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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7 말조심 - 꿈 이야기 3
  2. 2008.02.18 꿈의 순기능 - 꿈 이야기 1

모처럼 대학 동기들이 등장하는 꿈을 꾸었다. 꿈이라는 게 원래 그렇듯이 예고하고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지만, 지인들이 잘 찾아와 주지 않는 내 꿈을 놓고 본다면, 한꺼번에 셋이나 친구들이 등장하는 꿈은 예사롭지 않을뿐 아니라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 반갑긴 한데, 이번 꿈은 막상 깨어나니 아찔하기도 하거니와 한편으로는 현실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갑자기 친구들이 왜 내 꿈에 납시었나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얼마전 S와 저녁 먹자는 약속을 했었는데 하필이면 그날 몸살이 나서 기약 없이 다음에 보자고만 해 놓고 넘어간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이전에도 T가 S랑 통화하다가 설날 연휴에 친구들 한 번 모이자고 말만 해 놓고서 후속 연락 없이 잠수 탄 일이 있기도 하다. 워낙에 그런 공수표를 잘 날리는 위인인지라 이젠 괘씸하지도 않다.

"혹시 탱자한테 연락 없었냐?"
"없었는데. 왜?"
"짜식... 설날 연휴에 친구들 한 번 보자더니 애들한테 연락 안 했구먼..."
"기대하지 마. 원래 그렇잖냐. 안 그러면 탱자가 아니지..."
"그런가..."

아무튼 꿈 이야기로 돌아와서... 어젯밤 꿈에 친구들 세 명이 등장했다고 말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셋은 아니다. 문제의 T는 보이지 않았고, S놈과 얼마 전에 아빠가 된 D와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모였다. 당연히 구체적인 장소는 지금 알 수 없다. 왜 모였는지는 모르지만 꿈 속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만남이었고, 그 모임에 원래 T도 나오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T가 병원에 입원을 해서 못 나오게 되었다나 뭐라나... 아무튼 T는 그렇게 이야기 속의 배경 또는 맥락으로 등장한 것이다. 우리 셋이서 모여 놀다가 갑자기 S가 요 옆이 바로 T가 사는 아파트인데 가 보자는 것이다. 난 물론 반대했다. 주인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잘못이라서가 아니라, 아는 사람은 다 알듯이 T가 평소에 자기 방을 어떻게 해 놓고 사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로선 그 방에 들어가볼 생각이 전혀 나질 않았던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야기 전개의 모순점이나 비논리성은 잠시 접어두자. 갑자기 아파트가 근처에 왜 나타날 것이며, 주인 없는 집에 왜 우리가 들어가 볼 것이며, 게다가 열쇠도 없이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 등등 말이다. 꿈이잖은가. 안 되는 게 어딨나. 그것도 남의 꿈도 아니고 내 꿈인데 말이다.

어쨌거나 우린 T가 산다는 주인 없는 빈 방에 들어왔다. 방이 온통 쓰레기로 뒤덮여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현관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것 말고는 의외로 방이 멀쩡하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물론 우렁 각시가 와서 밥을 지어 놓고, 말끔하게 청소를 해놓고 갔다거나 하는 정도는 절대 아니다. 그저 T 치고는 깨끗하다는 얘기다. 다 먹어치우지 못한 과자가 방 바닥과 책상 위에 버려져 있었고, 이불도 펴 둔 채로 있었다. 그래도 이만하면 기특하다. 우린 심지어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방에 앉았고, 물론 순전히 내가 그랬지만, 과자 봉지를 뜯어서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그런데 얘기 도중에 무심코 내뱉은 말에 갑자기 D의 안색이 확 변한다. T에 대한 얘기였는데, 내가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T라면 원래 그렇겠지 하는 추측만 가지고 한 말이, 평소에 친구들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하지 않는 D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뭐, 정말이야?"
"글쎄... 탱자라면 그렇지 않겠냐..."
"나한테는 그렇게 얘기 안 하던데."
"너한테 따로 얘기 했었냐."
"얘기했지. 이 자식 엄청 서운하네..."
"..."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어쩌지... 이미 D는 화가 나 있었고,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정확히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내가 그만 둘 사이를 이상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방을 나서서 병원에 누워 있다는 T를 보러 가기로 했던 차라 둘 사이에 오해가 있다면 금방 풀리겠지만, 결과적으로 중간에서 말을 만들어낸 나로선 상황이 참으로 꼬여버렸다고 할 수 있다. 이 순간 적당히 둘러대서 수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고맙게도 자명종이 마침맞게 울려 주는 바람에 꿈에서 도망칠 수 있었지만, 괜스레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물론 꿈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구체적인 정황은 이미 잊었고, 기억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다지 명쾌하거나 논리적인 상황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내 경솔함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이 놈의 말 때문에 멀쩡한 사람 우습게 되는 게 정말 한 순간이다.  앞으로는 정말 말조심해야겠다. 조심, 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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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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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꿈은 좀 이상한 데가 있다. 아니 내가 지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의 꿈에 공통적인 현상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좀 이상하다. 내 꿈의 특징은 꿈에 주위 사람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꿈에는 나 혼자 나오거나 아니면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등장인물이 죄다 일면식도 없는 익명들로 배치되는 건 아니다. 여기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란, 나는 그 사람을 알지만 상대방은 나를 모르는, 예를 들면 '이경실 아줌마'[각주:1]와 같은 연예인이나 정치인과 같은, 이른바 유명인이라는 인간들도 다수 포함된다. 그렇지만 365일 이들만 등장할 순 없다. 사실 내 꿈엔 나 이외의 사람이 등장할 때보다는 아닐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아주아주 가끔, 즉 일년에 서너 번 정도 내 주위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런 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익명들이 나오는 꿈은 보통 휘발성이 강해서 꿈 속에서는 나름 흥미진진하거나 진지한 스토리가 전개되었다손 치더라도, 일어나서 물 한 잔 먹는 와중에 그 내용이 깡그리 날아가 버린다. 말 그대로 물이 목구멍을 타고 꿀꺽꿀꺽 소리를 내면서 넘어가는 순간 꿈 내용을 잊어버린다. 가끔은 어쩜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망각의 힘은 경이롭다. 그러나 지인들이 배역으로 등장한 꿈은 좀 다르다. 워낙 드물게 등장하는 인물들인지라 꿈 내용도 평소와는 그 무게감에서 차이가 나서, 이런 날은 보통 하루 이틀 정도는 꿈의 내용이 머리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때 꿈 내용을 메모해 두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등장인물들에게 연락해서 '어쩐 일로 네가 꿈에 나왔다. 무슨 일 있냐.' 라고 꼭 물어본다.

    동기 중에 결혼해서 부산에 정착한 Y는 실제로 1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다. 그러한 Y가 일전에 내 꿈에 나오지 않았다면 전화 한 통이라도 했을까 싶다. 아무튼 이런 것은 꿈의 순기능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날도 없으면 어떻게 다 연락하고 살까.

  1. 그저께 진짜로 이 아줌마가 생뚱맞게도 내 꿈에 나왔다. 본인이 들으면 기분나쁠 수 있겠지만, 악역이었다.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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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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