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플레잉'에 해당되는 글 239건

  1. 2010.09.07 화창한 오후. 태풍은 완전히 물러갔나? 이발하러 가야 되는데 귀찮아서 뭉개는 중...
  2. 2010.09.07 화창한 날씨와 함께 갑자기 찾아온 가을
  3. 2010.08.31 문득 토요토미 히데요시와 요도기미가 생각났다. 왜냐고? 그건 모르지. 왜 갑자기 생각났는지...
  4. 2010.08.23 담벼락 위의 화분들
  5. 2010.08.18 일기예보를 별로 믿지 않았는데 오늘은 제대로 맞추는 건가.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더니 벼락과 함께 소나기가 퍼붓는다.
  6. 2010.08.17 2010년 8월 17일 아침 풍경: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간사한 것이, 그 사이 며칠 못 봤다고 햇살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7. 2010.08.16 주말에 실내에서 딸들 사진을 찍어주려다 아내의 필름카메라 니콘 FM2를 꺼냈다. 인물사진의 뒷배경도 멋지게 날리고, 어두운 실내에서 셔터스피드도 좀 올려보고 싶은 욕심에...
  8. 2010.08.07 딸아이에게 그림 그릴 종이를 만들어주다가 실수로 책장 선반을 건드리는 바람에, 그 위에 올려두었던 잡동사니를 담아둔 바구니가 쏟아졌다.
  9. 2010.07.23 바지를 입다가 허리띠 구멍이 한 칸 밀려간 것을 문득 깨닫고,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달밤에 체조하러 불광천에 나갔다.
  10. 2010.07.23 아빠는 피부과, 딸은 이비인후과. 부녀가 세트로 병원에 갔는데, 환자한테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1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말끔하게 이발이 되어있다든지 하는 이런 훈훈한 이야기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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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을 기다렸건만 하늘은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지난 밤에도 약간 서늘하다 싶더니, 오늘은 열어놓은 창으로 아침부터 딱 기분좋을 만큼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작은 딸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길도 적당히 눈부시다.

이제 정말로 가을인가 보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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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히데요시와 요도기미는 『불멸의 이순신』에서 나온 인물들이 아니다. 1985년에 MBC에서 했던 『조선왕조 오백년』 「임진왜란」 편의 정진 아저씨와 이혜숙 아줌마 말이다. 현석 아저씨가 연기했던 선조나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무생 아저씨가 연기했던 이순신보다 훨씬 카리스마 넘쳤던 정진 아저씨의 히데요시.

전쟁이 오래도록 소강상태가 되자 부하들에게 대체 뭐하냐며 오만 짜증을 다 부리는 히데요시. 그런 히데요시를 달래기 위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다른 곳에 있던 히데요시의 측실 요도기미를 불러오는데,

"합하, 요도기미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오~ 요도기미!"

요도기미가 왔다는 이에야스의 한마디에 좀전의 짜증은 어디로 가고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도는 히데요시. 그 장면이 너무나 강렬하여 기억 속에 불도장처럼 남았다. 솔직히 말해 「임진왜란」의 다른 장면은 지금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오로지 '요도기미'를 외치는 히데요시의 목소리만 남았다. 뭐랄까, 정말로 우습게도 비본질적이고 지엽적인 것만 남아있다는 얘기다.

그놈의 기억이 뭐 그러냐고? 7년 전쟁 동안 남은 게 고작 히데요시의 목소리와 얼굴이냐고? 어쩌겠나. 그게 제일 가슴에 와닿은 것을...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무려 25년이라는 긴긴 세월을 넘어서 지금 이순간 내 머리 속에 작업기억(working memory)으로 떠오른 이유는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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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어린이집에 작은 딸 데리러 가는 길에 만난 담벼락 위의 화분들. 누가 비 온다고 내다 놓았나 보다.

그런데 선인장을 이렇게 비를 맞혀도 되나? 선인장은 물 많이 주면 뿌리가 썩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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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해가 쨍하게 나길래 오늘도 비 안 오는 줄 알았지.

내일은 아내와 삼청동에 수제비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비 오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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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며칠 맑으면 그땐 또 비가 그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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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에 아내가 쓰던 수동카메라 FM2.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사용한지 10년도 더 된 물건이라는 말씀이다. 아직도 필름카메라 사용자들에겐 인기가 꽤 높다던데. 예전에 필름카메라를 쓰긴 했어도, 거의 반자동이라 할 수 있는 캐논 AV-1만 써 봤던 나로서는 완전 수동카메라가 불편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써 보고 싶기도 했다.

