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플레잉'에 해당되는 글 239건

  1. 2008.02.18 꿈의 순기능 - 꿈 이야기 1
  2. 2006.05.08 오프라인
  3. 2006.05.02 한 시간 일찍...
  4. 2006.05.01 아주아주 긴 이름
  5. 2006.05.01 가장 힘든 한 주
  6. 2006.04.24 동물성 단백질
  7. 2006.04.22 여행을 떠나고 싶다
  8. 2006.04.20 휴전선, 환율
  9. 2006.04.17 뇌의 신비
  10. 2006.04.13 역시 자율이 어렵다

    내 꿈은 좀 이상한 데가 있다. 아니 내가 지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의 꿈에 공통적인 현상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좀 이상하다. 내 꿈의 특징은 꿈에 주위 사람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꿈에는 나 혼자 나오거나 아니면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등장인물이 죄다 일면식도 없는 익명들로 배치되는 건 아니다. 여기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란, 나는 그 사람을 알지만 상대방은 나를 모르는, 예를 들면 '이경실 아줌마'[각주:1]와 같은 연예인이나 정치인과 같은, 이른바 유명인이라는 인간들도 다수 포함된다. 그렇지만 365일 이들만 등장할 순 없다. 사실 내 꿈엔 나 이외의 사람이 등장할 때보다는 아닐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아주아주 가끔, 즉 일년에 서너 번 정도 내 주위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런 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익명들이 나오는 꿈은 보통 휘발성이 강해서 꿈 속에서는 나름 흥미진진하거나 진지한 스토리가 전개되었다손 치더라도, 일어나서 물 한 잔 먹는 와중에 그 내용이 깡그리 날아가 버린다. 말 그대로 물이 목구멍을 타고 꿀꺽꿀꺽 소리를 내면서 넘어가는 순간 꿈 내용을 잊어버린다. 가끔은 어쩜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망각의 힘은 경이롭다. 그러나 지인들이 배역으로 등장한 꿈은 좀 다르다. 워낙 드물게 등장하는 인물들인지라 꿈 내용도 평소와는 그 무게감에서 차이가 나서, 이런 날은 보통 하루 이틀 정도는 꿈의 내용이 머리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때 꿈 내용을 메모해 두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등장인물들에게 연락해서 '어쩐 일로 네가 꿈에 나왔다. 무슨 일 있냐.' 라고 꼭 물어본다.

    동기 중에 결혼해서 부산에 정착한 Y는 실제로 1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다. 그러한 Y가 일전에 내 꿈에 나오지 않았다면 전화 한 통이라도 했을까 싶다. 아무튼 이런 것은 꿈의 순기능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날도 없으면 어떻게 다 연락하고 살까.

  1. 그저께 진짜로 이 아줌마가 생뚱맞게도 내 꿈에 나왔다. 본인이 들으면 기분나쁠 수 있겠지만, 악역이었다.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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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롤플레잉 2006. 5. 8. 11:09
지난주 화요일부터 정말로 필요한 일 외엔 컴퓨터를 켜지 않고 지내 보았다. 처음엔 목요일에 겹친 발표 수업과 마지막 시험 때문이었다. 하나만으로도 벅찬 일인데 하루에 몰리다니. 아무래도 운이 없는 것인가. 목요일 당일엔 집에 오니 너무나 피곤해서 TV 앞에서 널부러져 있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사흘 연휴가 다가왔는데, 이렇게 며칠 컴퓨터 없이도, 범위를 좀 더 좁히자면 오프라인으로 살아도 별 문제가 없더라...

온라인이라는 게 생각해 보면 담배와 같다. 습관이 되면 할 때의 효용보다는 끊을 때의 금단증상이 괴로운 것이다. 일어나자 마자 습관적으로 컴퓨터의 전원을 올리고 브라우저를 켜지만 딱히 무슨 일이 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이리저리 헤매다 보면 아무 것도 못하고 하루가 가 버린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도 그대로고, 꼭 봐야겠다고 벼르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그냥 지나가고, 그렇다고 그 시간 동안 딸이랑 놀아준 것도 아니고...

명절에 고향을 며칠 다녀올 때 며칠간 오프라인으로 살게 된다. 첫날은 꽤나 힘들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오히려 몸이 가뿐해진다. 담배도 아닌데 끊는다는 것만으로도 몸이 이렇게 좋아진다는 게 참 우습지만 실제로 그러하다. 온라인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내 몸은 어떤 의미에서 충전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올 때까진 좋은데, 현관을 들어서면서 컴퓨터를 보게 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예전에 담배를 물듯이, 전원을 올리고야 마는 것이다. 물론 아내의 구박이 항상 따른다. 집에 오자마자 또 컴퓨터냐고...

