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눈길을 뚫고 다녀오려 했으나, 나 혼자라면 모를까 딸내미 데리고는 안 되겠다 싶다. 오늘도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하나…
'2012/12'에 해당되는 글 14건
- 2012.12.29 큰딸과 함께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나섰다가 내리는 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군.
- 2012.12.27 [도서] 1984
- 2012.12.24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 2012.12.20 팥죽
- 2012.12.20 516
- 2012.12.19 이런 선거 싫다.
- 2012.12.16 딸들의 작품 ― 달걀 양초
- 2012.12.14 안경 닦는데 갑자기 테 중앙이 똑 끊어졌다.
- 2012.12.14 행운의 숫자
- 2012.12.12 잘 안 된다 싶으면 망설임 없이 던전으로…
사연은 이러하다.
- 원래는 하루키의 1Q84를 읽을 생각이었다.
- 그런데 TV로 12월 19일의 선거 결과를 보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세대갈등이 이번 선거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벌써 지역갈등이 역사 속으로 퇴장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지 않나? 전남과 경북의 각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보면서 혹시 저들은 조지 오웰이 말한 '2분간 증오Two Minutes Hate' 같은 걸 매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하루키로 가기 전에, 오랜만에 1984를 다시 펼쳤다.
- 사람은 어느 시점을 지나면 나이가 들수록 디테일이 뭉개지는 것 같다. 분명히 예전에―물론 아주 오래되었지만―읽었던 것이고, 그것도 당시에도 엄청난 충격 속에서 읽었던 소설인데, 전체적인 줄거리와 몇몇 핵심적인 용어 등만 생각나고 다른 건 너무나 생소하다. 내가 정말로 이 글을 읽었던 게 맞나? 혹시 내 기억도 조작된 건가? 전에 봤을 때에도 이런 사건이 있었던가? 내가 예전에 본 건 혹시 축약판 같은 게 아니었을까? 마치 이 소설을 처음 보는 기분이라 기뻐해야 되는 거 맞지?
- 전에 읽었던 책에서는 Big Brother를 '대형大兄'으로 번역했었다. 이번에는 원문 그대로 '빅 브라더'로 사용하고 있다. 대형에 익숙한 나로서는 처음에 이 부분이 제일 어색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대형보다는 빅 브라더가 더 적당한 용어가 아닐까 싶다. 대형이라고 하면 뭐랄까 이소룡의 당산대형이나 범죄조직 삼합회 분위기가 물씬 나지 않나? 아무튼 번역을 어떻게 했나 궁금하여 수시로 영문과 대조하다 보니 생각보다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 처음엔 작자 오웰의 분신이 윈스턴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실 오웰의 분신은 오브라이언이라 할 수 있겠다. 오웰은 오브라이언의 손과 입을 빌어 본인의 얘길 한다. 오브라이언이 '그 책The Book'의 저자라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에게 "Power is not a means, it is an end. ... The object of persecution is persecution. The object of torture is torture. The object of power is power." 라고 말하는 순간 어느새 오웰이 윈스턴을 심문하게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이런 디스토피아 소설을 보면서 마음껏 대상화시킬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요새 시절이 하 수상하여 오히려 그 반대다. 한국사회가 최소한 권위주의의 터널은 벗어났다고 어디 가서 자랑할 만큼은 됐는데, 한순간 방심하는 사이 다시 그 터널이 눈앞에 나타난 게 아닐까 걱정되는 사람은 나뿐인가. 그리하여 2012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한껏 우울하다.
- 원래는 하루키의 1Q84를 읽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하루키를 읽었어야 옳았을지 모르겠다. 아니, 하루키를 읽었어도 여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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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아직은 내리막이 아님이 확실히 밝혀졌다. 일전에 나랑 함께 봤었다는 아내의 주장은 새카만 거짓말까진 아니겠지만 최소한 심각한 착각 또는 조작된(?) 기억이었다. 오히려 아내에게 치매 기운이 있지 않나 싶은데, 어떻게 해도 행복한 결말은 아니구나. 둘 중의 하나는 의심스러운 거 아냐?
아무튼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내일 아침 기온이 영하 13도라는 뉴스와 함께, 따뜻한 여름이 그리워진다. 자전거도 타고 싶고, 캐치볼도 하고 싶고, 심지어 쪽지시험까지 다시 보고 싶…진 않구나. 다른 건 당장 어렵고, 대신 뭐 먹을 게 없는지 냉장고는 좀 전에 열어 봤다.
게임, 그 중에서도 RPG를 하다 보면 도중에 저장을 많이 해 두게 된다. 죽으면 당연히 안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게임의 분기마다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미리 저장해두는 것이다. 그런데 게임을 하다 보면 곧 저장을 너무 많이 하게 된다. 분명히 이 시점이 중요하다 싶어서 저장을 해 두긴 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면 별 소용 없을 때가 많다. 게임 진행이 잘못 되었다 싶어도 치명적이지 않은 바에야 이전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이 과정을 밟아오는 것도 귀찮고. 내게 지금 타임리프가 충전된다면 어디로 갈까. 생각해보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이미 너무 많아서 문제. 그뿐만 아니라 그때로 돌아가서 다시 사는 것도 만만찮고 두려운 일이다. 다시 살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과거가 아름다운 것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 글쎄 모르지. 한 번의 타임리프가 주어진다면 로또 추첨 이전 시각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이것 봐라. 아저씨들의 상상력은 벌써 이렇게 때묻지 않았나 말이다.
내일 지구가 종말한다는데 지금 뭘 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아내가 처가에서 가져온 팥죽을 먹었다. 맛있다. 이걸로 충분하다. 까짓거 내일 끝나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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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아비는 5.16 쿠데타로 집권하고, 그 딸은 51.6%로 당선되고.
저 집안은 516이 행운의 숫자인가? 역사가 이렇게 장난질을 해도 되나? 이러다간 모나미 볼펜도 153에서 516으로 바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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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투표할 때 단 한 번도 고민한 적이 없었다. 정몽준이 닭질하고서 노무현을 안 찍으면 무슨 큰일 나는 것처럼 온 나라가 난리가 났을 때에도. 그런데 이번엔 좀 그렇다. 왜 그럴까. 투표소를 나오면서 드는 생각, "내가 이번엔 좀 두려워하고 있구나." 명박이 이전에는 아무리 보수꼴통이라도 최소한의 가드는 올리고 싸울 줄 알았네 그게 아니더라. 저렇게 대놓고 무식하게 나라를 말아먹을 줄이야. 누가 뭐래든 난 도둑질하겠다는 저 용감하고 뻔뻔한 태도.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파렴치함. 돌직구, 돌직구 하는데 저게 바로 돌직구 아니던가. 거기에 5년 당하고 나니까 이번엔 정말로 두려움에 떨고 있나 보다.
선거가 이래선 안 된다. 제발 5년 후엔 이런 고민 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투표하러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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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간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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