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5.02 월드컵공원에 봄나들이 가다
  2. 2008.08.22 호텔과 수영장

가정의 달 5월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 그동안 주말이면 날이 춥고 흐리거나 비오고 그래서 이렇게 오랜만에 날씨 좋을 때 놀러가지 않으면 죄악이다 싶어서 결행한 주말 봄나들이.

햇볕은 잠깐의 외출이라도 살갗을 태울 정도로 따가웠지만 여전히 바람은 세게 불었다. 점퍼 없이 나갔다가는 바로 몸져 누울지도 모른다. 차로 10분이면 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1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하는 월드컵공원. 물론 순전히 부모가 게을러서 그렇다. 토요일 밤에 공원에라도 놀러 갈까 하는 말을 꺼낸 순간 큰 딸은 날아갈 듯이 좋아했고,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언제 공원에 놀러가냐고 성화여서, 이 나들이는 도저히 없었던 일로 돌릴 수 없는 이벤트가 되었다. 게으르기로 소문난 우리 가족도 이렇게 집을 나섰으니 당연히 사람들로 미어터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공원은 제법 여유가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각이었나 보다.

우리가 가족 나들이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가장 들기 좋은 핑계 거리는, 바로 작은 딸이 도무지 유모차에 앉아서 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큰 딸이 그만할 때와는 달리 작은 딸은 유모차에 얌전하게 앉아서 다니는 것을 온 몸으로 거부한다. 그렇다면 엄마 아빠가 딸을 안고 다녀야 된다는 얘긴데, 그것도 반드시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조른다는 것이 우리의 외출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다. 만약 억지로 유모차에 태우거나 아빠나 다른 사람이 안으려 하면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받기 딱 좋을 만큼 난리를 치며 통곡을 하는데, 그렇잖아도 남의 시선 받는 걸 그닥 즐기지 않는 부모인지라 이런 상황에 즐거울 리가 만무하다. 결론은 엄마가 외출하는 내내 작은 딸을 안고 다녀야 된다는 얘긴데, 말이 쉽지 아빠도 10분만 안고 있으면 팔이 끊어질 것 같은데 엄마가 이런 짐을 지고 한 시간 넘게 돌아다닌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늘도 공원에 도착하여 5분만에 빈 유모차를 아빠가 끌고 작은 딸은 엄마가 안고 걸을 수밖에 없었다. 매번 외출할 때마나 혹시나 하고 유모차를 가지고 가지만 역시나다.

큰 딸은 공원도 좋지만 놀이터가 더 좋을 나이다. 그러므로 출발하기 전부터 공원에 다녀오는 길에 놀이터에 들렀다 오면 어떻겠냐고 엄마 아빠에게 물어본다. 다 두 딸을 위해 벌이는 이벤트인데 공원은 되고 놀이터는 안 된다 할 수 없어 난감해 할 때 애들 엄마가 공원 내에 놀이터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딸에게 문제 없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오늘 공원 나들이도 사실은 공원 내에 있는 놀이터행이라고 봐야 된다.

딸 혼자 키울 때에는 적당히 놀고 적당히 집에 갈 시간을 잡기가 좀 어려웠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말하면 그 때부터 좀 더 놀고 싶다는 딸과 집에 가자는 엄마 아빠와의 줄다리기가 되는데, 이 때문에 즐거운 나들이가 결국 험한 분위기로 끝날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동생이 생긴 이후로는 집에 가야 되는 이유를 동생에게 씌우면 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편리한 점도 있다. 동생이 피곤해서 집에 가야겠다고 하면 순순히 따라 나서는 착한 언니다.

공원을 나설 때엔 본격적으로 나들이 인파가 늘었다. 간만에 우리 가족이 부지런을 떤 셈이다. 돌아오는 길에 큰 딸이 좋아하는 자장면까지 먹고 오늘 나들이 일정은 끝. 정말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도 집에 도착하니 피곤해 쓰러질 지경이다. 이놈의 체력은 정말 보약이라도 먹어야 하나...