그리하여 이번 연휴엔 의식적으로 컴퓨터를 옆에 두고도 그냥 살아 보았다. 금연에도 껌이나 사탕 같은 보조제가 필요하듯이, 이번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의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사흘 동안 충분하진 않지만 딸이랑 놀아주기도 했고, 책도 보고, TV도 짬짬이 보고, 잠도 충분히 자면서 심지어 설거지까지 했다. 게다가 월요일에 별로 피곤하지도 않다. 덤으로 아내의 약간은 의외라는 투의 칭찬도 들었다.

딱 끊고 사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앞으로는 온라인 이거 조절 좀 하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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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까지 학교에 가려면 집에서 늦어도 6시50분에는 나서야 한다. 오늘따라 눈이 안 떠지는 걸 억지로 부벼가며 집을 나섰다. 아무래도 한 시간 일찍 자야겠다. 이래선 6월 방학까지 어디 버틸 수 있겠나.

아침엔 꼭 죽을 것 같더니 그래도 어찌어찌 통학버스에 몸을 실은 것까진 좋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오늘은 11시까지 가는 날이었던 것이다. 아우~ 빌어먹을...

예전 같으면 한 시간 일찍 하루를 시작하였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네버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 일진이 제발 이 정도 선에서 바닥을 찍어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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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유머일번지'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었던 고전 코미디 소재의 하나가 바로 '김 수한무(金 壽限無)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이다. 손이 귀한 집에 어렵사리 얻은 자식이라 장수하라는 뜻에서 거창한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런데 이름을 줄여서 부르면 장수 효과가 사라진다는 작명가의 말 때문에, 물에 빠진 아들을 이름만 부르다가 구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다음날 학교에 갔더니 반 친구들이 저 긴 이름을 굳이 공책에 적어주었다. 마치 시험이라도 볼 것처럼 모두들 그 이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암기했다. 당연히 성적이랑은 관계 없었고, 저런 거 잘 외운다고 머리가 좋아진다는 보고도 들은 바 없다.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읽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맘먹고 있던 참이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아마추어의 잡설로 만들어 버린다는, 이슬람 아니 인류 최고의 여행 문학이라는 수식을 항상 달고 다니는 이븐 바투타 여행기. 이븐 바투타는 중세의 세계적 대여행가이며 탐험가다. 그가 30년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의 3대륙을 오가며 보고 들은 것을 연대기 형식으로 기술한 것이다. 원제는 좀 긴데 '여러 지방의 기사(奇事)와 여러 여로(旅路)의 이적(異蹟)을 목격한 자의 보록(寶錄)'이라는 다소 따분한 제목이다. 저자가 메카 성지순례를 떠났다가, 길 떠난 김에 이슬람 세계 곳곳을 돌아보고 싶어 3대륙을 30년에 걸쳐 돌아다녔다. 또라이짓도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 강한 인상을 남기는 법이다. 방랑길 27년째 되던 해 드디어 술탄 아부 아난의 눈에 들어, 술탄의 후원 아래 여행을 마치고 여행기를 쓴 것이다.

그런데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소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른 건 어느 정도 봐 줄만 한데 아랍인들의 이름은 정말 살인적이다. 저자인 이븐 바투타만 해도 그렇다. 이 사람의 본명은 '아부 압둘라 무함마드 븐 압둘라 븐 무함마드 븐 이브라힘 알 라와티'다. 욕이 안 나오면 비정상이다. 여행기 전체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름이 이러하다. 잠깐 인용을 하자면,

... 한사람은 투니쓰 시의 혼인전담법관인 아부 압둘라 무함마드 븐 아비 바크르 븐 알리 븐 이브라힘 앗 나프자위이고, 다른 한 사람은 경건한 샤이흐이자 마흐디야 해안의 한 농촌 출신인 아부 압둘라 무함마드 븐 후싸인 븐 압둘라 알 까르시야 앗 자비디야인데, ...

내가 입성했을 때의 튀니지 쑬퇀은 쑬퇀 아부 야하이 이븐 쑬퇀 아부 지크리야 야하이 이븐 쑬퇀 아부 이쓰하끄 이브라임 이븐 쑬퇀 아부 지크리야 야하이 븐 압둘 와히드 븐 아부 하프쓰--알라께서 그에게 자비를--였다.
숨찬다. 대체 뭘 읽었는지 모르겠다. 열흘 기한으로 대출한 책인데 아무래도 몇 장 못보고 반납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아~ 이름에서 걸리다니...

