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에 해당되는 글 64건

  1. 2006.05.02 수학 비타민
  2. 2006.04.25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긴 여행
  3. 2006.04.07 떠나는 그대를 위하여
  4. 2006.04.06 Ancient Domains of Mistery 1
  5. 2006.04.01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
  6. 2006.03.23 이에모또(家元)
  7. 2006.03.21 Porco e Bella
  8. 2006.03.03 생각의 지도
  9. 2006.02.21
  10. 2006.02.14 Moon River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수학 관련 도서 목록에서 판매량 1위에 올라 있는 책이 '수학 비타민'이다.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수학 원리를 재미있고 쉽게 보여준다고 한다. 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심지어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조차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데...

결론부터 말해서 남들 많이 사용하는 카드가 좋은 카드라는 LG카드 광고, 그거 말짱 거짓말이다. 남들 많이 본다고 좋은 책 아니라는 거 이번에 제대로 알아버렸다. 물론 난이도 하나는 정말 낮추어 놓긴 했다. 수학 전혀 모르는 사람도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그 내용이 나같은 사람의 흥미는 끌 수가 없다는 거다. 수학 관련 책을 이렇게 속독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을지는 미처 몰랐다. 게다가 그렇게 건성으로 읽으면서도 별로 아쉽지 않더라는 거다. 몰라도 되고 별로 궁금해지지도 않는 (실은 수학을 몰라도 어디서 한 번은 이미 들어 본) 내용이,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이나 구성 같은 전 전혀 고려되지 않은 듯 무심하게 나열되어 있다. 수학 하면 두드러기 나는 사람들의 꽤나 의식한 듯 아주 다양한 소재를 건드리면서도 절대(!) 깊이 접근하는 법이 없다.

이런 책 사서 봤으면 어쩔 뻔 했냐... 다시는 판매량에 속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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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터키에 필 받은 참에 보고 있는 책이 바로 『나는 걷는다 1 - 아나톨리아 횡단 』이다. 프랑스의 전직 기자 할아버지가 은퇴 후 실크로드를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로지 두 다리로 걸어 횡단하며 쓴 기행문이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시작하여, 역사가 주(周)나라 무왕(武王)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의 도시 서안(西安)에 이르는 12,000km의 긴 여정이다. 이 노인네 할 말도 많았는지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무려 세 권이나 써냈다.

이제 막 몇 장을 읽은고로 아직 전체적으로 이 책이 어떻다 말할 입장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하나 찾았다. 저자의 서문 대신 편집자가 책의 앞부분에 글을 하나 써 놓았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긴 여행」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거창한 내용은 아니고, 저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얘기한 글이다. 그런데 이 글이 정말 멋지다. 글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편집자의 문체가 근래에 보기 드문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멋지게 쓴단 말인가.

혹시 이 멋진 문장력의 소유자는 편집자가 아니라 번역자의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본문을 몇 장 읽어본 바에 의하면 절대 번역자의 솜씨는 아니다. 이 책의 저자도 글솜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감탄할 정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만약 저자가 자신이 여행하며 보고 느낀 점을 구술하고, 편집자가 글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다. 하긴 간접 경험이라면 아무래도 살아있는 글이 되진 못할지도...

이 편집자는 혹시 작가로 나설 생각 없나 모르겠다. 이런 짧은 글 하나가 잠시나마 세상을 밝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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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는 아직도 이 사람처럼 노래를 잘하는 가수를 찾지 못했는데, 그가 바로 윤선애 누님이다. 학창시절 어떤 제목의 공연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민주'라는 노래를 열창하는 모습을 보고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 누님의 매력은 그 어떤 기교도 넣지 않은 맑고 아름다운, 그럼에도 힘있는 목소리였다. 그래서 특히 어울리는 노래는 '그날이 오면', '벗이여 해방이 온다',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 '저 평등의 땅에' 등이다.

흐르는 세월뿐만 아니라 또 그간의 많은 변화 속에서 어느 순간 우리 곁을 조용히 떠나버려 아쉬움을 금할 길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뭐하고 사는지 엄청 궁금해서 여기 저기 찾아본 적도 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생각이 들어 이 이름을 검색해 보니 작년 겨울에 새로 '하산'이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냈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관련 페이지를 찾아보니 한눈에도 확 늙어버린 모습이 안타깝다. 허나 어쩌랴. 그만큼 나도 나이를 먹지 않았는가...
떠나는 그대를 위하여

