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무렵 눈두덩이 아파오면서 그와 함께 감기몸살도 슬금슬금 따라오는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 주먹으로 내 눈을 때리는 듯, 도저히 모니터를 볼 수가 없어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게다가 지하철 역을 나서니 매서운 바람에 영혼까지 날아가는 것 같다. 그리하여 가방에서 넥워머―요거 순우리말로 적당한 낱말 없을까. 내 비록 분위기 파악 안 하고 순우리말을 고집하는 부류는 아니지만 넥워머 같은 참으로 아름답지 아니한 낱말은 주는 거 없이 밉지 않은가. 차라리 '목덥히개'라고 부를까?―를 꺼내어 쓰고 집에 왔다. 현관에 들어서자 딸들이 달려나오다가 놀라서 그 자리에 선다.
"뭐예요? 이 밤에 웬 선글라스?"
"그러게 말이다. 선글라스라니, 웃기지?"
"예. 그리고 얼굴은 왜 가렸어요?"
"아빠가 아파서 그래."
엘리베이터로 올라오면서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이런 반응이 나올 만도 하다. 따끈한 물로 온몸을 데치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근데 무슨 파충류도 아니고 바람 좀 분다고 이렇게 골골하면 어쩌냐.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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