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침에 창으로 햇살이 비칠 때부터 이미 날이 더워진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내가 싫어하는 여름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싫어도 안 살 수는 없는 법.

어제 아내랑 맥주 한 잔 할 때부터 점심에 냉면 먹으러 갈 생각을 했었다. 두 딸을 외가에 맡길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이미 애들 작은 이모가 조카를 맡기고 경조사에 갔단다. 우리 딸들까지 맡기기엔 요즘 외할머니 건강 상태가 별로 안 좋으시다. 이러저래해서 김이 팍 샜다 싶다가 그래도 날이 이렇게 더워 오는데, 그리고 한 번 냉면 먹자고 맘 먹었는데 이렇게 물러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집 근처에 어디 냉면집이 없나 찾아봤더니 멀지 않은 곳에 주차하기 좋은 곳이 있었다.

맛은 신촌보다 좀 떨어진다 싶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뭔가 하고 싶을 때 하고 넘어가야 나중에 한이 되지 않는다. 밥만 먹고 바로 집에 들어가기가 심심해서 온가족이 동네 한 바퀴. 몇 년을 이 동네에 살면서 집 뒤로 나 있는 골목으로는 거의 가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그쪽을 둘러보니 불과 골목 하나 차이밖에 안 나는데 이렇게 동네가 조용할 수가 있나. 나쁘게 말하면 적막강산이고, 좋게 말하면 살기 좋은(?) 동네랄까. 우리 딸들 큰 목소리가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

큰딸과는 주말마다 손잡고 집밖으로 나오는 편인데 이렇게 네 식구 모두 바람 쐬러 나가기는 쉽지 않다. 작은딸이 언제 어떻게 엄마 아빠를 당황하게 만들지 모를 일이므로 애들 엄마는 어지간하면 외출을 자제하는 편. 물론 어느 정도는 그냥 집에서 쉬고 싶은 까닭이다. 아무튼 이렇게 모두 출동하니 좋다. 다음 주에도 날씨 좋으면 놀러 나올까...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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