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고 바로 집을 나섰다. 실은 어제 두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엄마 아빠 둘이서 쇼핑을 했어야 되는데 둘 다 피곤하여 그만 낮잠을 자 버렸다. 그래서 오늘 온 가족이 함께 갈 수밖에... 줄서는 것, 기다리는 것 등을 엄청 싫어하는 엄마 아빠의 성향 탓에 할인점 개장 시간에 맞춰 가서 후딱 사고 돌아오자는 스토리. 물론 집에 먹을 것도 없으므로,  간 김에 거기서 점심까지 해결하면 더욱 좋다.

이른 시각인데도 벌써부터 지하 4층까지는 주차장이 꽉 차있다. 세상은 역시 부지런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래도 아직 붐빌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날에 비해 한산하다 뿐이지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두 딸 모두 신기한 것도 다르고 관심 가는 것도 다른 데다가, 오늘 샌들을 신고 처음 쇼핑을 나선 작은 딸은 아주 잠깐 걷더니 이내 엄마더러 안아달란다. 그래도 그 잠깐 사이에 쇼핑카트도 타 보고, 한 층을 훑으면서 매장 직원들에게 자기 소개도 하고, 벽에 그려놓은 문양을 서랍인 줄 알고 열어보려고 애써 보았으나 허사로 돌아가는 등, 나름대로 자기 할 일은 다 했다.

얼마 산 것도 없는데 시간은 후딱 흘러 점심 먹고, 큰 딸의 의견대로 당연히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고 돌아오니 오후 1시가 넘었다. 집에 도착하니 다들 피곤하다. 큰 딸도 피곤했는지 평소와는 다르게 TV 보다가 낮잠에 빠졌다. 또 이렇게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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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모름지기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비록 집안 꼴은 엉망이지만, 치워 봐야 그때뿐이라는 것, 그래서 엄마 아빠가 청소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점이 문제지만...

물론 작은 딸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해서 기분까지 주욱 좋은 건 아니다. 분 단위로, 하루에 몇 십 번씩 변하는 작은 딸의 기분 상태를 고려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식구들이 거기에 따라 일희일비할 순 없다. 열 안 나는 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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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번은 기본,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세 번까지도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데,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정말로 딸의 병치레가 길어지니 가족 간의 사랑만으로는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엄마 아빠는 물론 힘들지만, 딸의 처지에서도 엄마 아빠에게 생긋 웃는 것도 잠시, 열 나고 콧물 나는데 어떤 아기가 칭얼대지 않겠나...

보통은 아침에 병원에 갔다가 어린이집으로 가는데, 오늘은 아침 시간대에 전화해서 예약하려 했더니 담당 의사 선생이 오전에 수술이 잡혔단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어린이집에 보냈다가 일찍 데리러 가서 병원에 갔다가 집에 오는 걸로 일정을 잡았다.

어린이집에서 딸을 업고 큰길까지 나와서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가서 병원에 도착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병원도 몇 군데 있긴 한데, 아무리 해도 안 낫는데다가 동네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 주위에는 잘하는 병원이 없다길래 버스를 타고 서부병원 앞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이곳도 명성과는 달리 몇 주째 출근하고 있으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가라앉았던 편도선이 다시 부어서 열이 나는 거라고 말하는 의사 선생한테, 감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수는 없나 보다. 그저 약을 다시 지어줄 뿐... 긴 터널 같은 이놈의 병치레, 언제나 끝이 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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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밥 먹을 때 딸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주는 대로 먹어라." 여섯 살배기 딸은 아직 반찬투정까지는 아니지만 식사시간 때마다 슬슬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를 주장하고 싶어지나 보다. 그럴 때마다 내일 해 준다거나, 오늘은 없으니 어쩔 수 없다거나 하는 등의 장황한 다독거림을 주로 써 왔으나, 요샌 어느 정도 귀찮은 마음에 한 마디로 정리하고 있다. 그냥 주는 대로 먹으라고...

물론 오늘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오늘 반찬은 뭐예요?"
"응. 계란."
"난 두부가 먹고 싶은데..."
"내일 해 줄게."
"난 두부가 좋은데..."
"정인아."
"예."
"그냥 주는 대로 먹어."
"예..."

이렇게 식사시간이 흘러가나 싶었는데, 5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딸이 아빠에게 한 마디 던진다.

"아빠."
"응?"
"아빠는 젊은이였을 때 뭐했어요?"
"뭐라고?"
"젊은이였을 때 뭐했냐구요."
"음..."
"아빠 젊었을 때 뭐했어요?"
"글쎄... 휴우~ 뭐했지..."
"젊었을 때 공부했어요?"
"아니... 공부도 안 했어..."

