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니의 A80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며 사진 찍는 맛을 들인 작은딸. 시도때도 없이 엄마 아빠에게 "엄마, V해 봐. 아빠, V해 봐."라며 포즈를 요구한다. 언니가 사진 찍을 때마다 하는 동작을 보고 배운 탓이다.

오늘도 V해 보라는 딸에게 "그럼 네가 해 봐. 아빠가 찍어줄테니"라고 말했더니 당장 시범을 보인다. 이래 봬도 나름 V한 거다. 물론 뒤로 갈수록 애초의 취지는 잊고 다른 포즈를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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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들 때 엄청 울고―언니가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문틈 사이로 포도주스를 보고서는 그걸 달라고 떼를 쓰고 울었다. 포도주스 못 먹는다고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단 말인가.―그래서 엄마한테 혼나고 잠이 든 작은딸. 그래서일까. 언니와 함께 엄마가 출근할 때도 안 일어나더니, 아빠가 깨워도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아빠도 출근해야 되거든. 이제 좀 일어나 주시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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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도 물러간 것 같고 햇볕은 쨍한 토요일 오후. 원래는 외출할 생각이 없었으나 하늘을 보니 이런 날 밖에 안 나가면 왠지 잘못하는 것 같아서 늦은 점심을 먹은 후에 큰딸과 광화문으로 나섰다. 지난 겨울 광화문광장을 한 번 뚫어보려 하였으나 그날따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치킨만 먹고 철수하면서 날씨 좋을 때 꼭 재도전하리라 마음 먹었다.

오후도 꽤 늦은 시각이었지만 여전히 햇살은 눈부시다. 선글라스를 낀 아빠와는 달리 큰딸은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따가운 햇살과는 달리 바람은 왜 이렇게 세게 부는지. 혹시하는 마음에 점퍼를 가지고 간 게 정말로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딸도 그렇지만 아빠로서도 광화문광장 위를 걸어보긴 처음이다. 딸은 광장 위의 동상이 본인이 아는 인물인지라 신이 났다. 책에서 본 할아버지가 서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 뒷편에 앉아 있는 세종대왕도 어디선가 들어본 인물임에 틀림없다. 물론 뭐하는 사람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역시 딸을 가장 흥분시키는 것은 이순신 장군상 앞의 분수다. 마음 같아서야 그 자리에서 뛰어들고 싶으나 갈아입을 옷이 없는지라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다음엔 정말 옷을 가져와서 제대로 한 번 놀고 싶다.

광화문광장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세종대왕상 뒤에 펼쳐진 잔디밭이었다. 여긴 다른 곳과 달리 원래 들어가도 되는 곳인지, 입장금지 팻말 같은 게 없다. 그렇다면 놀아 줘야지 뭐. 딸은 신발은 물론 양말까지 벗고 맨발로 풀밭 위를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 후에는 지하에 있는 세종대왕 전시관까지 둘러보고 이 할아버지가 뭐하는 사람인지 오늘 알게 되었다.

광화문에 놀러온 또 하나의 이유는 딸에게 수학책을 한 권 사주기 위함이었다. 최근에 자기 전에 아빠와 딸이 수놀이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책을 사서 체계적으로 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교보문고에 들렀다. 초등학교 1학년 수학 교재를 한 권 샀는데, 딸 수준으로서는 조금 쉽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책 후딱 끝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책을 산 후에는 서점에 왔으니 당연히(!) 초코아이스크림 하나 먹어 주시고, 푸드 코트 옆에 있는 전자기기 전시 코너에 들렀는데 거기서 그만 아빠와 딸이 아이패드에 꽂혀 버렸다. 잠깐만 보고 가려 했는데 도무지 딸은 집에 갈 생각을 안 하는 눈치. 이제 그만 가자고 몇 번을 얘기한 다음에야 간신히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의 버스 안에서 아빠는 완전히 방전되고, 딸은 피곤하긴 하지만 오늘 신나게 놀았던 것을 되새김질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딸이 하는 말,

"아빠, 아이패드 언제 살 거야? 오늘? 지금?"

