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11.28 올해 들어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절망적인 하루
  2. 2010.03.24 작은 딸의 컴퓨터 사랑
  3. 2010.01.20 openSUSE (2)
  4. 2009.02.03 OS 다운그레이드

살면서 돌아보면 어느 한 해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으랴만, 올해는 유난히 나를 힘들게 하는 게 많다. 몇 년 동안 공부한 것도 허사가 되질 않나, 경제적으로도 압박감을 느끼질 않나, 그러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질 않나...

오늘 갑작스런 사고로 컴퓨터를 날렸다. 이런 일이 어디 한 두 번이랴. 그래서 낯빛이 변한 날 보고도 아내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저 인간 가끔 저러지... 오늘 좀 예민하겠군...' 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다른 날보다 내 절망의 강도가 높다는 걸 알아차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물었다.

"컴퓨터가 망가졌어."
"그래? 아예 망가진 거야?"
"응. 그런 것 같아."
"어느 정도로 망가졌는데?"
"... 완전히, 싸그리, 모조리, 깡그리, 전부다 ..."
"어쩌다가?"
"몰라. 갑자기 그래."
"OS를 다시 깔면 안 되나?"
"그러면 되겠지만 데이터는 못 살려."
"그 정도야?"
"파티션이 아예 없어졌어."

그렇다. 파티션이 없어져 버렸다. 이런 일이 다 생기나. 가끔씩 컴퓨터가 망가질 때는 있었지만, 그때마다 용케도 하드 디스크의 데이터는 살렸다. 그래서 OS를 재설치한 후에 몇 가지 번거로운 작업들을 거치면, 수고스럽고 피곤하다는 것만 감내하면 그래도 세상이 그렇게 어두워지진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파티션이 아예 날아가 버려서 다른 컴퓨터에 붙여도 파일시스템이 아예 인식조차 되지 않게 되었다.

여기까지 말해도 아내는 비록 고개는 끄덕이지만 어떤 사태인지 체감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 일하던 거 다 날린 거야?"
"그런 건 괜찮아."
"그럼 뭐가 문제야? 아 그렇구나. 공인인증서 다시 받아야 되겠네."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어. 딸들 찍어놓은 사진이 다 날아갔어."
"그럼 문제가 크구나."

아내의 얼굴도 역시 어두워졌다. 물론 중요한 자료들도 많지만 그거야 다시 고생하면 될 일이다. 이런 일 몇 번 겪다 보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자료들 그거 나중에는 없이도 사는 거 보면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그렇지만 아이들 사진은 어쩔 수가 없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잖은가.

"다른 곳에 사진 복사해 놓는다고 해 놓고선 안 했구나."
"응."
"네이버에는 얼마나 올려 뒀어?"
"글쎄. 확인해 봐야지."
"큰딸 사진도 다 날아갔나?"
"그 정도는 아닐 걸..."

확인해 보니 다행히 올해 7월 초까지 찍은 사진은 포털에 백업해 놓았다. 다만 그 이후로 찍은 사진들은 고스란히 날려 먹은 거다. 게으름은 역시 범죄다. 미리 백업만 해 놓았다면 이런 일로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왜 있겠나.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는 인간은 성인군자 아니면 또라이들이라는 거 아니겠나. 나같은 보통 사람들 소 잃기 전에는 절대로 외양간 안 고치잖아.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닌가?

남편이 너무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있으니 위로의 말을 해 주려는 것도 있지만, 아내는 원래도 나보다는 포기가 빠르다.

"어쩌겠어. 날아간 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7월 초까진 살렸네. 11월엔 또 바빠져서 사진 찍어놓은 것도 없을테고. 그 사이 몇 달치 날렸네."
"..."
"앞으로 딸들 사진 더 많이 찍어 줘. 그리고 이젠 백업도 좀 해놓고."
"응."
"그리고 오늘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좀 쉬어."
"..."

