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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3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2. 2008.11.23 겨울이 되어도 걱정이 없단다
  3. 2008.03.11 오랜 친구 같은 노래
20년 전에 많이 부르던 그 노래.

아무리 유행이 돌고 돈다 해도, 제발 이런 상황은 돌아오지 않으면 좋으련만, 세월은 추운 날씨만큼이나 냉정하다. 여차하면, 아니 이미 이 노래가 적절한 세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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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TAG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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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야 토끼야 산 속의 토끼야
겨울이 되며는 무얼 먹고 사느냐
흰눈이 내리면은 무얼 먹고 사느냐
겨울이 되어도 걱정이 없단다
엄마가 아빠가 여름 동안 모아 논
맛있는 먹이가 얼마든지 있단다
    생일을 맞아 우리 세 식구가 외식도 하고 다 떨어진 내 운동화도 하나 새 것으로 바꿀 겸하여 저녁에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노래 좀 틀어달라는 딸의 요청에 동요 테이프를 틀어 주었는데 이 노래가 흘러 나왔다. 몇 살 때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에게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가 분명 있었을 것이고, 그 때가 갑자기 떠올랐다.

    다른 아이들은 어땠는지 몰라도, 난 절대로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 노래를 알기 전까진 토끼가 겨울에 무얼 먹고 사는지도 몰랐고, 겨울이 걱정되지도 않았다. 모든 토끼 가족이 여름 동안 맛있는 먹이를 충분하게 모을 수도 없을테고, 심지어 많이 모았다 하더라도 어느 먹성 좋은 꼬마 토끼가 죄다 먹어버리면 그 추운 겨울에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 추운데 밖에 나와 먹이를 못 구하면 아빠 토끼는 집에 가서 뭐라고 말할지도 고민될테고, 빈 손으로 돌아온 아빠를 바라보는 나머지 가족들은 어떤 심정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어린 나이에 그러저러한 생각들로 인하여 꽤 심각하게 들었던 노래다. 그리하여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이 노래는 마흔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 들어도 여전히 심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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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노래,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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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우울해지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다시 자취생활을 시작한 첫날, 나쁜 일은 함께 들이닥친다는 평범한 진리는 한 번도 빗나가는 적이 없다. 본격적인 이사는 다음 주말에 하기로 하고 우선 이번 주에 갈아입을 옷가지와 노트북, 그리고 수업에 필요한 교재만 챙겼는데도 집을 나서는데 벌써 어깨가 빠질 것 같다. 오늘 하루 쉽지 않겠구나 하는 예감과 함께 시작한 월요일. 자취방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원룸을 빌리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이 넓은 곳을 어떻게 다 치운단 말인가. 방이 2개, 작지만 치우려면 넓어 보이는 거실, 보일러실, 베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숨 나오는 것은 이 세상 곰팡이란 곰팡이는 다 모아놓은 것 같은 욕실이다. 이 많은 곰팡이를 왜 계약하기 전에는 못 본 걸까.

    어차피 본 짐은 도착하지도 않았고, 나 혼자 이 많은 걸 하루에 다 치운다는 것도 불가능하기에 오늘은 잠자는 방 하나만 걸레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오후 네 시에 수업이 끝나면 잠들기 전까진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 이 시간을 보고 자취 생활을 다시 한 것 아닌가. 그래 시간은 많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쉬엄쉬엄 천천히 하나씩 하자...

    그렇지만 처음 생각과 달리 일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당장 오늘 덮을 이불이 필요했다. 이런 건 당연히 근처에서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리고 근처에 이불 가게가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건만 어찌 된 일인지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 말고도 오늘 살 게 많은데 도대체 어디 숨은 걸까. 이리저리 찾다가 결국 집에서 한참 떨어진 옆 동네의 시장까지 와서야 이불 가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쇼핑한 다른 물건 때문에 지칠대로 지쳐 있었기에, 이불값을 흥정하고 싶은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 주인도 내 상태를 눈치챘는지 값을 깎으려는 나의 시도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제 컨디션이라면 절대 용서하지 못할 가격으로 이불을 양 손에 사들고 돌아오는 길이 왜 이리 먼지...

