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와 엠파스가 통합된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리하여 엠파스라는 이름은 이제 사람들에게 잊혀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아직도 그 존재감을 팍팍 드러내는 엠파스.

주요 포털에 접속할 때마다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그동안 귀찮아서 미루다가 오늘 갑자기 필이 꽂혀서 바꾸면서 좀 황당한 일을 겪게 되었다. 네이트에서 사용하는 계정이 네이트, 엠파스, 싸이월드의 3개라는 사실도 맘에 안 들긴 하지만, 그건 쓰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고 본다. 그러나 이 3 계정의 비밀번호 정책은 최소한 같아야 하는 게 아닐까?

네이트와 싸이월드 계정의 비밀번호는 바꿨는데, 엠파스를 바꿀 때 문제가 발생했다. 비밀번호는 소문자와 영문소문자의 조합으로만 사용해야 한단다. 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인가. 아니 여긴 대소문자 구분도 안 되는 동네인가. 요새 그렇잖아도 남들이 알아채기 쉽지 않도록 여러 가지 조합을 사용해서 비밀번호를 만들기를 권장하는 판에 영문소문자만 된다는 건 뭔가. 게다가 일관성도 없는 것이, 네이트와 싸이월드는 대문자도 되는데 엠파스는 소문자만 된단다. 어이 상실이다. 겉으로는 통합되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다른 사이트 같다. 그리하여 본의 아니게 이 동네에선 다른 비밀번호를 써야 된단다. 기분 나빠서 엠파스 비밀번호는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맘에 안 드는 거 하나 더 얘기하자면, 영문자와 숫자 외에 사용할 수 있는 특수문자가 아주 적다. 왜 다른 사이트는 되는데 여기선 안 되지? 무슨 기술적인 문제가 있길래? 이러니 비밀번호 조합이 단순해지는 거 아닌가 말이다. 무슨 개인사이트도 아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포털이 아직도 이런 구식 비밀번호 정책을 쓴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Posted via web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

네이트와 엠파스의 통합 작업이 끝나고 이른바 뉴네이트가 런칭되었다. 어쨌거나 내 입장에서는 네이트온 메신저 때문에 가입만 해 놓고 거의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 두다시피 한 네이트가 엠파스 메일 때문에라도 이용하게 되었으니 이 두 서비스의 결합이 전혀 시너지 효과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 엠파스 메일 때문에라도 네이트가 방문자 혜택을 보는 게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하루 동안 뉴네이트를 사용하고 난 소감은 "왜 이렇게 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이다. 이건 두 서비스를 기계적으로 결합한 것이지 엄밀하게 말해서 통합했다고 볼 수가 없다. 이게 네이트의 방식인가. 싸이월드와 통합했을 때와 똑같다. 

엠파스와 통합함으로써 SK comms의 서비스는 거의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두루 갖추어졌다. 그렇다 이제 어디 가서 대형 매장을 만들었다고 말해도 되겠다. 그런데 조금만 더 유심히 살펴보면 이 동네는 백화점이 아니라 재래시장처럼 한 장소에 여러 점포가 단순히 입점해 있는 것 같다. 우선 계정 관리가 그러한데 SK의  서비스를 보라. 싸이월드, 이글루스, 엠파스, 네이트 전부 제각각이다. 물론 통합이 쉽지 않은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엠파스와 네이트 양쪽에, 아니 4가지 서비스에 걸쳐 계정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통합 작업 때에 각 서비스의 계정끼리 연결을 시켜주는 게 어땠을까. 메일 서비스만 해도 그렇다. 엠파스 메일, 네이트 메일, 그리고 일전에 만든 싸이월드 메일까지... 대체 메일만 몇 개인가 말이다. 엠파스와 네이트 두 메일 주소 중 어느 한 쪽도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지메일을 보라. 지메일은 여러 주소로 메일을 보낼 수 있게 되어 있지 않은가. 이 경우 서비스 통합 때 받는 메일함만 통합시켜 주면 된다. 엠파스와 네이트 메일 둘 중 어느 쪽으로 수신하더라도 한 메일함에 도착하도록 말이다. 싸이월드 메일까지 연결시켜 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좋은 것이고... 블로그와 같은 다른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네이트와 엠파스의 이 어설픈 결합은 단순히 로그인할 때 불편하고 메일함이나 블로그가 분리되어 있는 번거로움의 수준을 넘어서서, 기묘한 차별도 만들어낸다. 기존 엠파스 사용자의 경우 500MB의 파일박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요새 서비스되는 box.net이나 dropbox와 같은 서비스에 비해서 용량은 아쉽지만 국산 서비스의 장점인 파일 전송 속도 하나만큼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서비스다. 그런데 네이트 이용자로선 엠파스와 통합을 했으니까 우리도 그런 서비스의 맛을 좀 봐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기존 엠파스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파일박스가 뜨는데, 네이트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아예 파일박스가 나타나질 않는다. 대체 어찌 된 거냐. 엠파스 이용자들은 성골, 진골이고, 네이트 이용자들은 육두품인가. 이런 문제도 메일함 통합하듯이 어느 계정으로 로그인해도 파일박스에 접근할 수 있게 했어야 한다.

혹시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겠다. 다 생각은 하고 있는데 시간이 없었다고, 차차 해 나갈 거라고 말이다. 싸이월드가 SK에 인수된 지가 몇 해인가. 그간 해 온 걸로 봐선 앞으로도 계획이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엠파스를 인수하고 나서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았다고 본다. 서비스 통합까진 생각 안 하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결정이 나서 그랬다면, 지금이라도 계획을 다시 세워서 정말로 서비스간 유기적 결합을 도모해야 한다.

네이트로선 이렇게 다 갖추고 나서도 사실 남들 하는 만큼 한 거다. 이렇게 하고도 남들보다 특출나게 뛰어난 건 사실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하물며 지금과 같이 밥 따로 국 따로 식의 결합이라면, 야후나 파란 같은 곳이야 조금 긴장하는 척 하겠지만 네이버나 다음으로선 피식 웃어버릴 수도 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그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이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0) 2010.03.20
MBC와 공격 사이트 보고  (0) 2009.03.03
굿바이 엠파스  (4) 2009.02.28
식도락의 조건  (0) 2008.03.16
공군 뉴스레터, 혹은 스팸?  (3) 2008.03.08
Posted by 도그마™
,

굿바이 엠파스

그외 2009. 2. 28. 01:37
오늘부로 엠파스가 사망 선고를 받았다. 자연어 검색으로 기억되는 검색 포털. 누군가는 SK가 멀쩡한 서비스들을 인수하여 숨통을 끊어놓는 데 비상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사실 엠파스는 경영진의 능력만 놓고 본다면 벌써 열두 번도 더 망하고도 남음이 있다. SK에 인수되면서 그나마 모진 목숨 끊지 못해 지금껏 이어오다가 드디어 산소 호흡기를 뗀 것일 뿐이다.

어찌 되었거나 한 때 몸담았고,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생계를 꾸렸던 곳의 사망을 지켜본다는 것은 착잡한 일이다. 순간 나답지 않게 비장한 마음이 들어 마지막 날의 모습을 몇 장 남겼다. 굿바이 엠파스...


'그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MBC와 공격 사이트 보고  (0) 2009.03.03
네이트와 엠파스, 그 기이하고 어설픈 결합  (4) 2009.02.28
식도락의 조건  (0) 2008.03.16
공군 뉴스레터, 혹은 스팸?  (3) 2008.03.08
[스크랩] 책꽂이 계단  (0) 2008.02.24
Posted by 도그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