오늘 당장 사는 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아무래도 아이패드 사는 것은 기정사실화 된 듯. 가격이나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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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빙자해서 큰딸과 느긋하게 산책이나 하려던 아빠의 계획은 딸의 한 마디에 틀어졌다.

"좀 있으면 1박2일 하니까 아이스크림 빨리 사서 돌아가요."

그렇구나. 일요일 오후에는 허튼 짓하면 안 되는구나. 빨리 살 거 사고 후딱 집에 들어가는 게 욕 안 먹는 길이구나.

그래도 시간이 아주 빠듯한 것은 아니어서 나온 김에 딸의 카메라 A80에 동네 모습을 몇 컷 담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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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나도 바람이 차가워서 그동안 애들 데리고 나들이하기가 쉽지 않았다. 덕분에 주말 이틀 동안 애들이랑 집에서 씨름하느라 지치고 늙어가는 엄마 아빠. 이번 주말엔 일요일에 날씨가 좋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나들이하리라 맘먹고 있었는데, 마침 나가기 좋은 날씨를 만났다.

할인점에 가는 것도 좋아 죽는 딸들인데 공원에 가자고 하면 어떻겠나. 아주 방방 뜨고 난리가 났다. 간신히 진정시켜 옷 입히고 나섰다. 공원에 조금 일찍 도착했나?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인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적다. 따스한 햇살 속을 걷는 게 좋은 엄마와는 달리, 월드컵공원이라 하면 바로 놀이터가 생각나는 큰딸의 성화를 이길 수 없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뛰어노는 언니, 놀이터에서 놀기엔 좀 어리지 않나 싶었지만 제법 미끄럼틀도 잘 타는 동생. 귀찮아서 그렇지 막상 이렇게 밖에 나오면 집안에서 애들이랑 밀고 당기는 것보다 훨씬 맘 편하다. 물론 조금 걷다가 바로 엄마에게 안아 달라는 둘째 덕분에 엄마의 체력적인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이제 날이 추워서 외출 못한다는 핑계는 대기 어려우니 별 일 없으면, 아니 별 일 있더라도 휴일에는 애들 데리고 나와야겠다.

뛰어놀았으니 배고픈 것은 당연지사. 집에 오는 길에 늘 가는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까지 먹고 나니 적당히 배부르고 또 적당히 피곤하다. 집에 도착하여 먼지 뒤집어쓴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나니 벌써 남자의 자격 할 시간이다. 일요일 하루 정말 금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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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TV를 보고 있는 작은딸에게 어린이집에 갈 시간이라고, 옷을 입자고 했더니 벽쪽으로 돌아앉는다. 최근 들어 딸이 밀고 있는 나름 필살기성 놀이인데, 뭘 하자고 할 때 돌아앉으면서 딴청을 부리는 걸 재미로 친다. 이때 새침한 표정까지 곁들이면 효과 만점. 상대방으로 하여금 애원조의 설득을 유도해내기 위함이다. 다른 사람에게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주로 아빠한테 잘 써먹는 수법.

