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고 바로 집을 나섰다. 실은 어제 두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엄마 아빠 둘이서 쇼핑을 했어야 되는데 둘 다 피곤하여 그만 낮잠을 자 버렸다. 그래서 오늘 온 가족이 함께 갈 수밖에... 줄서는 것, 기다리는 것 등을 엄청 싫어하는 엄마 아빠의 성향 탓에 할인점 개장 시간에 맞춰 가서 후딱 사고 돌아오자는 스토리. 물론 집에 먹을 것도 없으므로,  간 김에 거기서 점심까지 해결하면 더욱 좋다.

이른 시각인데도 벌써부터 지하 4층까지는 주차장이 꽉 차있다. 세상은 역시 부지런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래도 아직 붐빌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날에 비해 한산하다 뿐이지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두 딸 모두 신기한 것도 다르고 관심 가는 것도 다른 데다가, 오늘 샌들을 신고 처음 쇼핑을 나선 작은 딸은 아주 잠깐 걷더니 이내 엄마더러 안아달란다. 그래도 그 잠깐 사이에 쇼핑카트도 타 보고, 한 층을 훑으면서 매장 직원들에게 자기 소개도 하고, 벽에 그려놓은 문양을 서랍인 줄 알고 열어보려고 애써 보았으나 허사로 돌아가는 등, 나름대로 자기 할 일은 다 했다.

얼마 산 것도 없는데 시간은 후딱 흘러 점심 먹고, 큰 딸의 의견대로 당연히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고 돌아오니 오후 1시가 넘었다. 집에 도착하니 다들 피곤하다. 큰 딸도 피곤했는지 평소와는 다르게 TV 보다가 낮잠에 빠졌다. 또 이렇게 하루가 간다...

Posted by 도그마™
,

딸이야 뭐 최근에 주욱 병원과 약국 먹여살리고 있는 중이라 전혀 새롭지 않은 병원행인데, 문제는 아빠다. 지난주 금요일에 약국에서 애들 땀띠에 발라주려고 연고를 하나 샀는데 어제 애들 엄마가 잘못해서 많이 짜 버렸다.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아빠 팔꿈치 안쪽에 발랐는데 이게 탈이 났다. 연고를 바른 부분이 확 일어난 거다. 피부가 뻘겋게 부어 팔이 접혀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는데, 하늘이 무슨 천벌을 내리는지, 후끈후끈 열이 나고 가렵고 따가워서 머리 속이 온통 이놈의 피부 염증으로 가득가득 차서, 다른 건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가려워서 돌아가시겠지만 그렇다고 긁으면 그 부분이 더 올라올 게 뻔하고, 시원해지라고 반대편 손바닥으로 때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나중에는 아파서 이것도 못할 짓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오늘은 딸만 병원에 간 게 아니라, 아빠도 딸이 가는 이비인후과와 같은 건물에 있는 피부과에 갔다.

딸이 가는 이비인후과는 응암동에서 꽤 유명하다. 두 가지로 유명한데, 하나는 의사들이 친절하기로, 또 하나는 그와 정 반대로 간호사들은 불친절하기로 말이다. 이 동네 간호사들은 그 불친절의 수위가 병원 등급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거기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은평구 보건소의 공익근무요원에 필적할 정도이다. 손님을 맞이하는 데스크에 앉아, 한 손으로 전화를 받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환자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려서 지시하거나, 문진표 작성 요령도 안 가르쳐 주면서 볼펜 한 자루 띡 던져주는 모습은 영락없는 공익이다. 이런 일을 당하면 내가 왜 이따위 병원에 와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나 싶은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이 일대에선 그나마 이 병원이 제일 잘한다고 소문이 났을 뿐만 아니라, 딱히 달리 갈 곳도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왜냐고? 다른 곳에 가면 일단 병이 낫질 않는다는 건 거의 진리에 가깝다.