또 언제 이렇게 바깥 바람 한 번 쐬러 나갈지... 자주는 아니더라도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딸들을 위해서 엄마 아빠가 노력봉사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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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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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과 수영장

패밀리 2008. 8. 22. 03:11

    8월 18~19 양일간, 내 자발적 의지으로는 절대 갈 리가 없는 곳에 다녀왔다.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뷔페 'Four Season'에 밥 먹으러 다녀왔을 때에도 위화감 팍팍 들었던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그야말로 숙박까지 하고 왔다. 멀리 바캉스 다녀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동생 내외가 하루 쉬려고 예약해 놓았던 건데, 그나마도 바쁜 일이 생겨 우리 부부에게 패스한 것이다. 숙박비까지 지불되었다니 우리로서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호텔에 딸린 리버파크 수영장 이용권까지 포함된 패키지였다. 딸내미 데리고 수영장 한 번 다녀와야 부모 할 도리를 다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맘을 원래부터 먹고 있었던 차라 팔자에 없는 호텔행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근데 18일이 점점 다가올수록 게으른 우리 부부, 놀러갈 맘에 들뜨기 보다는 오히려 맘이 착 가라앉는다. 왠지 모르게 동생의 숙제를 대신해주는 기분이라고 할까. 수영장에 가는 것 때문에 일부러 며칠 전에 할인점에 가서 없던 수영복까지 장만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것이, 차라리 장급 여관이나 펜션이면 맘 편하게 다녀올텐데, 이놈의 별 몇 개짜리 호텔이다 보니 비치된 비품에도 요금이 붙는다는 사실이 우리 맘을 무겁게 만들었다. 칫솔을 물론이고 치약까지 요금을 내야 한단다. 이 무슨 황송한 일인가 말이다. 그리하여 본의 아니게 '부담 없이' 다녀오리라 믿었던 휴가가 '부담 백배' 짜리 휴가가 되고 만 것이다.

    주전부리용 과자에다가 심지어 밤에 배고플까봐 컵라면까지 사들고, 굳은 날씨를 뚫고 호텔에 도착했다. 날씨가 안 좋아 수영장 이용을 못하게 되면 한편으로는 좋은 일이기도 하였고 또 한편으로는 괴로운 일이 될 터인데, 옷 갈아 입고 여러모로 절차가 복잡해지는 수영을 귀찮아하는 우리로서야 반가울 수도 있겠지만, 며칠 전부터 수영장 가서 한 번 휘저어 주리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는 딸내미의 상심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었다. 워낙 호텔에 늦게 도착하기도 하였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18일은 도저히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다. 서울/경기 전역에 많은 비가 내렸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었다. 당연히 우리는 수영은 물론이거니와 산책 같은 것도 못해보고 체크인하자마자 방에 갇혔다. 호텔 패키지 상품이 다들 그렇겠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물론 부부만 갔다면 좋았을 것이다. 책이나 보고 푹 쉬었다 오는 거, 우리가 딱 좋아하는 여행이다. 하지만 딸이 끼어 있는 여행에서 조용하게 책이나 읽고 돌아오는 건 애초에 기대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겠나. 그냥 TV만 봤다. 아니 이럴 거면 기름값 눈물 나는 시절에 은평구에서 세 식구가 이렇게 먼 곳까지 올 필요가 있었을까...

    무엇보다 우릴 난감하게 한 것은, 날씨로 인해 수영장 문을 일찍 닫으면서 우리가 도착했을 때엔 이미 수영장에 딸린 뷔페를 이용할 수 없었기에 저녁식사가 날아가 버렸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린 딜레마에 빠졌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림같이 굶어죽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품요리 하나에 봉사료와 부가세를 제외하고도 4~6만원 씩이나 하는 저녁식사를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껏 공짜 호텔 숙박권으로 놀러와서 한 끼 식사로 10만원을 훌쩍 넘겨 지출하면, 그렇잖아도 숙제하는 기분으로 온 길인데 받아들일 수 있겠나. 결론은 나가서 먹자는 거였다. 이렇게 비싼 식사를 한다면, 이것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생기는 일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오는 길에 보아둔 광장사거리에 있는 칼국수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혹시라도 광장사거리에 있는 칼국수집에 가고 싶은 사람은, 도시락 싸들고 따라다니며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추천하고픈 맘도 절대 없다. 주차가 가능하다는 것 말고는 아무른 특징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리고 적당히 맛없는 식당이다.

