관계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이런 잡지 또는 기사가 실재했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여하튼 이 두가지가 묘하게 뒤섞여서 난 이제껏 김용옥의 양심선언의 내용 중에 전두환 자식들 공부시켜 준 것까지 포함되어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권력자 자식들 뒷구멍이나 닦아주던 놈이 무슨 철학 운운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최근에 문득 그 생각이 다시 들어 김용옥 관련 자료를 찾아 보았으나 김용옥과 전두환 간의 커넥션에 대한 자료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이명박과 달리 김용옥은 내가 그간 오해를 해 온 건지 아닌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확신하던 내용에 대한 물적 자료를 전혀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김용옥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은 혹시 그 때 정황들을 잘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내게 뭐라도 단서가 될 만한 내용을 가지고 계신 분은 연락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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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온 것들이 최근 들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간의 오해가 우습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그로부터 파생된 이차 정보 또는 그 후의 사실을 대할 때의 나의 태도가 분명 왜곡되었을테니 말이다.
물론 이렇게 살아도 한 세상이고, 평생 동안 잘못된 사실을 진리라 믿고 살다가 죽는 사람도 많겠지만, 왠지 알고 나면 그간의 세월이 좀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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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닷컴의 축구게시판을 보면 나름대로 축구 마니아로 보이는 이들이 진을 치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평소 포털의 뉴스에 올라오는 댓글이나 이런 스포츠지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나랑은 하등의 관계도 없을 것 같은, 즉 다른 세계의 사람들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얼마전 동기들 모임에서 T가 스포츠서울닷컴의 축구게시판에 상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금 의외였다. 학창 시절이나 사회 진출 이후의 모습에서도 그가 친구들에게 축구 전도사로 활약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사람의 일은 알 수가 없다.

아직 학생이었을 때다. 유신론자, 정확히 말해 기독교인인 T와 무신론자인 나는 언젠가 서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이렇게 세계관이 다르다면 나중에 우린 계급투쟁의 장에서 서로 적대적인 모습으로 만날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우리의 예상은 아주 많이 빗나갔지만 대신 이렇게 의외의 공간, 우리가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만나기도 한다.

황우석 사태나 임수경 악플 사건 등을 머리 속에 떠올리면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저주의 댓글 속에 혹시 내가 학창시절에 함께 웃고 울던 친구가 섞여 있을 수도 있겠다고...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논객이 생각지도 않게 내 친구이듯, 누군가를 저주하는 악플러 중에 친구 하나쯤 들어 있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런 사람들과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울한 일이었는데, 심지어 지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주 심하게 우울해진다.

내 경험으로 보건데 사람이 스물 다섯 살 이후로는 친구 만들기가 아주아주 어렵다. 이때부터는 친구가 늘어나지 않고 서서히 줄어간다. 개인이 사회에서 생산관계 속에 편입되어 버리면 더이상 타인을 친구로 만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사실 T랑 내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친구로 엮여있지 않았더라면 이런 게시판 같은 곳에서 만나 우정을 쌓을 수 있었을까 싶다.

공교육의 위기를 이야기하며 홈스쿨링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계급으로 분화되기 전의 사람들이 서로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기능만큼은 아직 사교육이 공교육을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점점더 사는 곳이나 부모의 경제적 위치에 따라 교육의 기회조차 분화되어가고 있지만...