먼 훗날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하여
오늘 우리 헤어짐의 눈물 보이지 않으리
흐르는 세월에 역류한 젊음의 피땀이
지나간 계절의 노을로 빛날지라도
눈을 감고 격한 호흡을 고르며 떨군 고개를 들어
흐린 먹빛 하늘 저편 먼 곳에 아직 남아있을
희망의 조각 들추어 떠오는 구름 한점이라도
노래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리라
흐르는 강물 너머 푸르른 산 위로
그대 아쉬움 남은 눈길 깊은 한숨이
비 되고 선바람되어 더운 세상에 내릴 때까지
오늘 우리 기다림의 눈길로 대신하리
이 노래는 힘있게 불러도 좋고 잔잔하게 불러도 좋다. 처음 나왔을 당시 감상적이라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욕을 많이 먹었으나,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좋아해서 많이 불렀다. 간만에 음반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떠나는 그대를 위하여' 들으러 가기

배경음악 목록에서 이 노래를 선택하면 된다. 이 블로그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지는 모르겠다. 지금 들어보니 누님 목소리도 조금은 힘이 빠진 듯하여 여러모로 마음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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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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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시험지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알고 있다면, 그것을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 않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면에서 오픈소스(open source) 게임은 항상 스포일이나 해킹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존은 어려운데다가 그 해결책은 뻔히 알고 있는데 어떻게 소스를 들여다 보거나 뜯어고치거나 매크로를 돌리지 않겠는가. NetHack(Slashem), Angband 패밀리, Dungeon Crawl 등의 주옥같은 게임에서 좌절하는 이유는 몬스터가 너무 강해서이거나 퀘스트가 너무 어려서워가 아니라, 그놈의 해킹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서 자멸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큰 해킹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극초반에 너무나 쉽게 죽는 걸 조금이라도 방지하고 싶어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방어구와 무기 등을 업그레이드 시켜 주고, 로그류(roguelike)에서 초반에 가장 괴로운 굶주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량을 넉넉하게 채워 주는 것으로 출발한다. 하지만 이는 마약과 같아서 이내 만족하지 않게 된다. 아니 무기도 올렸는데 스펠도 적당히 갖춰야 되는 거 아닌가. 랜턴이 없어 캄캄한 동굴을 못 들어간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티팩트까지 만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당연히 게임 밸런스는 무너지고 그 때부터는 게임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나중엔 족보에도 없는 무시무시한 대량학살(genocide)이나, 던전 한 층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대지진 같은 마법주문까지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놈의 게임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아무리 해킹으로 능력치를 올렸다 해도 보스가 있는 던전 몇 십 층에선 한 순간에 죽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무너진 밸런스를 참는 이유는 그나마 보스라도 때려잡기 위함인데 소원 성취도 못하고 지하감옥에서 뼈를 묻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역시 캐릭터의 능력치와 게이머의 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센스는 개떡같지만, 개발자가 오픈소스로 풀겠다고 해 놓고 배신을 하는 바람에 더욱 괘씸하지만, ADOM(Ancient Domains of Mistery) 같은 게임이 어떤 면에서는 안전하게 재미를 보장한다. ADOM은 그 자체로도 아주 잘 만들어진 로그류 게임이지만, 소스가 열려있지 않기 때문에 해킹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오히려 게임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편법은 쓸 수 없으니 동작 하나 하나에 신경을 쓰게 되고, 잠긴 문도 조심스럽게 열게 되고, 몬스터가 많으면 도망쳐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해야 되고... 이러다 보면 어느새 게임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벌겋게 눈이 충혈되고, 동트는 걸 봐야 졸리고... 이것이 진짜 로그류인 것이다.

게임에서 처음 만나는 마을의 식료품점에 들렀다.


쥐새끼들이라고 얕보았다간 끝없이 밀려오는 놈들을 막지 못해 결국 무릎을 꿇어야 한다.

NetHack이나 Angband 패밀리보다 ADOM을 먼저 접해서 익숙해진 것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도 게임 시스템이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어, 언리얼월드를 접하기까지는 가장 재밌게 즐긴 게임이다. 물론 오늘같이 화창한 날에 어두컴컴한 던전을 돌아다니는 꼴을 주위 사람들이 보면 혀를 차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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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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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눈으로 세계를 본다. 그 옛날 안동 양반들 눈에는 그 누가 뭐래도 안동평야가 제일 넒어 보였다. 마찬가지로 객관적으로야 기타 잘 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냐만, 난 내 지인들 속에서 최고를 찾을 뿐이고, 그런 면에서 내가 제일로 치는 기타리스트는 친구 M이다. 이 욕심 많은 놈은 기타뿐만 아니라 풍물에도 상당히 소질이 있어, 꽹과리로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조선 제일이다. 남들이야 김덕수 사물놀이패 어쩌고 하지만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김덕수랑 밥을 함께 먹어본 일도, 손을 잡아본 일도 없거니와, 살면서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기타라고는 동생이 몇 달 학원 다니면서 집에 풀어놓은 독본을 가지고 두들겨 본 것이 전부인 나는 현란한 주법은 물론이거니와 기타의 기초 실력인 화음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런 내가 학생회실에서 기타를 쨍쨍 울리며 노래라도 부를 양이면, 고수들이 대개 그렇듯이 하수들 노는 데 별로 관여하진 않지만 가끔은 정성이 갸륵해 보였는지 M이 한 수 지도를 해 주곤 했다.