제발 알라의 은총으로 이 동네 사람들 물에 빠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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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가장 힘든 한 주를 보냈다.

시험 공부를 하면서 시작한 좌절은 시험 당일 그 절정을 맞았다. 어떻게 10분 전에 암기한 내용도 못쓴단 말인가. 하긴 뭐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한 주 내내 노트를 끼고 살았지만 여전히 머리 속에 남지 않는다. 아무래도 지리학은 내게 안 맞는 과목인가 보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지리학의 내용은 들을 때는 알아도 내 것으로 남지는 않았다.

들인 노력에 비해 형편 없는 시험을 치르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오뉴월에 감기가 찾아왔다. 주말 내내 두통에 시달렸다. 이젠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두통이건만 이럴 때 아프면 괜히 더 억울하다.

게다가 이 한 주를 더 절망적으로 몰고 간 주인공은 바로 딸이다. 한 주 내내, 그것도 굉장히 심각하게 아팠다. 열이 40도를 오르내렸는데 병원에서도 딱히 방법은 없나 보다. 그냥 해열제를 처방해 주면서, 금방 내릴 열은 아니란다. 어금니가 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란다. 거기에다 감기까지... 그럼 애타는 부모는 어쩌란 말이냐. 온몸에 열꽃이 오르고 설사를 해댄다. 설사 때문에 엉덩이가 짓물러 더 아프다. 이렇게 주말 내내 딸은 아파서 울고 엄마 아빠는 그걸 보며 안타깝고 지치고 나중엔 화가 났다.

새달의 첫날이 밝았지만 상황은 아직 지난주에 비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딸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고, 엄마는 지난 한 주 동안 완전히 지쳤고, 아빠는 여전히 시험과 레포트와 발표 수업이 이번 주 내내 꽉 차있다. 새로운 한 달, 새로운 한 주가 아니라 지난 달, 지난 주의 연속일 뿐이다. 기분도 황사처럼 부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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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성 단백질

롤플레잉 2006. 4. 24. 11:22
오늘 아침 버스를 타고 학교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고기가 땡기기 시작했다. 온통 머리 속은 두 글자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고기 고기 고기 고기 고기... 라디오의 뉴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다음 정차할 곳이 어디라는 방송도 들리지 않았고, 주위 사람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 속에 잠자고 있던 고기에 대한 그리움이 어떤 계기에 의해 불붙어버린 것인가. 내 몸에 고기 못 먹어 죽은 귀신이 들어온 게 아닐까. 그게 아니면 기생충들의 시위인가.

근래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한가. 그렇지도 않다. 끼니때마다는 아니지만 생선도 많이 먹고, 처가에서 먹는 저녁상에는 고기 반찬도 많다. 그런데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요즈음 먹는 것에 대한 불만이 쌓여있긴 하다. 학교 식당이 아주 테러블한 것이다. 맛이 없는 수준을 넘어 구역질까지 나려 한다. 밥투정 안 하기로 소문난 나로서도 참을 수 없을 정도다. 이 맛없는 식사를 4년을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다고 학교 밖으로 나가자니 시간도 부족하고 비용도 만만찮다. 아 우울한 봄날...

한때는 모든 것을 동물성 단백질로 환원시키는 마빈 해리스가 경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소한 오늘은 그 양반 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그 무엇도 아닌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

오늘 저녁 S랑 삼겹살 먹자는 약속을 잡았다. 근데 시간이 왜 이리 안 가는 거냐. 무사히 서울에 도착해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참 M이랑 T도 시간 나면 좋을텐데. 말 나온 김에 수기 아저씨도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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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다.

원래 시험기간이 되면 공부 외엔 뭐든 하고 싶어지는게 인지상정 아닌가. 예전에는 주로 책을 보고 싶었다. 꼭 공부 못하는 인간들이 시험기간에 다른 책을 찾는 것 같다. 참 이상한 것이, 시험칠 과목의 책만 아니면 어떻게 그렇게 재밌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그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기까지... 그래서 시험기간만 되면 '오늘의 책'이나 학교 구내서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기어이 몇 권을 손에 쥐고 돌아오기도 했다. 물론 시험이 끝나는 순간 거짓말처럼 마법은 풀리고 사 놓았던 책은 그대로 책장에서 썩는 법이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선 아무래도 책보다는 게임이 주류가 되었다. 꼭 마감 시간 받아 놓고선 게임 CD를 만지작거린다. 새 게임을 받아서 설치도 해 보고, 예전에 하던 게임도 한 번씩 점검해 준다. 요 한판만 끝내고 일을 시작하리라 다짐하지만 어느새 한판이 열판이 되고 새벽 세시를 넘겨서야 진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울면서 일을 시작한다.