어린시절 함께 뛰놀던 초등학교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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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많은 영화를 본다. 하지만 이제껏 보아 온 영화를 모두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선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도 있을테고, 베스트 목록에 들어갈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준 것도 있으리라. 영화 한 편을 놓고 본다면 1시간 30분짜리 영화 전체를 기억하는 미친 인간은 아마 없다고 본다. 그중에서 관객에게 호소하는 포인트, 즉 우리가 이른바 명장면이라고 부르는 부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의 명장면이라는 것은 영화사에서 발표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평론가들이 찍어주는 것도 아니고, 관객 스스로 제각기 자신에게 와닿은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을 말한다.
인생을 70년짜리 영화 한 편이라 했을 때 이런 명장면이 없겠는가. 게다가 픽션이 아닌 다큐멘터리가 주는 감동은 7000원짜리 영화 한 편에서 받는 그것과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기억소자는 컴퓨터의 저장장치와는 달라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불쾌한 기억을 지워주는 편리함과 함께, 간직하고 싶은 좋은 기억까지 함께 없애는, 시키지 않은 기능까지 가지고 있는 놈이다. 그래서 추억이란 반복 학습과 같이 계속 갈고 닦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인생의 명장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다. 당시 내 짝이었던 L은 우리반 반장이었다. 어떻게 해서 둘이 짝이 되었는지에 대한 기억이 확실하진 않다. 다만 키 순서로 짝을 정할 때 L이 다른 애들과 순서를 바꿔서 나랑 짝이 된 게 아닐까 하고 어렴풋이 짐작한다. 당시 반에서 공부를 잘하는 축에 들었던 나랑 짝이 되면 뭐 먹을 거라도 떨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걸까. 아무튼 둘은 짝이 되었고 그 사실은 어느 정도는 내게 상당한 힘이 되어 주었다. 반장이라는 완장이 가지고 있는 힘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힘에서도 당시 L은 우리반에서 적수가 없었다. 한번은 내게 태권도를 배웠다고 말한 것 같다. L의 짝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애들이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이유는 충분했다. L은 남이 자기 밥에 손대는 일은 절대로 참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자기 밥이라니. 그렇다. L이랑 짝이 된다는 것은 앞에서 말한 편리함과 함께 상당한 고통이 따른다는 걸 의미하는데, 그것은 L의 괴롭힘 때문이다. 자기중심적인 L은 왜곡된 방식, 즉 못살게 구는 방식으로 자기 애정을 표현했다. 좋아하는 여학생을 괴롭히는 것과 같은 식이다. 게다가 그의 괴롭힘은 쉬는 시간을 넘어서 수업시간으로 이어졌는데, 이것만큼은 내가 정말로 참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현재 나를 아는 사람들은 절대 믿지 않겠지만 당시만 해도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쳐다보지 않고 딴 짓을 한다는 것은 내게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당연히 나는 L의 장난에 항의했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무자비한 주먹이었다.
아~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땐 정말 아침에 학교 가기가 싫었다.

불의에 항거하다
말이 통하는 상황, 즉 이성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에 놓이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처음 깨달았던 것 같다. L의 괴롭힘에 대해 처음엔 전후 관계를 따져서 바로잡아 보려고 했던 나는 차츰 물리적 폭력 앞에선 이런 것들이 다 무의미하다고 느끼고 다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러나 현실은 '말죽거리 잔혹사'가 아니며 나 또한 권상우가 아니었다. 힘을 통한 해결 방식은 그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듯이 내 방식이 될 수 없었다. 난 아무리 운동을 해도 배에 王자가 새겨지지도 않았고, 이두박근 삼두박근이 튀어나오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런 방식 자체가 나를 힘들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무작정 당할 수만은 없었다. 아무리 봐도 암울한 상황이지만 이대로 참고 있는다는 것은 뭔가 억울했다. TV에서도 나쁜 놈들을 응징하지 않던가. 그런데 현실은 뭐 이런가...
그러던 어느날 우연하게 사촌형으로부터 힘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실패할 확률도 매우 높아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했다. 이대로 당하고 살 수는 없는 거다. 난 혼자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습을 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이날도 L은 수업시간에 연필로 나를 쿡쿡 찌르며 장난을 쳤다. 심지어 선생님께서 장난치지 말라고 지적을 하셨는데도 소용 없었다. 수업 시간이 끝나자 나는 L에게 대들었다. 그만 좀 하라고. 싫다는 걸 왜 자꾸 하냐고... 당연히 L은 힘으로 나를 제압하려고 했으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오늘을 위해 연습한 시간이 대체 얼마인가. 유도의 빗당겨치기로 순식간에 L을 눕힌 나는, L이 어리둥절한 사이 바로 그 다음 동작인 조르기로 들어갔다. 여기서 오늘의 거사를 위해 익힌 필살기가 첨가되었는데 바로 점혈수법이었다. 온몸으로 L의 상체를 제압하면서 동시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으로 L의 예풍혈(입을 벌리면 귀밥 밑에 생기는 옴폭한 곳, 아래턱뼈 끝의 윗부분)을 있는 힘껏 눌러갔다. 교실은 L의 비명 소리로 가득했다.
"악~! 이거 안 놔?"
"웃기지마. 네가 잘못했잖아.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해."
"너 죽을래? 빨리 이거 안 놔?"
"이거 놓으면 날 또 때릴 거지? 네가 항복해."
"미쳤냐 이 새끼야. 빨리 놔 이거. 죽여버린다."
"절대 못 놔. 빨리 항복해."
"아야! 이 새끼 정말..."
둘은 땀이 비오듯 흘렀다. 워낙 힘이 좋은 L이었으나 나는 그야말로 죽기 살기였고, 예풍혈을 공략한 나의 필살기는 의외로 효과 만점이어서 L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놀라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도 감히 이 싸움에 끼어들지 못했다. 교실은 L의 짐승같이 으르렁대는 소리만 흘렀고 나는 두려움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지만 상대를 풀어줄 마음은 전혀 없었다. 쉬는 시간 10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작은 승리
그렇게 쉬는 시간이 흘러 다음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지만 둘은 대치 상태를 풀 수가 없었다. 나도 힘이 빠졌지만 L도 조르기를 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지라 역시나 기진맥진했다. 드디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교실은 책상이 엎어지고 난리가 나 있었다.
"이놈들! 무슨 일이야. 교실에서 쌈질이라니. 빨리 일어나지 못해?"
그러나 둘은 꼼짝도 않고 있다. 하나는 일어날 생각이 없고 하나는 일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둘 다 빨리 일어나!"
"헉헉... 선생님, L이 아직 항복 안 했어요."
"뭐 항복?"
"예... 항복하기 전엔 일어날 수 없어요."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아직도 존경하는 이유는 단순히 1년 내내 숙제를 거의 내지 않으셨기 때문만은 아니다. 잠시 선생님은 생각하시더니,
"야 L... 네가 잘못한 거 맞냐?"
"헉헉..."
"어이, 어떻게 된 거냐고. 둘이 무슨 사연인지 알아야 할 거 아냐."
"..."
"L, 네가 잘못한 거 맞어?"
"예..."
"그럼 잘못했다고 인정해라."
"예..."
L의 눈에서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내가 항복이라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도 있다.
"항복이냐?"
"응, 항복이다."
그제서야 나도 맥이 탁 풀렸다.
그렇다. 난 승리한 것이다.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내 인생에 있어 불의에 항거한 최초의 승리였다.