당시 M도 나도 즐겨 부르던 노래 중의 하나가 노찾사의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 였는데, M이 나더러 멀쩡한 노래를 아주 청승맞게 부르는 재주가 있다고 구박을 하던 곡이다.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 노래를 찾는 사람들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
해맑은 빛이 흐르고
내 가슴 지나는 바람 모두
따스한 향기 머금게 하소서
내 손길 있는 곳 어디나
따뜻한 손 마주잡고
내 발길 가는 곳 어디에나
어지런 물결 그치게 하소서
고단한 하늘 저 마루 아래
검게 드리운 어둠도
흐느끼는 강물 시린 바람조차
빛 흐르게 하소서 향기롭게 하소서

내 마음 다가오는 모두가
하나로 그리웁고
내 귀 기울이는 어디에나
고운 노래 울리게 하소서
뿌연 안개 그 그늘 속에
외로움으로 남은이
거친 바람 속에 미움으로 사는이
노래하게 하소서 노래하게 하소서
요새는 이런 노래 부르는 데도 없는 것 같다. 예전엔 엠티의 기본 준비물이 기타였지만 요즘은 노래방 기기로 해결한다. 아주 가끔은 M이랑 동기들이랑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밤새도록 술마시며 노래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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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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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재밌는 책도 그것이 수업시간의 교재가 되어버리는 순간 뭔가 모를 거부감이 생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책 내용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없는 내용을 짜내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경제학원론'이나 '통계학' 같은 책만 해도 그렇다. 아무런 이해 관계 없이 그냥 교양 서적으로 읽어 보라. 정말 재밌고 유익한 책이다. (나만 그런가? -_-;;) 그런데 이게 3학점짜리 전공필수가 되는 순간 정나미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번에 듣는 전공 과목 '문화와 사회'의 주교재인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도 그랬다. 심지어 이 책은 처음 보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책이다. 하지만 전공 교재로 부상하는 순간 바로 시큰둥해져 버린다. 레포트가 걸리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내용을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는 부담이 앞서서일까...

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오늘 도서관에서 인류학자 프란시스 슈의 '이에모또(家元)' 라는 책을 대출 받았다. 집에 오는 길에 전체 분량의 사분의 일 쯤 읽었는데 벌써부터 흥미롭다. 이에모또란 쉽게 말하자면 조직의 오야붕 정도 되는 것 같다. 저자는 일본의 전후 경제 기적의 원인을 일본의 전통적인 사회구조이자 조직원리인 이에모또에서 찾는다. 나보다 조직을 앞서 생각하는 일본인의 조직원리가 일본의 경제 발전을 이끄는 주요 원동력이 되었다는 소리다.

물론 아직 책 앞부분이라 본격적인 내용 전개가 되진 않았다. 앞부분은 일본의 가족(家 이에)과 동족(同族 도오조꾸)에 대해 중국의 그것과 비교하고 있다. 이 부분의 내용은, 중국(또는 한국)에서의 가족의 개념은 혈연으로 구성된 조직임에 반하여 일본의 가족 개념은 혈연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그보다는 법인체에 가까운 조직이라는 것이다. 즉 멀리 있는 친척 도오조꾸가 아니며 가까이 있는 이웃은 도오조꾸가 되는 식이다. 일본의 상속이 장자 단독 상속 또는 데릴사위 단독 상속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법인에 사장이 둘일 수 없는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에모또에 대해 본격적인 고찰에 들어가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가족관에 대한 차이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이 된다. 사실 일본에 대해 아는 내용은 세계사 시간에 배운 정도가 고작 아닌가. 일본이나 중국이나 다 비슷비슷하다고 여겨 왔다. 아무튼 이번 기회에 일본문화의 한 자락이나마 잡아낸 것 같다. 다 읽으면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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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돼지'의 Porco e Bella도 딸의 애청곡이다.

붉은 돼지는 주로 딸을 재울 때 등을 토닥여 주면서 들려 주는데, 방금 자고 일어났거나 몸 어디가 아프지 않은 다음에는, 즉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기필코 잠에 이르고야 마는 무시무시한(?) 음악이다. 그 또래의 아기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졸리면 투정을 부리게 마련인데 전혀 그런 거 없이 새근새근 잠이 드는 걸로 보아 본인도 이 곡을 즐기고 있음에 틀림 없다. 아마도 생후 2주부터 듣기 시작하다 보니 의식 저편 너머에서부터 이미 친숙해져 있어서일지 모르겠다.