    이렇게 저녁 먹고는 1박2일 중 첫날이 그냥 지나갔다. 이 먼 곳까지 와서 올림픽 경기나 보고 있다니. 게다가 호텔이면 일반 가정집보다는 채널 수가 좀 많고 그러면 누가 잡아가나? 채널 수도 우리집보다 형편 없이 적었다. 이놈의 호텔에 와서 딱 하나 좋은 것은 욕조 가득히 물 받아놓고 목욕할 수 있다는 거다. 그 외에는 맘에 안 드는 것 투성이다. 좀 전에 말한 그 터무니 없는 밥값과 더불어 우리를 화나게 한 것은, 방 안에 있는 소모품과 냉장고 속의 음료수의 가격이었다. 아니 캔콜라 하나에 5,500원이 대체 뭔가. 쵸콜릿이 22,000원, 생수가 10,000원... 이런 어이없는 가격이란... 어차피 손도 안 댈 거니까 가격에 신경쓸 일도 없었다. 안 먹으면 될 거 아닌가. 그러나 이런 가격은 그저 봐 버린 것만으로도 사람을 화나게 한다.

'세상에는 이런 가격에 이걸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정말로 있단 말이지...?'
'우린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렇게 쓰고 싶지는 않을 것 같은데...'

우리 같은 사람은 같은 하늘 아래라고 믿고 살지만, 그들은 아니라고 생각할 거다 아마.

    둘째날까지 날씨가 개떡같았다면 정말 숙제만 하고 돌아오는 스토리였을 거다. 그러나 딸에게는 다행히도 19일은 수영하기 그지없이 좋은 날씨였다. 해가 쨍쨍 내리쬐면서도 바람도 꽤 시원했다. 김치도 없는 조식 뷔페는 정말 맘에 안 들었으나, 수영장에 딸린 중식 뷔페는 괜찮은 편이었다. 물론 그래봐야 간이뷔페인지라 Four-Season 같은 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아침 식사에 상처받은 우리로선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수영복은 장만하였으나 딸내미 물놀이하는 거 사진 찍어주고 튜브 밀어주기만 하기에는 성인 1인 입장료 6만원이 아까웠다. 우리 옆자리에는 정말로 수영복도 없이 가족들 물놀이하는 거 구경만 하고 있는 할머니도 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입장료가 면제될 리는 만무하다. 공짜 아니었으면 우리가 언제 이런 곳에 한 번 오겠나 하는 생각이 드니 노는 게 노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도 엄마 아빠의 기분과는 전혀 관계 없이 딸은 수영장에서 맘껏 놀았다. 물론 타보고는 싶으나 막상 그러자니 무서운 미끄럼틀 때문에 엄청 울긴 하였으나, 전체적으로는 원없이 놀았다.

    신나게 뛰어논 딸이야 그렇다 쳐도, 뭘 한 게 있다고 엄마 아빠는 녹초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오후 늦게 돌아오는 길에, 딸은 차에 타자마자 골아떨어졌는데, 운전하는 나도 졸려 죽는 줄 알았다. 마누라랑 역시 부모 노릇 제대로 하는 거 쉽지 않다는 데에 공감하며, 팔자에 없는 호텔 패키지 1박2일 여행을 마쳤다. 집에 가기 싫다고, 수영 조금만 더 하겠다고 조르는 딸을 보며, 남들은 다들 잘 하는데 우리 부부만 유독 딸 데리고 이런 곳도 놀러오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론 이런 거창한(?) 패키지가 아니더라도, 가끔씩 가까운 실내놀이터라도 가서 놀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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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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