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장 힘든 한 주를 보냈다.

시험 공부를 하면서 시작한 좌절은 시험 당일 그 절정을 맞았다. 어떻게 10분 전에 암기한 내용도 못쓴단 말인가. 하긴 뭐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한 주 내내 노트를 끼고 살았지만 여전히 머리 속에 남지 않는다. 아무래도 지리학은 내게 안 맞는 과목인가 보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지리학의 내용은 들을 때는 알아도 내 것으로 남지는 않았다.

들인 노력에 비해 형편 없는 시험을 치르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오뉴월에 감기가 찾아왔다. 주말 내내 두통에 시달렸다. 이젠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두통이건만 이럴 때 아프면 괜히 더 억울하다.

게다가 이 한 주를 더 절망적으로 몰고 간 주인공은 바로 딸이다. 한 주 내내, 그것도 굉장히 심각하게 아팠다. 열이 40도를 오르내렸는데 병원에서도 딱히 방법은 없나 보다. 그냥 해열제를 처방해 주면서, 금방 내릴 열은 아니란다. 어금니가 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란다. 거기에다 감기까지... 그럼 애타는 부모는 어쩌란 말이냐. 온몸에 열꽃이 오르고 설사를 해댄다. 설사 때문에 엉덩이가 짓물러 더 아프다. 이렇게 주말 내내 딸은 아파서 울고 엄마 아빠는 그걸 보며 안타깝고 지치고 나중엔 화가 났다.

새달의 첫날이 밝았지만 상황은 아직 지난주에 비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딸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고, 엄마는 지난 한 주 동안 완전히 지쳤고, 아빠는 여전히 시험과 레포트와 발표 수업이 이번 주 내내 꽉 차있다. 새로운 한 달, 새로운 한 주가 아니라 지난 달, 지난 주의 연속일 뿐이다. 기분도 황사처럼 부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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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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