원래는 여행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다. 등산의 경우도 산을 올라가지 않고 밑에서 바라보는 걸로 만족하는 나로선, 굳이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멀리 떠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었다. 여행이 주는 재미보다는 고생스러움이 먼저 머리에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여름 피서철에 멀리 움직이는 것은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렇잖아도 날도 더워 짜증스러운데 사람들 바글대는 곳에 비싼 돈 줘가며 찾아간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래서 대부분의 여름 휴가는 방콕행이다. 국내 여행도 이러할진데 해외 여행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해외 여행이라곤 신혼여행이 전부다. 게다가 그것도 함께 간 사람 때문에 즐거운 여행이지, 사실 돌이켜 보면 그다지 알찬 여행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태국 문화에 깊이 감명 받은 것도 아니고, 먹거리를 제대로 섭렵하고 온 것도 아니고, 기암절경에 넋을 놓은 것도 아니다.

요즘은 이상하게 여행을 가고 싶다. 그것도 멀리 떠나고 싶은 것이다. 예외적으로 예전부터 몽골의 고비사막엔 꼭 가보고 싶은 맘이 있었지만, 그것은 내 인생에 언젠가 한 번은 가 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일 뿐이었다. 언제 어떻게 가리라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해외 여행을 꿈꾸는 지금도 그 행선지에 몽골은 들어가 있지 않다. 또한 서유럽이나 미주는 단호하게 제외된다. 도무지 걔네들이 사는 모습은 궁금해지지가 않는다. 최근 내 관심을 끄는 곳은 동유럽이나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다. 그 중에서도 이 엄중한 시험기간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곳은 터키다. 이스탄불에서 누가 날 초청한 것도,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왜 그곳인지는 모르겠다. 이제 곧 여름이 되면 시원한 알프스가 생각날 법도 하건만, 날도 더운 지중해에 왜 가고 싶은 건지. 혹시 얼마전 다시 잡았던 '대항해시대'의 영향인가...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여행사 사이트도 기웃거려 보았다. 비용이 턱없이 많이 든다. 패키지로 가야 할지, 배낭여행 형식으로 가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게다가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딸은 대체 어디다 맡긴단 말인가. 아니 맡길 곳이 있어도 그렇다. 장기간 부모랑 떨어져 있는 게 어린 딸에게 좋을 것 같지 않다. 아무튼 나를 둘러싼 객관적인 상황으로 본다면 여행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이놈의 시험기간이 주는 특수한 상황은 언제나 사람으로 하여금 터무니 없는 바람을 갖거나 공상을 하도록 만든다.

그래... 막상 실제로 출발하려 하면 역시 귀찮을지 모른다. 역시 이 모든 책임은 시험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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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환율

롤플레잉 2006. 4. 20. 19:24
군대 있을 무렵이니까 아마도 95년이나 96년일 것이다. 그즈음 난 내무반에서 가장 많이 외박을 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친구 S 때문이었는데, 거의 매달 면회를 와서 날 서울로 빼내어 가곤 했다. 약혼자라 해도 그 정도로 정성이 뻗칠 수 있을까. 암튼 S는 그 일 하나만으로도 천국에 갈 요건은 충분히 갖추었다. God bless him!

그러던 어느 달엔가 갑자기 외출 외박이 전면 금지되었다. 북한군의 거동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무슨 일에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북측의 3개 사단이 휴전선 쪽으로 전진 배치되었으므로 우리 군도 경계 상태에 들어갔고, 그 영향으로 당분간 정기 휴가를 제외한 일체의 바깥 나들이를 금한다는 내용의 명령이 각 부대로 내려왔다. TV 뉴스에도 같은 내용이 흘러나왔다. 이런 썩을... 하지만 내가 누군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어나가는 집념의 당나라 군인 아닌가. 어떻게 서울로 튈까 고민하다가 결국 어머니께 도움을 청했다. 역시 '모친위독 급래요망'의 여덟 글자가 적힌 전보 앞에서는 휴전선의 긴장 상태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리하여 그 달도 어김 없이 놀러 나가게 되었는데... 나와서 친구들한테 현재 이러이러해서 나오는 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더니 친구 T 녀석이 하는 말이,
"크~ 북한군들은 휴전선에 얼굴이 딱 붙어 있겠네..."
"왜?"
"이제껏 걔네들 전진 배치되었다는 얘긴 들었어도 뒤로 물러섰다는 얘긴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
"음...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
요새야 이런 뉴스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당시만 해도 휴전선 얘기는 박정희 이후로 꾸준하게 우려먹던 국민 겁주기용 메뉴의 하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민들이 그런 내용으로 긴장해 주었기 때문에 말이다.

