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카레를 해 먹으려고 봤더니 양파가 떨어져서 집 앞 가게에 사러 나가려는 차에, 오늘 날씨도 좋길래 큰 딸 운동도 좀 시켜주자는 뜻에서 함께 데려 나갔다. 아빠와 딸이 도착한 곳은 집 근처 작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미니 놀이터. 사실 놀이터라 하기엔 좀 민망할 정도로 심플하다. 마치 건축법상 어쩔 수 없이 구색을 갖추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처럼, 목마 두 개와 조금 큰 미끄럼틀 하나가 전부다. 그래도 이런 놀이터가 있다는 게 어딘가. 우리 어릴 때와는 달리 요즘은 애들이 골목길에서 뛰어놀 수가 없다. 아무리 작은 골목이라도 차가 쌩쌩 달리는데 어떻게 애들을 집 밖에서 할 수 있겠는가.

아침에 운동하겠다고 거실을 구르는 것을 엄마가 뜯어말렸는데 막상 밖에 나와서 안 놀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쓸 데 없는 것이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딸은 잘 논다. 처음 본 또래 애들과도 금방 말을 섞는다. 물론 처음 보자마자 자기들끼리 나이 서열부터 정하고 논다는 점이 어른들이 보면 정말로 우습지만...

원래 아주 어릴 때부터 겁이 많은 딸이었는데, 물론 주위 또래 친구들을 의식해서일 수도 있겠으나, 오늘 보니 여섯 살에겐 조금 힘들겠다 싶은 활동도 척척 해낸다. 확실히 컸나 보다. 얼마 전부터 엄마 아빠한테 자전거를 사 달라고 졸랐는데, 집 앞 골목이 위험하다는 핑계로 안 사 주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이렇게 차 없는 공간에 데려와서라도 바깥 활동을 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 자전거 좀 알아봐야겠다.

아빠랑 딸 둘이서 놀고 있는데 애들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묻는다. 장소를 가르쳐 주었더니, 그렇잖아도 엄마랑 작은 딸도 챙겨입고 외출했다고, 놀고 있으란다. 그렇게 해서 양파 한 자루 사러 나온 길이 본의 아니게 온 가족 외출이 되어 버렸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보니 날도 적당히 따뜻하고 바깥에서 애들 놀기 딱 좋을 때다. 더 더워지기 전에 엄마 아빠가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겠다.

Posted via web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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