그러나 바쁜 아침 시간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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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의 꿈에다 굳이 테마를 붙이자면 '형제' 정도가 아닐까. 아무튼 동생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 우리 형제가 지금처럼 결혼해서 떨어져 살기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사는 곳은 처음 보는 곳인데,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다락방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에 물이 있는 걸로 보아 바닷가나 강가, 또는 호숫가가 아닐까 싶다. 다락방의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은 꿈 속에서도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다웠는데, 동생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 경이롭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형제가 그렇게 창밖을 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두 분 외삼촌께서 다락방에 올라오셨다. 외삼촌들도 지금이 아닌 젊었을 때, 즉 우리가 어렸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계셨다. 외삼촌들은 먹을 것을 싸가지고 올라오셔서, 그 자리에서 간단하게 자리를 잡고 우리 넷이서 식사를 했다. 정찬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간식이라 하기엔 좀 거한 음식이었다. 내가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 때 정황으로 보아 외삼촌들이 멀리서 놀러 오신 게 아니라는 것은 거의 확실했다. 말인 즉슨, 우리 형제와 외삼촌 형제가 한 집에서 살거나, 최소한 한 동네에서 산다는 얘기다. 그리고 꿈 속에서 나는 그 사실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고 또 자연스럽게, 즉 그렇게 모여 사는 것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식사 후에 외삼촌들이 내려가시고 나도 삼촌들을 배웅하러 다락방을 내려오면서 슬며시 다른 꿈으로 넘어갔는데, 뒤의 꿈도 그렇지만 앞의 꿈도 금방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보통은 잠에서 깨는 순간, 또는 잠에서 깨어 물 한 잔 마시면서 좀전의 꿈을 다 잊어버리기 마련인데 오늘은 꽤 오래 간다. 등장인물들이 좀처럼 내 꿈에 나오는 사람들이 아닌데 오늘따라 한꺼번에 다 나와서 인상 깊은 것 같기도 하고, 형제들끼리 모였다는 게 신기해서 꿈이 오래가나 싶기도 하고, 꿈 속에서 본 풍경이나 다락방 정경이 좋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요즘은 명절에도 잘 모이기 힘든 가족·친척들. 심지어 모두 모여서 산다고 생각하면 꽤 불편할 것 같다. 그렇지만 간밤의 꿈에서만큼은 모여 사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또 정답기까지 했다. 동생과 나도 예전엔 현재 우리 두 딸처럼 한 이불 속에서 장난도 치고, 서로 싸우다가 부모님께 혼나기도 하고 그랬다. 외삼촌 형제도 어렸을 때에는 아마 그랬겠지. 그러다가 자라면서 서로 각자의 삶을 따라 철새처럼 떠났겠지. 祭亡妹歌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한 가지에서 나서 가는 곳 모르게 된' 것이겠지. 한 번 가지가 나누어지면 비록 그것이 뿌리쪽으로는 연결되어 있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하긴 그래서 가끔 이렇게 꿈속에서나마 돌아보는 게 아닐까.

방금 전에도 한 몸처럼 뒤엉켜 노는 딸들이 나중에 자라서 각자의 삶을 살면서 한 번쯤은 오늘을 기억할 수 있으려나. 작년 연말에 동생이랑 술 한 잔 하기로 했다가 약속이 깨졌는데, 그 이후로 다시 약속을 잡지 못했다. 다음 주에 연락 한 번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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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추웠던 겨울이 이제 물러가는 건가. 확실히 햇볕도 따스해졌다. 그렇다고 아직 딸들을 데리고 바람 쐬러 나갈 정도는 아니다. 작은딸까지 외출하려면 적어도 4월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후에 작은방에 들어와 봤더니 창문으로 한 줌 햇빛이 창문으로 들어온다. 그냥 지나치기엔 좀 아까운 햇빛. 딸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그림자 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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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둘째는 첫째보다 모든 면에서 조금씩 빠른 것 같다. 큰딸은 두 돌 전에 연필을 잡은 기억이 없다. 그런데 작은딸은 옆에서 언니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더니 그대로 따라한다. 이것이 이른바 Vygotsky가 말하는 스캐폴딩(scaffolding)인가. 엄마 아빠가 연필을 쥐어준다고 해서 작은딸이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을 것 같진 않다. 그래서 언니의 역할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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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바쁘다는 구실로 딸들 사진도 안 찍어줬다. 사실 바쁜 것도 있었지만, 일전에 하드디스크 날려먹은 이후로는 의욕이 많이 꺾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흐름이 끊어지니까 다시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것. 어디 사진 찍어주는 일만 그러할까. 세상 일이 다 그렇지 뭐.

주말에 딸들 바람 쐬러 나가려도 해도 날씨가 안 도와준다. 빨리 따뜻한 봄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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