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집은 나름 건기와 우기에 따라서 거주지(?)를 옮겨다니는 맛이 있다. 그래 봐야 거창한 건 아니고 침실을 바꾼다는 뜻이다. 여름 내내 창고 역할을 하던 작은방을 치우고 침대방에서 침구류를 그쪽으로 옮기는 것이다. 작은방에 있던 아이들 장난감과 옷가지, 그리고 작은 옷장을 침대방으로 옮기고, 침대방에 있던 이불 등을 작은방에 넣었다.

진작에 방을 바꿨어야 하는 건데 귀찮음이 발동하여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어젯밤에 잘 때 누웠더니 코끝이 시려왔다. 더이상 미루다가는 애들 감기 걸리겠다 싶었다. 보통은 주말에 아내와 둘이서 짐을 옮기는데, 요새 주말에 어디 그럴 시간이 있나. 딸 둘이서 온집안을 뛰어다니면 그거 뒤치닥거리하다 보면 주말이 다 간다.

짐도 얼마 없었는데 그래도 힘 좀 썼다고 벌써 배고프다. 옷가지를 정리하는 건 아내의 몫으로 남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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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작은딸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떨어진 잎을 보면 어디라도 바람 쐬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왜 이렇게 맘먹은 대로 안 되는지... 부석사 앞의 은행나무들은 나 없이도 잘 자라는지 모르겠다. 11월이면 언제나 생각나는 그곳. 올해는 한 번 가 볼까 하다가도 딸들 아픈 거 보면 또 다음으로 미루게 되고, 이러다 또 겨울이 오고, 그러면 또 한 해가 가고...

오늘은 다비랑 점심 먹으러 홍대에 나가 볼까. 근데 그놈이 시간이 날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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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조직생활에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랫사람들, 동료, 윗사람들 중에서 어느 쪽과 더 원만하게 지내십니까."

"타고난 성격이 좋아서 모두와 잘 지낸다"는 등의 없는 말을 지어내지는 않지만, 초면에 다른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못 지내는 모난 성격이라고 할 것까진 없잖은가. 그래도 이제껏 살아왔던 것을 돌이켜 그 경중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나는 윗사람보다는 동료, 아랫사람과의 관계를 잘 풀었던 것 같다. 뭐 그렇다고 해서 윗사람들에게 항상 들이받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살면서 참 안 되는 것이, 그 사람이 나보다 직급이 높기 때문에, 나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그 사람의 뜻에 따를 것을 강요당하는 일이다. 직장생활을 때려치고 교사가 될 생각을 했던 데에는 사실 이런 부분도 크게 작용했다.

良藥苦於口 忠言逆於耳라 했다. 보통 윗사람과 사이가 틀어지는 웃지 못할 패턴이 하나 있다.

  1. 아랫사람 A가 윗사람 B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조언을 한다.
  2. 아랫사람 C는 윗사람 B의 판단이 옳다고 말한다.
  3. B는 A와 C의 말을 모두 새겨듣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말해주는 부하가 있음에 크게 기뻐하고, 결국 자기 뜻대로 한다.
  4. B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이 밝혀진다.
  5. 그러나 A는 미운털이 박히고 C는 여전히 B의 신뢰를 얻는다.

윗사람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A는 그냥 닥치고 있어야 하는 건가? 이게 조직생활의 원리인가? 당시에는 기분이 좀 나쁘더라도 잘못을 지적해주는 것에 대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이상한 데서 자존심을 세울까...

