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잘 치는 사람들 보면 부러운 것과 같은 크기로 글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솔직히 말해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략하지 않나 싶은 글의 분량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난 다음 그렇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글 속에 작가가 하고 싶은 말들은, 아니 그 속에서 독자가 듣고 싶은 말들은 다 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 잘 짜여진 작은 프로그램 소스를 본 느낌이다.

띠동갑 작가와 독자. 글 속의 작가의 말들이 온전히 자기 속에서 길어올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세계로부터 얻어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쨌거나 이 새파랗게 젊은 작가의 언어를 통해 독자가 작은 크기이나마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것이 원래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는 관계 없이 존재의 가치를 가진다는 사실.

내가 이 글을 썼다면 이 작가처럼 멋지게, 그리고 괜히 복잡하게 얽지 않고서 현실과 환상의 거리를 적당하게 유지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을 적당하게 양보하게 하고 마지막에 화해시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현실과 환상 중에서 어느 하나의 완전한 승리와 다른 하나의 패배를, 그리하여 파국을 만들어내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난 이 젊은 작가가 조금, 아주 조금(!) 부럽다. 많이 부럽지 않은 이유는,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난 퍼즐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푸는 사람이므로, 만들어내는 것은 순전히 작가의 몫이므로...

작가 같은 직업을 갖지 않은 걸 정말로 다행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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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책장에 꽂혀 있는 초레어 아이템이다. 1991년 푸른숲에서 나온 헝가리 태생의 독일 작가 가보 폰 바싸리(Gabor Von Vazary)의 소설 『몽쁘띠』. 거창한 이야기도 멋진 등장인물이 나오는 것도 없는 소설. 그러나 이 책 이후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 아이디는 monpetit가 되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만큼 내 삶에 나름대로 큰 영향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단 한 번만 읽었다는 것. 사실 그 이후로 다시 읽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두 번 다시 끝까지 읽지 못하고 몇 장 읽다가 다시 책장으로 밀려나곤 했다. 아마도 소설의 슬픈 결말을 내가 참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독일에서는 무려 500만부나 팔렸다고 하였지만, 한국에서는 장담하건데 초판도 다 밀어내지 못했을 거다. 당연히 지금은 어디 가서 구할 수도, 사실 아는 사람 아니면 구하고 싶지도 않을 그냥 그렇게 스쳐가는 소설. 그러나 여전히 내 책장 한 켠을 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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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러브_러브 2010.03.15 16: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만으로도 매력적이어서 인터넷서점을 뒤져봤는데 정말 레어 아이템이군요.ㅎ

  2. BlogIcon 별물고기 2010.03.31 12: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 . 저도 지금 이 책을 애타게 구하고 있는데 . . 갖고 계시다니 부러워요 ㅠ
    예전에 한번 읽고 강한 기억이 남은 책이라 . . 신기하네요

어제 갑작스런 감기몸살로, 두 딸로부터 탈출하여 초저녁부터 방에 불도 넣지 않은 큰 방 침대에 누워 묵직한 이불 뒤집어쓰고 비몽사몽 잠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을 때였다. 밖의 거실에서 도란도란 들리는 목소리들이 처음엔 분명 아내와 딸들의 것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들의 목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 시작했다.

이게 아내 목소리 맞나...
혹시 지금 이 순간 저 문을 열고 나가면 낯선 세계의 낯선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날 바라보는 건 아닐까...

물론 이성의 끈은 끝까지 놓지 않고 있었던고로 이 공상이 말도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냥 지금 이불을 박차고 문을 열고 나가면 아무 것도 아니다. 당연히 저들은 내 가족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를 쳐다볼 것이다.

문득 나도 소설을 써 볼까 하는, 쓸데없기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생각이 머리 속을 아주 잠깐이나마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아픈 와중에도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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