안 쓴지 워낙 오래된 물건이라 렌즈에 곰팡이가 폈다. 닦아낸다고 했지만 그것도 겉뿐이다. 렌즈 속은 어쩔 수 없다. 아무튼 카메라 가방 속에 지금은 필름 사업을 접은 코니카의 ISO 200 컬러 네거티브 필름도 두 통이나 들어있다.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난 건데 이걸로 찍으면 사진이 제대로 나오긴 할까? 필름카메라가 주는 불편한 매력이 이런 게 아니겠나. 찍고 나서 바로 확인해 볼 수 없다는 거 말이다.

그런데 이 무슨 기구한 카메라의 운명인지... 10년 동안 가방 속에서 멀쩡하게 잠자던 놈이 사람 잘못 만나서 한순간에 벼락을 맞았다. 너무도 오랜만에 필름을 넣는 거라 익숙치 않은 손으로 버벅대다가 그만 이 묵직한 놈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다. 와작! 하는 소리와 함께 50mm F1.4 짜리 밝은 단렌즈가 그만 테러를 당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렌즈 앞의 UV 필터가 깨진 건데, 문제는 필터 링이 휘어서 렌즈에서 빠지질 않는다는 것. 어쨌거나 이 더운 여름 주말, 온가족이 거실에 모여 있는 순간에 아빠가 사진을 찍어준다고 설쳐대다가 카메라 하나 말아드시고 거기에 덤으로 유리 파편이 바닥에 튀어서 애들보고 피하라고 난리를 치고... 거실 바닥을 정리하는 동안 정말 땀이 뚝뚝 떨어졌다. 이 무슨 한심한 사고인지... 하필이면 내 물건도 아니고, 아무리 그동안 안 쓰고 버려두었다지만, 아내의 물건을 말이다. 아내는 물론 괜찮다고 하지만 최소한 유쾌할 리는 없잖은가.

바닥을 쓸고 닦고 카메라를 가방 속에 넣어서 다시 책장 위에 올려 놓을까 하다가, 오늘 다행히 이 사고를 피해간 망원 렌즈로 아내와 딸들 몇 컷 찍어주긴 했다. 실내에서 무슨 놈의 망원렌즈인가 하겠지만 어쩌겠나, 멀쩡한 렌즈가 그놈 하나뿐인 것을... 조리개가 단렌즈에 비해 턱없이 적게 열리기 때문에 빨리 찍을 수도 없어서 나중에 현상을 하면 죄다 흔들리지 않았을까 싶다.

왜 그순간 갑자기 필름카메라 생각이 나서 오늘 하루가 이렇게 꼬이는지... 그냥 속편하게 디카로 찍지 무슨 분위기를 잡을거라고... 게다가 망원 렌즈 한 번 들고 나니까 손목이 시큰거린다. 역시 그냥 디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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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처음으로 밀려오는 것은 짜증이었다. 날도 더운데 별 게 사람을 다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주워담아야지 뭐.

그런데 바구니에 들어있던 잡동사니들을 주워담으면서 이렇게 작은 바구니에 참으로 많은 게 들어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컴퓨터 본체 나사, 압정, 핀. 심지어 열쇠고리까지...

그 다음으로 이런 걸 여기 담아놓고서도 다 잊고 살았다는, 즉 이런 게 여기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에,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런 거 없이도 그동안 잘 살았다는 사실에 쓴웃음이 나왔다. 분명 바구니에 담았을 때엔 버리는 게 아까워서, 나중에 필요할 것 같아서 그랬겠지. 하지만 그 이후로는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다 버릴까 하다가 다시 바구니에 담아서 올려놓았다. 무얼 버릴지 고르는 게 귀찮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제 여기에 뭐가 있는지 알았으니까 다음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기억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들고... 그런데 이걸 다시 쓸 일이 과연 있을까?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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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자마자 체육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8시 반, 해는 이미 떨어졌지만 아직도 하늘은 파란빛이 감돌고 있다. 불광천까지 걸어서 10분, 도중에 동네 야경도 담아가며 걸었다. 불광천에 도착하니 역시 여름밤은 여름밤이다. 더위를 식히러 나와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심지어는 다리 밑에 모여 음악 틀어놓고 춤추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하는 운동이라 정말로 무리하지 않으려는 마음에, 뛰지도 않고 오로지 걷기만 했건만 30분이 지나자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저울에 올라가 확인해 보면 몸무게가 많이 불어났음에 틀림없다. 하긴 뭐 허리띠가 이미 말해주지 않았나.