CJ홈쇼핑과 CJ의 인터넷 쇼핑몰은 계열사이긴 했으나 원래는 다른 법인이었다. 이 두 회사가 합쳐질 때였는데, 덩치가 큰 홈쇼핑이 인터넷 쇼핑몰을 흡수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홈쇼핑 관계자들이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거다. 자기들이 무슨 감사원에서 나온 것처럼 누굴 오라가라 하질 않나, 무슨무슨 자료를 언제까지 내놓아라 하질 않나, 기존의 사업 방식에 문제가 많으니 싹 뜯어고치겠다고 하질 않나...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식이다. 그런데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이런 부당한 행태에 대해 인터넷 쇼핑몰의 이른바 어른들은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정작 홈쇼핑 관계자들 앞에서는 단 한마디도 못한다는 거다. 결국 참다못한 내가 두 회사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홈쇼핑의 대장한테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우리 자료가 보고 싶으면 먼저 그쪽 자료부터 내 놓으라고. 우리더러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인데, 내가 보기에 홈쇼핑도 지리멸렬하긴 마찬가지 아니냐고. 고분고분할 줄 알았던 인터넷 쇼핑몰 애들이 갑자기, 그것도 모두 모인 공식적인 자리에서, 게다가 새파랗게 어린 대리 녀석이 이사한테 그렇게 대들 줄은 몰랐나 보다. 갑자기 그쪽 대장의 기세가 꺾이더니 무슨 오해가 있는 모양이라고, 서로 잘 협조하자는 얘기였다고 둘러댔다. 자리를 파하고 돌아오는 우리쪽 어른들의 낯빛이 너무나 환했다. 자긴 이제껏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통쾌한 적이 없었다나. 아니 그럼, 본인이 그렇게 말하지, 그중에 직급도 제일 낮은 어린애가 분연히 떨쳐일어날 때까지 왜 가만 있었단 말인가. 지켜야 할 가정이 있어서? 가정이 있는 건 나도 마찬가지거든요.

다시 조직생활을 하면 달라질까. 이제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는데 몸 사려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러나 잘 안 될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일할 때 두 가지 원칙은 지킨다고 생각한다. 첫째, "일에는 자존심을 세우지 않는다." 개인의 실존과 관련된 자존심이 아니다. 그것마저 없으면 어떻게 살겠나. 그러나 일에는 자존심을 세우면 안 된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그깟 자존심 때문에 끝까지 밀고나가는 건 우직한 게 아니라 똥고집이다. 둘째, "직언하지 않을 자신은 없다." 그쪽으로 가면 절벽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만 있으라고? 그건 정말 어렵다. 조직이나 윗사람에 대한 애정이 말라버렸다면 그럴 수 있지만.

물론 나이가 들면서 나도 반성할 것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같은 말이라도 굳이 그렇게 날카롭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점인데, 이왕 좋은 뜻으로 하는 말, 좀 더 유하게 하면 어디가 덧나랴. 이런 대화의 스킬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싶고, 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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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전에는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제법 또렷하게 생각나더니, 요샌 거의 대부분 기억해내지 못한다.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런 건가. 하긴 수험서만 해도 그렇지. 책을 덮는 순간, 마치 史官이 洗草하는 것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표백되기 일쑤다. 좋은 말과 글은 되도록이면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욕심인데, 그걸 받쳐주지 못하는 몹쓸 기억력을 보면 자괴감보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뿐만 아니라 이건 제대로 된 독서가 아니다 싶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우선 책에 밑줄을 그어서 나중에 찾아보기 좋도록 하면 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작정하고 책상에 앉아 책을 볼 때만 가능하다. 보통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에, 이불을 펴 놓고 누웠을 때, 화장실에 앉아서, 벤치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심지어는 길을 걸으며 책을 보기 때문에 필기구가 준비되지 않을 때가 많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 견출지 같은 걸 붙여놓는 건데, 이것도 무언가를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그리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다. 컴퓨터가 옆에 있다면 마음에 두는 문구와 함께 그 당시 떠오르는 생각들을 함께 갈무리해 둘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싶지만, 한편으로는 이 방법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책을 읽다가 컴퓨터 앞에 앉는 순간 (지금도 그러하다!) 독서의 흐름이 딱 끊어지기 때문이다. 30분 책 보다가 한 시간 컴퓨터 앞에서 이리저리 배회하는 게 어디 한 두 번인가. 게다가 그렇게 놀다가 다시 책을 잡는다고 해서 그 흐름을 다시 이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낡아가는 머리를 보완할 만한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놓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 그래서 몇 번 시도해 봤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휴대폰 카메라로는 어림도 없다. 그렇다고 디카를 가지고 다니면서 찍자니, 그럴 바에야 수첩과 필기구를 가지고 다니는 게 훨씬 낫지. 결론은 지금보다 고성능의 휴대폰 카메라가 필요한데, 그러자면 지금 쓰는 휴대폰을 버리고 스마트폰으로 옮겨가야 되나...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스마트폰으로 가고 싶은 이유치고는 너무 궁색하다.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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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붙은 사진들의 그림자.