뉴스에서 환율이 또 내렸단다. 그래서 경제가 더욱 어렵단다. 환율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래도 나름대로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정말 혼란스럽다. 워낙 공부를 못해서 내가 이해를 할 수 없는 건지... 환율 얘기만 나오면 언제나 우는 소리다. 환율이 내리면 수출이 안 된다고 난리다.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인 수출 전선에 크나큰 타격이 온단다. 이놈의 나라는 언제까지 가격 경쟁력으로만 승부할런지는 몰라도, 아무튼 환율이 내려가면 쌈마이로 내지르지 못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환율이 올라갈 때도 있는데 이때엔 그럼 뉴스에서 징징거리지 않는가 하면 또 그렇지가 않다. 이번엔 무슨 얘기를 하나 들어보면,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원료 수입가가 올라서 타격이 막심하단다. 아니 그럼 어쩌란 말이냐. 환율이 올라도 울고, 내려도 울고... 대체 언제쯤 우린 환율로 웃을 수 있다는 거냐. 아니 환율이 올라서 수출이 더 많이 된다 해도 그만큼 손해 보면서 파는 거 아니냐. 이거야 말로 론스타 손가락질 할 게 아니라 진짜로 막아야 되는 국부 유출 아니냐.

환율이 오르내리면 분명히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의 두 가지 측면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얘기는 단 한 번도 들을 수가 없다. 차라리 두 경우 모두 이래서 좋다고 홍보를 하는 것보다 더 화가 난다. 이 빌어먹을 얘기 뒤에 숨어 있는 논리가 대체 뭔지 알고 싶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환율이 내리니 국민들더러 올려달라는 거냐. 못살겠다고 울고 있으면 자동으로 조절되는 거냐. 환율... 혹시 이것도 휴전선처럼 국민 겁주기용이냐. 아주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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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신비

롤플레잉 2006. 4. 17. 18:41
심리학개론 중간고사 준비에 여념 없는 요 며칠, 거의 생물학에 가까운 심리학 내용이야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지만, 새삼 인간의 뇌(腦)라는 것은 정말 미지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열심히 암기하는데, 어째서 책을 덮는 순간 그 생생하던 기억이 모조리 표백된단 말인가. 참으로 신비하기 이를 데 없다.

제발 내일 시험치는 동안 만큼은 날아가지 말길...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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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학기부터 무려 20학점 아홉 과목을 듣고 있다. 단순하게 3학점짜리 여섯 과목만 듣던 예전에 비해 많이 벅찬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범대는 다른 학부와 달리 졸업 이수 학점이 많은데다가 3,4학년에는 수강 과목 조정이 어려워 1,2학년 때 조금 무리를 해 놓아야 한단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과목을 듣다 보니 관리가 쉽지 않다. 어떤 과목이 이번주에 휴강인지, 어떤 과목의 과제가 있는지, 시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 여러모로 신경 쓸 게 많다.

그래도 아직까진 남들 따라가면서 그럭저럭 해 왔다. 수업 빼먹은 것도 거의 없고 과제도 지금까진 모두 제출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기특한 일이다. 그런데 처음 수강신청할 때엔 전혀 문제 없어 보이던 과목이 의외로 따라가기 어렵다. '엑셀과 파워포인트'라는 3학점짜리 과목인데, 나로선 거저먹기로 신청한 과목이었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는 전문적으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디가서 빠진다는 소리는 듣지 않고 살아온 데다가, 이 과목이 사이버강의라 수업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한 주 내에 자기가 가능한 시간에 사이트에 접속해서 수업을 들으면 되는 것이다. 즉 세 시간 만큼은 집에서 수업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좋은 제도가 있다니... 그런데 막상 해 보니 이게 제일 말썽이다. 한 주 동안 전혀 손도 안 대다가 마지막날 밤 11시 넘어서야 허겁지겁 사이트에 접속한다. 출석 확인에 급급하여 수업 내용도 그냥 건너뛰기 일쑤다. 어느새 시험이 다가왔는데 막상 응시하려고 하니 걱정이다. 시험도 기간 내에 응시하고 싶을 때 자율적으로 치르는 방식인데, 전혀 모르는 내용은 아니니 설마 엉망으로 성적이 나오랴만 그래도 시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으니 응시 확인 버튼을 누를까 하다가도 다시 취소 버튼을 누르고 만다.

이러다가 시험 기간도 넘기지 않을까 두렵다. 그냥 시간표가 있어 출석하는 게 더 마음 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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