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2.13 중심극한정리
  2. 2008.02.22 기억의 진실

중심극한정리

롤플레잉 2009.02.13 20:13
오늘 통계학 공부를 한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니다. 그런데 저녁 먹고 도서관에 앉자마자 갑자기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단어, 바로 '중심극한정리'다. 뜬금없이 웬 중심극한? 살면서 이런 단어를 대체 얼마나 떠올릴 수있을까.

중심극한정리[中心極限定理, central limit theorem]

확률변수 제n항까지의 합의 분포가 n → ∞일 때 정규분포(正規分布)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이는 정리로 그 가장 기초적인 것은 이항분포(二項分布)의 정규조사에 관한 라플라스의 정리이다.

중심극한정리로서 가장 기초적인 것은 이항분포()의 정규조사에 관한 라플라스의 정리이다. 즉, X를 이항분포 nCkpkqn-k(p는 바라는 사건이 일어날 확률, q=1-p)에 따르는 확률변수라 하면,

      
(np는 X의 평균값, √npq는 X의 표준편차)

의 분포는 n → ∞일 때 표준정규분포 N(0,1)에 가까워진다.

     
......


그렇단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혹시 옆자리의 누군가가 통계학 책을 펴놓은 것을 지나치면서 보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런 기억도 없는데, 마치 귀에 익은 노래가락처럼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말... 물론 살아온 동안 한 번도 접하지 않은 건 아닐게다. 재작년 교육통계 수업 시간에 들었던 말일 수도 있고,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후론 내 삶에서 다시금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리게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을 것이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이 외에도 또 어떤 말들이 살아가면서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불쑥 떠오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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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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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진실

롤플레잉 2008.02.22 16:32

    나에게는 가까운 과거의 일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아주 먼 과거의 일들은 잘 기억해내는 이상한 재주(?)가 있다. 이러한 능력을 그간 스스로도 신통하다고 여기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에 어떤 계기에 의해, 인간의 기억이라는 게 얼마나 믿을 수 없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으며, 기억의 본질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보았던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의 기묘한 이야기들은 어린 나의 상상력을 휘어잡기에 충분했다. 혹시라도 그 시간에 아버지가 채널을 독점하기라도 하면, 요즘처럼 케이블에서 재방, 삼방, 마르고 닳도록 다시 틀어주는 것도 아니라서 머리를 쥐어뜯곤 했다.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 내 기억 속에 마치 불도장을 찍어놓은 것처럼 강한 인상을 남겼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그네를 타는 여자아이의 영혼, 그리고 그 아이의 곰인형이 나오는 그런 스토리였다. 시리즈의 다른 편보다 약간 무섭다고 느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아이의 영혼이 그네를 타는 장면과 그 곰인형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서, 지금껏 그 곰인형을 떼어놓고서는 '환상특급'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환상특급을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당연히 내가 가장 보고 싶어하는 편을 찾았으나 쉽지 않았다. 당시 TV 방영시 소제목을 달아주었는지도 기억나지 않거니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껏 그 제목까지 기억하는 것은 무리다. 아무튼 곰인형 편을 찾기 위해 시리즈의 개요를 훑어보았는데, 이게 어인 일인가. 쉽게 찾으리라 예상했으나 맘 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시리즈 전체를 무작정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빨리 내가 원하던 것을 찾았다. 그런데...

    소제목은 'If She Dies'였다.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딸, 딸을 살리려는 아버지의 노력, 고아원에서 죽은 여자아이의 영혼 등... 20년도 더 지나 잊혀졌던 장면들이 다시 재구성되어 퍼즐을 맞추듯이 연결되는 건 좋았는데... 그런데 스토리가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내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던 그 곰인형과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곰인형은 생김새부터가 많이 달랐다. 또한 여자아이의 영혼도 그렇고, 그네를 타는 모습도 그렇고... 마지막으로 스토리도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갔다. 결론적으로 내 기억과는 아주 많이 다른 스토리였다.

'아니 이게 이런 얘기였나?'
'쟤가 그네를 저렇게 탔었나.'
'어허, 곰인형이 그 곰인형이 아니네...'

    끝까지 보고 난 후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것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에피소드가 맞다. 결정적인 증거는 그 고아원의 수녀님인데 이것은 내 기억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은 아주 많은 곳에서, 그리고 특히 내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던 부분에서 잘못되어 있었다.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덜 무서운 내용이었다. 난 내 마음대로 스토리와 등장인물의 모습 등을 재구성하고 지금껏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기억은 스스로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재구성되는 것 같다. 이건 아주 고마운 능력인데, 잊고 싶은 기억을 의식 저편으로 감추고, 좋았던 기억을 더욱 좋게 꾸미고, 좀 더 자신에게 유리하게 각색하여,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되고, 이 드라마가 자신의 컬랙션이 되는 것이다. 필요할 때 손을 뻗어 펼치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드라마. 인간이 기억이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이 내 각별한 기억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틀림 없지만, 한편으로 내 마음대로 편집이 되더라는 면에서 안심이 되기도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좋지 않은 기억이나 나에게 불리한(?) 기억들도 나중에 좀 더 멋지게 편집되지 않을까.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권리이므로, 나 말고 다른이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다면 내가 구성한 역사만 남는 것이다.

    공포물은 물론 약간의 기괴함도 용서할 수 없는 아내는 '환상특급'이라면 손사래를 치는고로 나 혼자 보았는데, 다 보고 나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햇빛 쏟아지던 날들'이라는 영화를 추천해 주었다. 왠지 따분해 보여서 관심조차 두질 않았던 영화인데 시간 내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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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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