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딸에게 잠자리에 들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준다. 어제 본 책은 『밀로의 모자 마술』이란 동화인데, 딸이랑 내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책, 다른 동화와는 뭔가 좀 다르다. 아이들의 눈높이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웃음으로 이끄는 스토리 구성이 굉장히 극적이다. 즉 책을 읽다가 웃음이 갑자기,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빵 터진다는 얘기다. 어제 딸에게 이 동화를 읽어주다가 갑작스럽게 웃음이 밀려왔는데 도저히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어찌나 얘기가 웃긴지 미친 놈처럼 꺼이꺼이 웃었는데, 물론 딸이 그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빠가 저렇게까지 뒤집어질 필요가 있을까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이쯤에서 웃음을 멈추고 딸에게 계속 책을 읽어주고 싶은데, 도대체 이놈의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급기야 눈물을 보이고 만 아빠. 더욱더 걱정스러운 얼굴이 된 딸. 물론 아빠가 적당히 상황을 정리하고 계속 읽어주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한 번 NG가 나면 계속 난다더니 딱 그 꼴이다. 여기서 끊고 다시 읽어야 하는데 이거 정말 쉽지 않다.

눈물이라는 게 묘한 마법이 있어서, 웃음으로 시작된 눈물도 일단 시작되면 더 이상 웃음이 아닌 울음이 될 가능성도 있는 걸까? 아무튼 처음엔 웃으면서 흘린 눈물이었으나 나중엔 좋게 끝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내 감정을 스스로 내가 조절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애 엄마가 방에 들어와 나에게 괜찮은지를 물었을 때엔 정말로 괜찮지 않은 상황이 되어 있었다. 결국은 동화책을 애 엄마에게 넘기고 방을 나왔다.

여기까지 쓰고 처음부터 읽어 보니, 우울증 환자의 일기 같은 건 본 적이 없지만, 혹시 이런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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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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