그래도 복구가 안 되는 사고는 너무나 힘들다. 아내는 좀 쉬라고 했지만, 시커면 모니터를 바라보는 건 더 괴로울 것 같다. 그래서 뭐라도 설치하자는 마음으로 찾았더니 작년 가을에 나온 리눅스 CD가 한 장 있다. 이거라도 우선 깔자. 제기랄... 아우 힘들어. 올해 운수가 왜 이러니 정말... ㅠ

하긴 그렇다. 언제나 지금이 가장 힘들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나중에 돌아보면 그땐 그래도 견딜 만했다고 말한다. 훗날 올해를 돌아볼 때에도 아마 그렇게 말할 거다. "그땐 그래도 견딜 만했다고... 지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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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과는 달리 작은 딸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라면 아주 환장을 한다. 아빠나 언니가 키보드 앞에 앉아 있는 걸 보면 자기도 끼어들고 싶어 난리를 치며, 기어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야 만다.

처음엔 실랑이를 하던 언니도 이제는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동생에게 양보하게 되었다. 착하다 우리 큰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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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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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SUSE

컴퓨터 2010.01.20 14:19
어쩌다 보니 openSUSE를 사용하게 되었다.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노트북을 포함하여 총 3대인데, 그동안 계속 죽어 있던 하나를 새로 하드디스크를 사서 복구시키면서, 늘 하던 대로 Xubuntu를 설치하려 했으나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KDE의 근황이 궁금하여 openSUSE로 가 봤다. 역시나 QT/KDE는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절감하고 Xubuntu로 돌아가려는데 하늘이 내 앞을 가로막는지 자꾸만 CD 오류가 나서 설치할 수가 없단다. 아니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잠시나마 한 눈을 판 데 대한 응징인가...

어쩔 수 없이 openSUSE에 눌러 앉기로 하였으나 도저히 KDE는 참아줄 수 없어 윈도우 매니저만 Xfce로 선택해서 깔았는데, 이것도 역시 openSUSE가 주력으로 밀어주는 건 아니라 그런지 완성도는 Xubuntu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불편한 몇 가지를 수동으로 이것저것 고쳐 주고 쓰다 보니 의외로 정이 간다고 해야 하나. 요즘은 3대의 컴퓨터 중에서 계속 이것만 쓰게 된다. 사실 이 컴퓨터는 아내가 쓰는 것이고, 내 것은 메모리 512MB의 Windows 2000이 깔린 vintage(?)인데, 본의 아니게 새 하드웨어를 내가 깔고 앉는 바람에 이 고풍스러운 물건은 아내의 차지가 되었다. Windows 2000 쓰는 사람은 알겠지만 각종 소프트웨어가 이 멋진 OS에 대한 지원을 슬슬 끊고 있는 형편이라 제대로 쓸만한 물건은 아니다.


Debian 계열에 비해 비주류 배포본이다 보니 확실히 제공되는 패키지 수가 적은 단점이 있긴 하지만 나름대로 잘 만든 물건이다 싶은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도 같은 Xfce 환경인데도 Xubuntu에 비해 확실히 look이 좋다는 것이 내 맘을 사로잡았다. 뭐 꼼꼼하게 환경 설정을 해 주면 Xubuntu라고 이렇게 안 될까 싶지만, 그런 수고는 내 몫이 아니고...

어쨌거나 요즘은 거의 Windows를 사용하지 않지만, 뱅킹을 제외하면 사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체감상으로는 새롭고 유용한 프로그램을 리눅스 환경에서 더 많이 더 빨리 만날 수 있다. 결론은 openSUSE, 꽤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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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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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Tanosi 2010.04.11 2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페도라를 시작으로 우분투나 센투나 여러가지 배포판을 써봤지만 이상하게도 오픈수세로 되돌아 오게되더군요

    • BlogIcon 도그마™ 2010.04.11 2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시군요. 전 멀쩡하게 잘 쓰다가 기분 내키면 확 바꿔버리는 변덕을 자주 부리거든요. 우분투 10.4 나오면 또 들썩거리지 않을 수가 없겠죠. ^^;