남은 후회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일어나기도 힘들었지만 어쨌든 둘은 선생님 앞에 섰다.
"어떻게 된 거야. 둘이 왜 싸웠어?"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뭘 어떻게 잘못했는데?"
"선생님, L이 수업시간에 자꾸 저를 괴롭혀서요."
"정말이냐?"
"예..."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짝을 바꾸어 줄까?"
"아뇨, 선생님..."
"예. 바꿔 주세요!"
소위 피해자의 입에서 이런 얘기까지 나온 이상 선생님으로서도 수습할 수 있는 선을 넘어가 버렸다. 선생님으로선 당사자 둘의 깔끔한 화해를 원하셨음에 틀림 없다. 그러나 당시 나로선 혹여 있을지도 모르는 L의 보복이 두려워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둘은 그렇게 서로 다른 짝을 찾아 떠났다.

걱정과는 달리 L의 보복은 없었고, 그 이후로 다시는 나를 못살게 굴지 않았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이상 두 번 다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점은 정말 본받을 만하다. 그에 비해 두려움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점은 두고두고 후회되는 일이다.

L은 잘 사는지 모르겠다. 아니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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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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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참 낭패가 아닐 수 없다.
DOSBox용 프로그램을 정리하다가 옛날 생각에 피식 웃으며 무심코 실행시켜 본 '대항해시대2'가 문제가 될 줄이야... 아무 생각 없이 새 게임으로 시작했는데 몇 시간째 불타오르고 있다. 요기까지만 하고 그만둬야지 하면서도 안 되는 게 이놈의 게임의 무서운 점이다. 이문이 많이 남는 걸 뻔히 알면서 어찌 가까운 항구로 뱃머리를 돌릴 수 있겠는가. 돈을 조금만 더 모으면 더 나은 배를 장만할 수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어찌 여기서 그만두겠는가. 눈이 침침해지고 뒷목이 뻣뻣한 지는 오래 되었다. 지금 도너츠와 우유를 옆에 두고 열심히 항해중이다. 아마도 내일 아침 엄청 구박을 들을테지...

요새 남들 한창 하고 있는 '대항해시대 온라인' 까지는 아니다 하더라도, 최소한 대항해시대 3/4 정도는 되어야지 않겠는가. 근데 뜬금없이 무슨 놈의 2란 말인가. 집에 '포트로얄'도 손도 안 댄 채로 던져두고선 말이다. 남들 3D 하는 시대에 2D도 모자라 윈도우즈에선 바로 실행도 안 되는 게임이라니. 하긴 루나틱돈 시리즈 중에서도 버젼 2가 제일 재밌었다. 역시 재미의 원천은 보이는 것과는 다른가 보다.

아~ 괴롭다. 그만하고 자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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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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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Mancini의 Moon River는 딸의 애청곡 중 하나이다.

돌도 안 된 애가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보았을 리도 없고 오드리 헵번을 알 리도 없건만 신기하게도 이 노래를 들으면 어지간한 동요보다 훨씬 좋아한다. 기분이 안 좋을 때도 혹은 산만해져 있을 때도 이 노래를 들려주는 순간 차분하게 웃는다. 가사를 이해할 수는 없어도 멜로디 중에서 우리가 모르는 어떤 교감이 되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이놈은 나중에 커서 이 노래를 좋아했다는 것을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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