OST는 아니고 편곡한 것인데 예전에 지니한테서 받은 CD 안에 들어 있었다. 덕분에 아주 잘 써먹고 있다. 땡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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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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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자의든 타의든 간에 책을 좀 읽게 된다. 그간 내게 주어진 시간에 비해서 독서량이 부끄러울 정도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단순히 게으른 천성 탓이나 네트워크에 물려 있었기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독서도 부단한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언제인가부터 지하철에서 자리 잡고 않기만 하면 졸기 시작한다. 피곤해서 독서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독서 자체가 피곤한 것이다. 활자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기껏 한다는 것이 무가지 위를 무의미하게 돌아다니는 정도다. reading은 줄어들고 그 자리를 glance가 채운다. 아무튼 이런 까닭으로 요즈음 독서량이 조금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내의 문화생활비를 처치할 데가 없어 다수의 책을 구매하던 차에 '예스24'의 강력 추천도 있고 책값도 잔액과 거의 맞아떨어진다는 이유로 고른 책이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이다. 회원 리뷰를 신뢰하는 바는 아니지만 유난히 별이 많길래 대체 얼마나 내용이 좋길래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과 지각 방식은 인류 전체에 대한 보편성만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그 차이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 말한다. 즉 문화적 차이가 세계관 뿐만 아니라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체계까지도 구분짓는다는 얘기다.

이 책의 자랑거리는 비전공자도 아무런 준비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여졌다는 것이다. 내용 자체는 다양한 심리학 실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학구적인 분석을 전개해 나가지만, 뭐 그런 것쯤은 한글만 안다면 누구라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또한 이 책의 저자에 대해 대단하다고 느끼게 되는 점은, 정말로 새로울 것 하나 없는 뻔하디 뻔한 내용을 이렇게 책 한 권으로 부풀리는 재주이다. 읽기 쉽고, 내용 전개에도 무리가 없지만, 읽고 나면 뭐랄까 좀 허탈하기까지 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일 뿐이다. 오만한 서양인들에게는 그나마 약간의 신선함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 그대로 서양인의 서양인에 의한 서양인을 위한 동양을 이해하려는 노력일 뿐이다. 그래 애썼다. 하지만 돈 아깝다...

혹시라도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관심 가지는 사람 있다면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만 당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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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책 2006. 2. 21. 12:42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朝光, 1936.3

'운문은 정지용, 산문은 이태준' 이라는 말이 있다. 정지용 자신이 한 이 말은, 그만큼 운문에 자신있음을 표현하는 자화자찬이겠으나, 난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아마도 정지용이 김기림을 의식하고 한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직 한국문학에서 그와 같이 운문과 산문을 두루 잘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1988년 김기림의 작품이 해금되고 난 후 92년에 '길' 이라는 제목으로 시와 수필, 시론이 한 데 묶여 출간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세상이었던 92년에 이 모더니즘의 대표적 문인의 글이 나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든 한 권의 책으로 한동안 나는 모더니즘의 바다에 풍덩 빠져 지낸 적이 있다. 그의 시 '관념결별', '관북기행', '희망' 등이 당시 포스트모더니즘의 바람에 날려갈 것만 같았던 내게 자그마한 바람막이가 되어주곤 했던 글이다.

그의 수필 '길'은 산문과 운문의 구문을 무의미하게 만들며,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다가오는 그 맛 때문에 10년이 넘게 씹어도 질리지 않는다. 특히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라는 온몸이 오싹해지는 저런 표현은 감탄을 넘어 배가 아플 정도다.

아직도 이태준의 '문장강화(文章講話 --- not strengthening but lecture!)'와 함께 가장 아끼는 이 책을 오늘 책장을 정리하다가 다시 만났다. 한참을 잊고 있다가도 여전히 이렇게 반가운 것을 보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빈곤한 역사주의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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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Mancini의 Moon River는 딸의 애청곡 중 하나이다.

돌도 안 된 애가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보았을 리도 없고 오드리 헵번을 알 리도 없건만 신기하게도 이 노래를 들으면 어지간한 동요보다 훨씬 좋아한다. 기분이 안 좋을 때도 혹은 산만해져 있을 때도 이 노래를 들려주는 순간 차분하게 웃는다. 가사를 이해할 수는 없어도 멜로디 중에서 우리가 모르는 어떤 교감이 되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이놈은 나중에 커서 이 노래를 좋아했다는 것을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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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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