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에어컨 없이 여름 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헛된 것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준 하루. 그다지 습도가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는 기온은 어쩔 수 없다. 선풍기 바람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날씨. 물론 바람 세기를 좀 올리면 잠깐은 견딜 수 있겠지만, 그것도 말 그대로 잠시일 뿐 아니라, 조금 오래 바람을 쐰다 싶으면 바로 목이 쩍쩍 갈라지고 머리가 띵해진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온가족이 다들 더위에 지쳐서 뭘 하고 싶은 것도 마땅히 없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낮잠을 잤다. 원래 큰딸은 아무리 자라고 해도 절대 낮잠을 안 자는데 오늘은 누가 자라고 종용한 적 없는데도 슬며시 엄마 옆에 눕더니 몇 시간을 내리 잤다. 그렇게 네 식구 모두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오후 3시가 훌쩍 넘어가 있었다. 점심 먹기도 애매한 시각. 그래서 오늘은 그냥 저녁을 좀 일찍 먹었다. 세 끼 다 해먹는 것도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그래도 저녁 먹고 집을 나서니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 다행이다. 눈이 아파서 해가 다 넘어가는 마당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다녀야 된다는 게 좀 우습기도 하고 화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에어컨 없이 여름 나는 건 좀 미련한 짓인 듯. 다음주 중으로 에어컨 달아야겠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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