그런데 오늘 아빠가 간 피부과는 간호사는 그다지 빠지는 편이 아닌데 의사가 문제인 동네다. 이놈의 의사는 어떤 병으로 가든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얘기한다. 즉 환자에서 뭐 하나라도 친절하게 말해 주는 게 없다. 답답해서 환자가 물어보면 그제서야 한 두 마디 던져주듯이 얘기하는데, 그것도 선문답과 같아서 정확히 이해한 건지 나중에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오늘만 해도 그런데, 어제 바른 연고가 현 상황의 주범이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란다. 그럼 그 연고를 계속 발라도 되냐고 물었더니 또 그건 아니란다. 왜냐고 물었더니 어제 바른 연고가 단지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며, 그래서 자기가 새 연고를 처방해 주는 게 아니겠냐고 한다. 그럼 왜 어제 연고를 바른 부분이 이렇게 일어났냐고 물어보니 그건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라서 그렇단다. 이런 식이다. 게다가 그 외에는 별 말이 없길래 오늘 하루만 치료하고 약 받아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병원비 낼 때 간호사 말이 내일 또 오란다. 아니 내일만이 아니라 며칠 와야 된단다. 그러면서 약도 딱 하루치만 처방해 준다. 왜 이런 얘기를 의사가 아닌 간호가한테서 들어야 되지?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이 근방에 피부과가 한 군데만 더 있었어도... 이건 뭐 이비인후과보다 더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곳이라서, 의사가 베짱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비스를 개선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내일 아침 일어나서 아픈 곳이 가라앉지 않으면 내일 한 번 의사에게 따져 볼까...

Posted by 도그마™
,

사는 게 모름지기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비록 집안 꼴은 엉망이지만, 치워 봐야 그때뿐이라는 것, 그래서 엄마 아빠가 청소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점이 문제지만...

물론 작은 딸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해서 기분까지 주욱 좋은 건 아니다. 분 단위로, 하루에 몇 십 번씩 변하는 작은 딸의 기분 상태를 고려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식구들이 거기에 따라 일희일비할 순 없다. 열 안 나는 게 어디냐.

Posted via email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

외출할 때 우산 없이 나왔더니 돌아갈 길이 외롭다.

나 혼자 하는 외출이라면 당연히 집에서 나올 때 해가 비쳤으므로 우산을 안 가지고 온 것이 당연하지만, 딸이랑 함께 나온 터라 조금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괜히 밤부터 비가 온다는 그놈의 일기예보 탓을 해 본다.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예보지만 내게 유리한 건 확실히 믿어주는 게 우리가 사는 법칙 아니겠나...

Posted via email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

일주일에 두 번은 기본,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세 번까지도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데,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정말로 딸의 병치레가 길어지니 가족 간의 사랑만으로는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엄마 아빠는 물론 힘들지만, 딸의 처지에서도 엄마 아빠에게 생긋 웃는 것도 잠시, 열 나고 콧물 나는데 어떤 아기가 칭얼대지 않겠나...

보통은 아침에 병원에 갔다가 어린이집으로 가는데, 오늘은 아침 시간대에 전화해서 예약하려 했더니 담당 의사 선생이 오전에 수술이 잡혔단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어린이집에 보냈다가 일찍 데리러 가서 병원에 갔다가 집에 오는 걸로 일정을 잡았다.

어린이집에서 딸을 업고 큰길까지 나와서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가서 병원에 도착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병원도 몇 군데 있긴 한데, 아무리 해도 안 낫는데다가 동네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 주위에는 잘하는 병원이 없다길래 버스를 타고 서부병원 앞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이곳도 명성과는 달리 몇 주째 출근하고 있으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가라앉았던 편도선이 다시 부어서 열이 나는 거라고 말하는 의사 선생한테, 감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수는 없나 보다. 그저 약을 다시 지어줄 뿐... 긴 터널 같은 이놈의 병치레, 언제나 끝이 날지...

