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 그동안 주말이면 날이 춥고 흐리거나 비오고 그래서 이렇게 오랜만에 날씨 좋을 때 놀러가지 않으면 죄악이다 싶어서 결행한 주말 봄나들이.

햇볕은 잠깐의 외출이라도 살갗을 태울 정도로 따가웠지만 여전히 바람은 세게 불었다. 점퍼 없이 나갔다가는 바로 몸져 누울지도 모른다. 차로 10분이면 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1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하는 월드컵공원. 물론 순전히 부모가 게을러서 그렇다. 토요일 밤에 공원에라도 놀러 갈까 하는 말을 꺼낸 순간 큰 딸은 날아갈 듯이 좋아했고,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언제 공원에 놀러가냐고 성화여서, 이 나들이는 도저히 없었던 일로 돌릴 수 없는 이벤트가 되었다. 게으르기로 소문난 우리 가족도 이렇게 집을 나섰으니 당연히 사람들로 미어터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공원은 제법 여유가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각이었나 보다.

우리가 가족 나들이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가장 들기 좋은 핑계 거리는, 바로 작은 딸이 도무지 유모차에 앉아서 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큰 딸이 그만할 때와는 달리 작은 딸은 유모차에 얌전하게 앉아서 다니는 것을 온 몸으로 거부한다. 그렇다면 엄마 아빠가 딸을 안고 다녀야 된다는 얘긴데, 그것도 반드시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조른다는 것이 우리의 외출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다. 만약 억지로 유모차에 태우거나 아빠나 다른 사람이 안으려 하면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받기 딱 좋을 만큼 난리를 치며 통곡을 하는데, 그렇잖아도 남의 시선 받는 걸 그닥 즐기지 않는 부모인지라 이런 상황에 즐거울 리가 만무하다. 결론은 엄마가 외출하는 내내 작은 딸을 안고 다녀야 된다는 얘긴데, 말이 쉽지 아빠도 10분만 안고 있으면 팔이 끊어질 것 같은데 엄마가 이런 짐을 지고 한 시간 넘게 돌아다닌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늘도 공원에 도착하여 5분만에 빈 유모차를 아빠가 끌고 작은 딸은 엄마가 안고 걸을 수밖에 없었다. 매번 외출할 때마나 혹시나 하고 유모차를 가지고 가지만 역시나다.

큰 딸은 공원도 좋지만 놀이터가 더 좋을 나이다. 그러므로 출발하기 전부터 공원에 다녀오는 길에 놀이터에 들렀다 오면 어떻겠냐고 엄마 아빠에게 물어본다. 다 두 딸을 위해 벌이는 이벤트인데 공원은 되고 놀이터는 안 된다 할 수 없어 난감해 할 때 애들 엄마가 공원 내에 놀이터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딸에게 문제 없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오늘 공원 나들이도 사실은 공원 내에 있는 놀이터행이라고 봐야 된다.

딸 혼자 키울 때에는 적당히 놀고 적당히 집에 갈 시간을 잡기가 좀 어려웠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말하면 그 때부터 좀 더 놀고 싶다는 딸과 집에 가자는 엄마 아빠와의 줄다리기가 되는데, 이 때문에 즐거운 나들이가 결국 험한 분위기로 끝날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동생이 생긴 이후로는 집에 가야 되는 이유를 동생에게 씌우면 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편리한 점도 있다. 동생이 피곤해서 집에 가야겠다고 하면 순순히 따라 나서는 착한 언니다.

공원을 나설 때엔 본격적으로 나들이 인파가 늘었다. 간만에 우리 가족이 부지런을 떤 셈이다. 돌아오는 길에 큰 딸이 좋아하는 자장면까지 먹고 오늘 나들이 일정은 끝. 정말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도 집에 도착하니 피곤해 쓰러질 지경이다. 이놈의 체력은 정말 보약이라도 먹어야 하나...

또 언제 이렇게 바깥 바람 한 번 쐬러 나갈지... 자주는 아니더라도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딸들을 위해서 엄마 아빠가 노력봉사해야 되지 않을까.

Posted via web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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