돌아오는 길은 다리가 풀려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 길 옆에 앉아서 쉬기를 반복하여 한 시간 반만에 겨우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부턴 이렇게 나오지 않더라도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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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야 뭐 최근에 주욱 병원과 약국 먹여살리고 있는 중이라 전혀 새롭지 않은 병원행인데, 문제는 아빠다. 지난주 금요일에 약국에서 애들 땀띠에 발라주려고 연고를 하나 샀는데 어제 애들 엄마가 잘못해서 많이 짜 버렸다.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아빠 팔꿈치 안쪽에 발랐는데 이게 탈이 났다. 연고를 바른 부분이 확 일어난 거다. 피부가 뻘겋게 부어 팔이 접혀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는데, 하늘이 무슨 천벌을 내리는지, 후끈후끈 열이 나고 가렵고 따가워서 머리 속이 온통 이놈의 피부 염증으로 가득가득 차서, 다른 건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가려워서 돌아가시겠지만 그렇다고 긁으면 그 부분이 더 올라올 게 뻔하고, 시원해지라고 반대편 손바닥으로 때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나중에는 아파서 이것도 못할 짓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오늘은 딸만 병원에 간 게 아니라, 아빠도 딸이 가는 이비인후과와 같은 건물에 있는 피부과에 갔다.

딸이 가는 이비인후과는 응암동에서 꽤 유명하다. 두 가지로 유명한데, 하나는 의사들이 친절하기로, 또 하나는 그와 정 반대로 간호사들은 불친절하기로 말이다. 이 동네 간호사들은 그 불친절의 수위가 병원 등급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거기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은평구 보건소의 공익근무요원에 필적할 정도이다. 손님을 맞이하는 데스크에 앉아, 한 손으로 전화를 받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환자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려서 지시하거나, 문진표 작성 요령도 안 가르쳐 주면서 볼펜 한 자루 띡 던져주는 모습은 영락없는 공익이다. 이런 일을 당하면 내가 왜 이따위 병원에 와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나 싶은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이 일대에선 그나마 이 병원이 제일 잘한다고 소문이 났을 뿐만 아니라, 딱히 달리 갈 곳도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왜냐고? 다른 곳에 가면 일단 병이 낫질 않는다는 건 거의 진리에 가깝다.

그런데 오늘 아빠가 간 피부과는 간호사는 그다지 빠지는 편이 아닌데 의사가 문제인 동네다. 이놈의 의사는 어떤 병으로 가든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얘기한다. 즉 환자에서 뭐 하나라도 친절하게 말해 주는 게 없다. 답답해서 환자가 물어보면 그제서야 한 두 마디 던져주듯이 얘기하는데, 그것도 선문답과 같아서 정확히 이해한 건지 나중에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오늘만 해도 그런데, 어제 바른 연고가 현 상황의 주범이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란다. 그럼 그 연고를 계속 발라도 되냐고 물었더니 또 그건 아니란다. 왜냐고 물었더니 어제 바른 연고가 단지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며, 그래서 자기가 새 연고를 처방해 주는 게 아니겠냐고 한다. 그럼 왜 어제 연고를 바른 부분이 이렇게 일어났냐고 물어보니 그건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라서 그렇단다. 이런 식이다. 게다가 그 외에는 별 말이 없길래 오늘 하루만 치료하고 약 받아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병원비 낼 때 간호사 말이 내일 또 오란다. 아니 내일만이 아니라 며칠 와야 된단다. 그러면서 약도 딱 하루치만 처방해 준다. 왜 이런 얘기를 의사가 아닌 간호가한테서 들어야 되지?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이 근방에 피부과가 한 군데만 더 있었어도... 이건 뭐 이비인후과보다 더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곳이라서, 의사가 베짱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비스를 개선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내일 아침 일어나서 아픈 곳이 가라앉지 않으면 내일 한 번 의사에게 따져 볼까...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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