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한 어린이집 동요 발표회를 마치고 온 가족이 이마트에 갔다. 뭐 살 게 있어서 간 게 아니라 큰 딸 장하다고 햄버거 사 주러 간 것이다. 얼마 전까지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여러 사람 앞에서 무대 위에 오르는 게 쑥스럽고 심장이 떨린다는 게 아닌가. 이른바 울렁증이란다.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고 칭찬도 해 주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영 자신 없어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발표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스트레스를 받는지 밥도 잘 안 먹는다. 그래서 정말로 자신 없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말하니까 너무나 좋아한다.

본인이 하기 싫다는 거 억지로 시키는 부모는 아닌지라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이렇게 떨리거나 하기 싫은 일이 생길 때마다 지레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이집 선생님한테는 전화로 애가 끝까지 무대에 올라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올리지 말라고 일러두고 발표회를 보러 갔다.

그런데 엄마 아빠의 걱정과는 달리 막상 발표회가 시작되니 아무 일 없다는 듯 노래와 율동을 잘 해내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작은 것이지만 이런 일이 하나의 실패의 역사가 되진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는데, 딸 나름대로도 고비를 잘 넘긴 것 같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어 반갑다. 그리하여 돌아오는 길에 이마트에서 햄버거 먹자고 했더니 아주 좋아 죽는다. 공연 때 긴장했었는지 배가 무척 고팠나 보다. 햄거버에 엄마의 돈까스와 우동까지 뺏어먹고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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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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