대답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간다. 딸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잖은가. 오늘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젊었을 때 공부도 안 하고 난 대체 뭘 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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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도착한지 10분만에, 이번에도 역시 딸의 주목적은 자전거보다는 놀이터에 있음이 드러났다. 이럴 거면서 왜 그렇게 자전거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는지... 하긴 이런 적이 이번만의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딸의 행동은 나름의 일관성을 가진다고 봐야 하나... 그래도 일체의 이동을 자전거로 하라는 아빠의 말을 따랐기 때문에 그나마 공원에 온 아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건 아니다.

공원에 도착할 때 비가 차 유리창에 오락가락하여 딸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아빠의 말에 우울한 주말이 될 뻔했으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깐 기다려본 결과, 다행히도 오래 내릴 비는 아닌 듯하여 자전거 타기를 강행하기로 한 점은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10분 정도 타더니 다음 코스로 이동하자는 딸. 무슨 소린가 했더니, 자전거는 탈 만큼 탔으니 이제는 놀이터로 가야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다. 그렇다. 딸은 사실 놀이터에 온 것이다. 자전거는 놀이터에 오기 위한 구실일 뿐... 지난 봄에 큰 맘 먹고 자전거를 사 준 엄마 아빠는 그저 허탈할 뿐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재밌는 거 해야지 뭐. 놀이터에 가서 미끄럼틀 타고 오는 수밖에...

그 밖에도 어느덧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음료수. 이런 더운 날엔 당연히 음료수를 마셔야 한다면서 매점 앞으로 당당하게 다가서는 딸. 그래. 사실 아빠도 먹고 싶었다. 그나저나 덥다면서도 그렇게 뛰어노니 어떻게 땀띠가 안 생기겠니. 하긴 그런 거 다 생각하고 행동하면 여섯 살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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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밥을 흘려가면서 먹고, 동생은 밥은 안 먹고 반찬만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는데... 그래도 언니는 기특하게도 자기 밥먹는 와중에 동생 반찬까지 챙겨준다.

원래는 엄마도 사진 속에 있었으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의 출연을 정중하게 사양하는 바람에 편집 과정에서 빠졌다. 엄마까지 제대로 나왔으면 좀 더 알찬 구도의 사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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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도 그릴 수 있게 되다니... 많이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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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정은 딸이 지금 기분이 별로라는 얘기다.

아니,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주말에 10분 이상 딸의 기분이 좋았던 적이 언제 있었나. 24시간 중에서 아주 잠깐씩 기분이 좋을 때를 빼고는 줄곧 징얼거리고 도리질을 하면서 엄마 아빠의 진을 빼는 작은 딸. 도대체 왜 그렇게 세상을 네거티브하게 사는지... 어린이집에서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논다는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거기서 잘 노는 애가 왜 집에서는 이렇게 매사에 부정적이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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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서 웃는 모습 한 컷 찍으려 했으나, 그럴 기분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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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이 좋으면 월드컵 공원 가겠다고 약속했으니 싫으나 좋으나 가야 한다. 그래서 늦은 아침 먹고 준비하려 했는데 애들 엄마는 영 내키지 않는 눈치다. 막내가 얌전하게 유모차를 타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이 더운 날에 꼼짝없이 엄마가 안고 다녀야 한다는 부담이 계솟 짓누르는 모양이다. 나라고 어디 좋아서 나서자고 했으랴. 하지만 가기 싫다는 사람 끌고 갈 수도 없고 해서 아빠랑 언니만 나섰다. 비록 엄마랑 동생이 없어도 언니는 재밌나 보다. 처음엔 날이 흐려 혹시 소나기가 오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도착하니 오히려 쨍하게 해가 나서 선크림을 바르고 오지 않은 게 후회될 지경이다.

자건거 타러 공원에 간다고 하지만 실은 그곳의 놀이터가 더 가고 싶은 곳임을 알고 있으므로 오늘은 아예 자전거 없이 나왔다. 햇볕만 피할 수 있으면 딸의 말마따나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놀고 또 놀 수 있다니, 다음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놀러 와야겠다. 물론 그렇게 되면 엄마 아빠로선 피곤하겠지만...

놀이터에서 다 놀고 주차장으로 나가는 길에 보니 '아시아 문화 축제'라는 걸 한다. 각 나라의 부스는 정말로 볼 거 하나도 없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곳었지만, 애들 놀기 좋도록 따로 협동 그림 그리기 장을 마련해 놓았다. 요건 괜찮다. 그 외에도 월드컵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 메시지도 쓸 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 큰 딸도 거기에 '박지성 화이팅'이라고 한 마디 적고 왔다.

하얀 얼굴이 벌겋게 익은 것 말고는 바람도 적당히 불고 놀기 좋은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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