    집으로 돌아왔더니 몇 가지 재앙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3월 초, 아직 추운데 이놈의 보일러가 작동을 안 한다. 이게 뭐냐. 그렇다. 나는 보일러도 한 번 돌려보지 않고 덜컥 2년 짜리 전세 계약을 한 것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음을 깨달았지만 이번엔 뭔가 조치를 할 시간이 없었다. 학교 과제가 갑자기 떨어진 것이다. 팀 활동이라 내가 늦게 하면 할수록 팀원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일단 보일러는 그대로 두고 학교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도서관에 자리 잡고 부랴부랴 과제를 해서 넘기고 한숨 돌렸다 싶은 순간, 이번엔 또다른 과제가 떨어진다. 게다가 이번엔 좀 전의 것보다 더 급하고 더 힘든 과제다. 시계는 저녁 7시. 난 아직 저녁밥도 먹지 않았단 말이다. 그래도 조금만 더 힘내자. 내 처지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건 아니잖아. 그리하여 어찌어찌 두 번째 과제도 마무리하여 넘기고 8시 30분에 학교를 나섰다. 늦은 저녁을 먹고 서울 집에 전화를 했더니 엄마한테 혼났는지 딸 목소리도 힘이 없다.

    다시 집에 도착하니 잠깐 미루어 두었던 보일러 문제가 다시 나를 괴롭힌다. 희망도 없이 몇 번의 의미 없는 재시도. 이젠 정말로 조치를 취하기엔 너무 늦었다. 밤 9시가 넘어서 사람을 부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면 가능한 것부터 하자. 우선 욕실의 곰팡이와 힘닿는 대로 싸워주고, 그 다음엔 당장 오늘 잘 방을 치우기. 원래는 큰 방에서 자려고 했으나 짐이 없으니 휑한 것은 그렇다 쳐도 목소리가 울리는 것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하여 작은 방을 걸레로 훔쳤다.

    아까부터 아내는 오늘 내 일진을 염려하여 격려와 위로 전화를 계속 해댔다. 그러나 난 괜찮다. 이 정도에 무너질 내가 아니다. 보일러 문제야 내일 해가 뜨면 해결할 수 있고, 오늘 냉방에서 자는 것은 옷 껴입고 이불 말고 자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내일 아침 찬물에 머리 감는 큰 시련이 남아있지만 그 정도는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에게 불가능한 일이 절대 아니다. 오늘 이불 사건으로 좀 피곤하긴 하지만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는 거 아니냐.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이불도 깔았으니 자리에 누우려고 찬물에 세수를 하는데, 아 글쎄 집에서 가져온 비누가 영 안 도와주지 뭔가. 비누를 감싸고 있는 비닐 포장지가 아무리 애를 써도 벗겨지지 않는다. 뭐 이런 거지같은 경우가 다 있단 말인가. 나 오늘 그래도 꽤 힘들게 살았다. 그런데 이놈의 비닐 나부랭이가... 갑자기 우울해진다. 갑자기 이 세상에 완벽히 버려졌다는 느낌. 이런 하찮은 비닐까지 나를 우습게 보나... 그러고 보니 아닌게 아니라 게임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되고, TV도 없고, 난 완벽히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었다. 노트북을 켜 보니 어제 백업해 둔 게임이나 음악 파일도 웹하드에 저장해 놓고 이쪽으로 옮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새삼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아직 11시밖에 안 되었는데 무얼 할 수 있단 말이냐... 하드 디스크를 통째로 긁어보아도 할 만한 게 안 보인다. 그때 찾아낸 것이 2개의 음악 파일. 하나는 'Porco e Bella',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양희은 아줌마의 '내 어린 날의 학교'이다. 영화 '선생 김봉두'의 삽입곡이기도 한 이 노래는 나처럼 시골 분교에 다녀본 사람만이 그 속에 흐르는 정서를 완전히 공감할 수 있다.

미루나무 따라 큰 길 따라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따라
시냇물을 따라 한참을 가면
어려서 내가 다니던 우리 학교
......

    난 완전히 버려진 것은 아니다. 이렇게 나를 위로해 주는, 오랜 친구 같은 노래가 두 곡이나 있지 않은가. 방은 조금 춥지만 그래도 마음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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