OS 다운그레이드

컴퓨터 2009.02.03 17:24
하루에도 최소 두어 번 씩은 알뜰하게 뻗어 주시는 컴퓨터 때문에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생활이 이어진지 어언 한 달. 성질 같아선 모조리 밀어버리고 OS를 다시 설치할까 생각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OS의 문제가 아니라 하드웨어 사양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 상황이었다. 물론 현재 쓰는 컴퓨터도 처음엔 쌩쌩 잘 돌아갔다. 그런데 하드웨어는 그대로인데 가면 갈수록 프로그램의 덩치가 커져가는 데다가 이놈의 윈도우는 서비스팩이니 보안 패치니 하는 걸 깔면 깔수록 어째 더 느려지는지 모르겠다. 젠장...

아무튼 도저히 이대로는 못 살겠다 하는 생각과, 새로 컴퓨터를 사려고 하니 이것 저것 고르는 귀찮음과, 아무리 요즘 가격이 싸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왕 살 바엔 구입 당시에 가장 좋은 것 다음 사양으로 사서 오래 쓰자는 방침으로 살아온 나로선, 새롭게 하나 장만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 장학금을 타면 그걸로 어떻게 해 보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결과가 시원찮고 해서 이래저래 절망적이었다.

물론 현재 하드웨어 사양 전체가 비스타는 아니더라도 XP를 아예 못 돌릴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현재 문제점의 원인 중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부분이 메모리 용량이다. 요새 나오는 떡대같은 응용 프로그램을 감당하기엔 512MB는 아무래도 좀 딸린다. 파란 화면도 화면이지만 최근에는 메모리 용량이 부족해서 어지간한 프로그램은 함께 돌릴 수가 없다. 특히 동영상 플레이어와 웹브라우저를 동시에 돌리려면 '참을 忍자' 여러 번 마음 속에 되새겨야 한다. 그렇다면 메모리만 넉넉하게 추가하면 될 일이 아닌가? 근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놈의 메모리 시장이 웃기는 것이, 요즘 가격 폭락이 어떻고 해도 중고 RAM 값은 요지부동인 것이다. 최근 나오는 1~2GB 짜리는 싸지만 예전에 나온 PC3200은 예나 지금이나 그때 그 가격 그대로다. 그러니 2GB 정도 살 돈으로 조금만 더 보태면 새 컴퓨터 가격이 얼추 맞춰지는 것이다. 게다가 메모리를 추가했을 때 성능이 완전히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서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일껏 중고램 비싼 가격에 사서 끼워 넣었는데 여전히 겔겔거리면 어쩔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는데, 이틀 전 한참 작성하던 문서가 날아가는 바람에 드디어 뚜껑 열리고 말았다. 그래서 결정을 내린 것이 윈도우 2000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XP도 무난하게 돌아가던 시스템인데 설마 2000이 안 돌아가랴. 그리하여 CD장 속에 처박혀 있는 낡은 CD 하나를 집어들었다. 노모뎀이 준 영문 윈도우 2000인데 XP 이전까지 잘 쓰던 놈이다. 1999년도에 세상에 나왔으니 벌써 10주년이 된 OS인데 하드웨어를 잘 잡아줄까 걱정이었지만 의외로 기특하게 잘 되었다. 사실 내가 XP를 쓰기 시작한 것이 SP2가 나오고서도 한참 이후의 일인지라, 사용한 기간만 놓고 보면 이놈을 가장 많이 사용했었다.



결과는 그럭저럭 쓸만하다. 응용 프로그램의 덩치는 어쩔 수 없는고로 여전히 메모리 압박은 있으나 OS의 덩치가 줄어든 만큼은 빈 공간이 생기지 않았겠는가. 역시 날렵하고 튼튼한 2000.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XP 이상이 아니면 아예 설치가 되지 않는 프로그램들도 있다는 사실... 특히나 Windows Live Writer를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또 하나, 그동안 Clear Type에 길들여져 있다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투박한 화면 글꼴을 참아줘야 한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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