그런데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몸살 걸리는 사람 나 말고도 있겠지? 나만 이런 거 아니겠지? 작은딸 옷 입혀서 어린이집 보내야 하는데, 몸이 무거우니 만사가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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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두 가지 일로 외출 계획을 잡았다. 하나는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탁기 먼지망을 사러 가는 것이다. 한 장소에서 두 가지 일을 모두 처리하면 좋겠으나 병원에서 세탁기 소모품을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한 번의 외출로 두 장소를 매끄럽게 연결하여 마치 한붓그리기를 하듯이 동선을 만들어야 했다.

먼저 집을 나서서 옆 동네의 병원까지 걸어가서 주사를 맞고, 병원 앞에 정차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 앞에서 내려서 세탁기 소모품을 사고, 거기까지 나간 김에 점심으로 맛있는 것을 사먹고, 다시 마을버스나 지선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오늘의 코스를 위해 지난밤에 포털의 지도까지 펴놓고 동선을 짰다.

그런데 오늘 막상 외출을 해보니 첫단추부터 어긋났다. 아침 시간에 어영부영해서 출발시각이 늦어진 것은 포함시키지 말자. 거기까지 얘길 하면 괴롭다. 아무튼 언덕길을 힘들게 올라서 병원에 도착했더니 점심시간이란다. 뭐라고? 요새 촌스럽게 12시에 점심먹는 병원이 대체 어딨나. 다른 병원 모두 1~2시에 먹는 점심을 여긴 뭐 잘났다고 한 시간 앞당겨 먹는단 말인가. 시립병원이라 다른가? 현재 시각은 12시 5분. 오후 예방접종은 1시부터 접수를 받는단다. 그 얘긴 1시에 접수를 해도 언제 맞을지는 모른단 얘기. 병원 로비에서 1시까지 기다리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작전을 조금 바꿨다. 병원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세탁기 먼지망부터 먼저 사러 가기로 말이다. 물론 돌아오는 길이 좀 번거로워진다. 집으로 바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 그렇지만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을 허비할 순 없다.

병원을 나와 마을버스를 타는 곳까지 내려왔다. 마을버스가 다닌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실제로 이용해본 것은 물론이거니와 본 기억도 없다. 사실은 그동안 지나다니는 걸 설마 한 번도 안 봤으랴만 그런 건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당연히 모르는 것. 어쨌거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 글쎄 이놈의 버스가 올 생각을 않는다. 대체 뭐냐. 왜 안 오는 거야?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 퍼붓고 나서야, 벽도 아니고 떡볶이 포장마차의 포장에 붙어있는 배차시간표가 눈에 띈다. 이럴수가. 이 마을버스의 배차간격은 45분이다. 세상에 이런 버스도 있구나. 12시 7분에 이미 한 대 지나갔고, 내가 이곳에 도착한 시각은 12시 8분, 지금 시각은 20분이니 앞으로 30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 병원으로 올라갈까, 아니면 더 기다릴까, 그것도 아니면 큰 길까지 내려가서 다른 버스를 타고 갈까. 잠시 고민 끝에 마지막 안을 선택했다. 지금 다시 병원으로 올라가 봐야 1시까지 기다렸다 접수하는 것 외에는 할 게 없는데, 그렇다고 바로 주사를 맞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잖은가. 여기서 계속 기다리는 것도 체질에 맞지 않는다. 앉을 곳도 없는데 여기서 30분을 기다릴 순 없다. 그리하여 터벅터벅 큰길로 걸어나왔다.

집 근처 버스 정류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그쪽으로 가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쪽 보다는 반대쪽 정류장이 더 가깝지 않을까?" 내가 미쳤지. 왜 그런 생각을 해 가지고... 아무튼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방향을 반대로 돌렸는데 한참을 가도 정류장 표지판이 나오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 사이가 원래 이렇게 멀었나... 오늘따라 날은 왜 이렇게 더운지, 얇은 옷을 입고 나갔는데도 머리에서 땀이 비오듯 흐른다. 점퍼를 벗어도 소용없다. 제기랄...

