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신입생 환영회라고 했는데 요즘은 대면식이라고 한다. 명칭이야 어쨌거나 여하튼 월, 화 이틀에 걸쳐 대면식에 참가했다. 첫날은 새벽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지만 가정이 있는 사람이 연이틀 외박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 둘째날은 1차에서 자리를 떴다. 그래도 첫날 3차까지 참가한 걸로 만족한다. 덕분에 2학년 선배들 얼굴도 익히고, 무엇보다도 OT에 가지 못한 관계로 동기들이 낯설었던 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근데 처음엔 최소 15살 이상 차이가 나는 젊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 뭔가 좀 참신할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말해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17년 전에는 과 환영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발식을 구경했다. 당시에도 고등학교 동문회 자리에선 있었지만 과 행사에서는 생각지도 못하던 것이었다. 신입생들이 순서대로 나와 냉면 사발로 막걸리를 들이킨 후 자기 소개를 하는 건데, 사실 자기 소개랄 것도 없는 것이 그냥 학번과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고 노래 한 자락 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광경이다. 그렇다. 군대식 관등성명이다. 어째서 군대보다 대학이 더 군대스러울까. 참으로 의아한 일이다. 술만 해도 그렇다. 저렇게 사발로 부어 넣으면 선후배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것일까. 다음날 교수님은 그런 술자리의 의의를 '해방'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셨다. 그런데 왜 해방감을 맛보아야 하는 자리에서조차 자기 마음대로, 주량대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일까.

첫 대면식이 있던 다음날 1학년 과대표를 통해 소위 '지적 사항'이라는 것이 내려왔다. 말하자면 그날 술자리에서 신입생의 행동거지에 맘에 안 든 부분이 있어 조목조목 따지는 것이다. 교수님 말씀하시는데 지방 방송이 나온다거나, 선배를 부르는 호칭이 잘못되었다거나, 노래를 시키는데 뺀다거나 하는 내용이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잡지 않고 나중에 누군가를 불러내어 지적하는 것도 영락 없는 군대식이다. 상호간의 예의는 강조한다고 해서 나쁠 것 없지만, 강요당하는 예절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는 선배들도 예전에 느끼지 않았을까.

아무튼 학교를 다시 들어간 게 아니라 어째 군대를 다시 간 것 같아 기분이 좀 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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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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