Posted via email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

최근에 밥 먹을 때 딸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주는 대로 먹어라." 여섯 살배기 딸은 아직 반찬투정까지는 아니지만 식사시간 때마다 슬슬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를 주장하고 싶어지나 보다. 그럴 때마다 내일 해 준다거나, 오늘은 없으니 어쩔 수 없다거나 하는 등의 장황한 다독거림을 주로 써 왔으나, 요샌 어느 정도 귀찮은 마음에 한 마디로 정리하고 있다. 그냥 주는 대로 먹으라고...

물론 오늘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오늘 반찬은 뭐예요?"
"응. 계란."
"난 두부가 먹고 싶은데..."
"내일 해 줄게."
"난 두부가 좋은데..."
"정인아."
"예."
"그냥 주는 대로 먹어."
"예..."

이렇게 식사시간이 흘러가나 싶었는데, 5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딸이 아빠에게 한 마디 던진다.

"아빠."
"응?"
"아빠는 젊은이였을 때 뭐했어요?"
"뭐라고?"
"젊은이였을 때 뭐했냐구요."
"음..."
"아빠 젊었을 때 뭐했어요?"
"글쎄... 휴우~ 뭐했지..."
"젊었을 때 공부했어요?"
"아니... 공부도 안 했어..."

대답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간다. 딸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잖은가. 오늘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젊었을 때 공부도 안 하고 난 대체 뭘 했단 말인가...

Posted via email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

공원에 도착한지 10분만에, 이번에도 역시 딸의 주목적은 자전거보다는 놀이터에 있음이 드러났다. 이럴 거면서 왜 그렇게 자전거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는지... 하긴 이런 적이 이번만의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딸의 행동은 나름의 일관성을 가진다고 봐야 하나... 그래도 일체의 이동을 자전거로 하라는 아빠의 말을 따랐기 때문에 그나마 공원에 온 아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건 아니다.

공원에 도착할 때 비가 차 유리창에 오락가락하여 딸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아빠의 말에 우울한 주말이 될 뻔했으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깐 기다려본 결과, 다행히도 오래 내릴 비는 아닌 듯하여 자전거 타기를 강행하기로 한 점은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10분 정도 타더니 다음 코스로 이동하자는 딸. 무슨 소린가 했더니, 자전거는 탈 만큼 탔으니 이제는 놀이터로 가야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다. 그렇다. 딸은 사실 놀이터에 온 것이다. 자전거는 놀이터에 오기 위한 구실일 뿐... 지난 봄에 큰 맘 먹고 자전거를 사 준 엄마 아빠는 그저 허탈할 뿐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재밌는 거 해야지 뭐. 놀이터에 가서 미끄럼틀 타고 오는 수밖에...

그 밖에도 어느덧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음료수. 이런 더운 날엔 당연히 음료수를 마셔야 한다면서 매점 앞으로 당당하게 다가서는 딸. 그래. 사실 아빠도 먹고 싶었다. 그나저나 덥다면서도 그렇게 뛰어노니 어떻게 땀띠가 안 생기겠니. 하긴 그런 거 다 생각하고 행동하면 여섯 살이 아니겠지...

Posted via email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

주말에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딸이 좀 안 돼 보여서 저녁에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는 핑계를 대고 바람 쐬러 나왔다. 휙 둘러보고 들어가는 것밖에 없었지만, 딸은 이 정도의 외출에도 얼굴에 생기가 돌며 아주 좋아한다.

해가 떨어졌는데 이왕이면 좀 선선한 바람이 불어 줬으면 좋으련만...

Posted via email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

언니는 밥을 흘려가면서 먹고, 동생은 밥은 안 먹고 반찬만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는데... 그래도 언니는 기특하게도 자기 밥먹는 와중에 동생 반찬까지 챙겨준다.

원래는 엄마도 사진 속에 있었으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의 출연을 정중하게 사양하는 바람에 편집 과정에서 빠졌다. 엄마까지 제대로 나왔으면 좀 더 알찬 구도의 사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Posted via email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

자화상도 그릴 수 있게 되다니... 많이 발전했다.

Posted via email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