결국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표지판이 뭔가 이상하다. 집근처 정류장엔 여러 버스가 서는데 여긴 달랑 한 번호만 선단다. 왜 그럴까. 알아봤더니 여긴 삼거리라서 우회전 버스는 이쪽 정류장에 서고 나머지 버스는 좀 더 가서, 즉 길 건너에서 선단다. 아 정말 오늘 왜 이러니... 이 정류장에 서는 버스는 불광역으로 가지 않는다. 어쩌란 말이냐. 다시 병원쪽으로 올라가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라는 거냐. 다 때려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방주사고 뭐고 다 필요없다. 빌어먹을 세탁기, 확 갖다버리지 뭐. 덥고 지치고 배고프다. 집에 가서 라면이나 끓여먹어야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억울한(?) 사연을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점심 맛있는 거 먹고 사다 놓은 과자랑 포도 먹고 있으란다. 그래서 라면을 맛있게 끓여먹고 입가심으로 포도를 먹었는데, 이놈의 포도가 절망적이다. 포도에 대한 건 생략. 생각하기도 싫다.

내일 다시 나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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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냐고 물으시길래 그냥 뭐하시는지 궁금해서 전화 드렸다고 얘기했다. 설마 그럴 리가... 아들의 정신이 잠깐 어디 외출하지 않고서야 그런 전화를 하는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고 계신다.

우리 나이로 마흔이 넘은 아들에게 다 잘 될 거라고, 힘내라고 얘기하시는 어머니. 역시 전화 같은 건 하지 말 걸 그랬나. 끊고서 마음이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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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침대 위에서 벽을 보고 옆으로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아내 생각, 두 딸들 생각,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 친구들 생각, 먹고 살 궁리, 하고 싶은 일들, 보고 싶은 책들, 듣고 싶은 음악들, 가 보고 싶은 곳들... 혹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서 벽만 바라보기도 한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이렇게 강제로 세상과 격리되어 면벽하는 40분이, 생각해 보면 온전히 내게 주어진 시간이다. 다른 것들이 침범하지 못하는 시간, 외부의 다른 유혹에서 벗어나는 시간,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오히려 다행스러운 시간들이다. 평소에는 왜 이런 시간들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걸까. 저렇게 강제적으로 주어지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내 앞에 준비되어 있는데 말이다.

내일은 아침부터 책 한 권 들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볼까. 그러고 보니 봉화산역에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다. 하긴 뭐 은평구민에게 중랑구라는 동네 자체가 낯설기도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지만, 내일 아침 일어나면 만사 귀찮을 가능성이 99.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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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할인점에 가서 형광등을 살 때 포장지에 적혀 있는 '주백색'이니 '주광색'이니 하는 색깔은 대체 뭔가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싶어서 그냥 사왔다. 아주 조금 차이가 있다손 치더라도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나 하는 생각도 있었고, 집에서 쓰는 색깔이 뭔지 확인하러 다시 집에 갔다올 수도 없고, 설령 집에 간다 하더라도 눈으로 봐서는 그게 무슨 색깔인지 알 수도 없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형광등을 갈아끼우고 보니 전에 쓰던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주백색이라더니 백색이 아니구나. 우리가 백색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주광색이었구나. 포장지에 이런 설명 좀 써놓으면 누가 잡아간다던가. 덜렁 색깔 이름 하나만 적어놓지 말고 '스크린샷' 하나라도 붙여놓지...

형광등 색깔이 서로 다르니 좀 웃기긴 한데, 뭐 어쩌겠나. 그렇다고 멀쩡하게 쓰고 있던 걸 버릴 수도 없고... 당장은 이렇게 써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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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내랑 맥주 한 잔 하기로 했는데, 작은딸 재우다가 아내는 덩달아 꿈나라로 가버렸다. 이게 바로 생활이다... 그리하여 야심한 시각에 나 혼자서 포카칩을 안주삼아 홀짝거리고 있다.

병우 행님의 「우리」는 오리지널도 좋지만 얼마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보여준 것도 나름 들을 만하다. 달달하지 않은가 말이다.

내가 기타 잘 치는 인간들 보면 언제나 부럽다는 얘길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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