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야 뭐 최근에 주욱 병원과 약국 먹여살리고 있는 중이라 전혀 새롭지 않은 병원행인데, 문제는 아빠다. 지난주 금요일에 약국에서 애들 땀띠에 발라주려고 연고를 하나 샀는데 어제 애들 엄마가 잘못해서 많이 짜 버렸다.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아빠 팔꿈치 안쪽에 발랐는데 이게 탈이 났다. 연고를 바른 부분이 확 일어난 거다. 피부가 뻘겋게 부어 팔이 접혀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는데, 하늘이 무슨 천벌을 내리는지, 후끈후끈 열이 나고 가렵고 따가워서 머리 속이 온통 이놈의 피부 염증으로 가득가득 차서, 다른 건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가려워서 돌아가시겠지만 그렇다고 긁으면 그 부분이 더 올라올 게 뻔하고, 시원해지라고 반대편 손바닥으로 때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나중에는 아파서 이것도 못할 짓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오늘은 딸만 병원에 간 게 아니라, 아빠도 딸이 가는 이비인후과와 같은 건물에 있는 피부과에 갔다.

딸이 가는 이비인후과는 응암동에서 꽤 유명하다. 두 가지로 유명한데, 하나는 의사들이 친절하기로, 또 하나는 그와 정 반대로 간호사들은 불친절하기로 말이다. 이 동네 간호사들은 그 불친절의 수위가 병원 등급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거기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은평구 보건소의 공익근무요원에 필적할 정도이다. 손님을 맞이하는 데스크에 앉아, 한 손으로 전화를 받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환자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려서 지시하거나, 문진표 작성 요령도 안 가르쳐 주면서 볼펜 한 자루 띡 던져주는 모습은 영락없는 공익이다. 이런 일을 당하면 내가 왜 이따위 병원에 와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나 싶은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이 일대에선 그나마 이 병원이 제일 잘한다고 소문이 났을 뿐만 아니라, 딱히 달리 갈 곳도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왜냐고? 다른 곳에 가면 일단 병이 낫질 않는다는 건 거의 진리에 가깝다.

그런데 오늘 아빠가 간 피부과는 간호사는 그다지 빠지는 편이 아닌데 의사가 문제인 동네다. 이놈의 의사는 어떤 병으로 가든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얘기한다. 즉 환자에서 뭐 하나라도 친절하게 말해 주는 게 없다. 답답해서 환자가 물어보면 그제서야 한 두 마디 던져주듯이 얘기하는데, 그것도 선문답과 같아서 정확히 이해한 건지 나중에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오늘만 해도 그런데, 어제 바른 연고가 현 상황의 주범이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란다. 그럼 그 연고를 계속 발라도 되냐고 물었더니 또 그건 아니란다. 왜냐고 물었더니 어제 바른 연고가 단지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며, 그래서 자기가 새 연고를 처방해 주는 게 아니겠냐고 한다. 그럼 왜 어제 연고를 바른 부분이 이렇게 일어났냐고 물어보니 그건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라서 그렇단다. 이런 식이다. 게다가 그 외에는 별 말이 없길래 오늘 하루만 치료하고 약 받아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병원비 낼 때 간호사 말이 내일 또 오란다. 아니 내일만이 아니라 며칠 와야 된단다. 그러면서 약도 딱 하루치만 처방해 준다. 왜 이런 얘기를 의사가 아닌 간호가한테서 들어야 되지?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이 근방에 피부과가 한 군데만 더 있었어도... 이건 뭐 이비인후과보다 더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곳이라서, 의사가 베짱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비스를 개선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내일 아침 일어나서 아픈 곳이 가라앉지 않으면 내일 한 번 의사에게 따져 볼까...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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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미소님 2011.03.12 1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응암동 주민이시군요. 저도 응암동에 살아서 저 병원들이 어딘지 알 것 같은데, 정말 의사들은 친절한데 간호사들이란.... 살면서 다시 못 볼 불친절한 간호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호사들에 대한 손님들의 클레임을 병원 의사들은 아는 지 모르는 지..

    저 병원은 하루나 이틀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제일 실력있는 의사에게는 치료를 못 받는 곳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