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에 영등포역 근처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포주들에게 둘러싸여 본 적이 몇 번 있다. 말로만 듣던 일이 나에게도 벌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해가 져서 컴컴한 골목마다 아줌마들이 서 있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행인과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웃는 건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는 얼굴로 옆에 바짝 달라붙어 사람을 잡아끈다. 당시 아내가 조치원에 있는 학교에 편입해 다니고 있던 터라 주말에 서울로 올라올 때엔 거의 대부분 영등포역까지 마중을 나갔었다. 역에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아내의 도착 시간 즈음에 근처 골목에 주차시키고 아내가 도착했다는 전화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열에 아홉은 이런 상황을 맞는다.

2009년 청주 어느 대학 앞의 풍경도 이와 같다. 물론 대학가인 만큼 성매매를 하는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영등포와 똑같은 인상과 똑같은 옷차림의 아줌마들이 골목마다 서서 지나가는 학생들을 잡는다. 아주 좋은 하숙방이나 자취방이 있다고 말이다. 신학기를 맞이하여 이른바 신입생 사냥에 나선 것이다.

당연히 할 만 하니까 하는 것을 굳이 지난날의 부정적인 기억과 연결시켜가며 말하고자 하는가. 자취방 주인이 자취생을 구하는 게 뭐 잘못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럴 리는 없다. 하지만 이들의 하는 짓은 영등포역 아줌마들은 저리 가라 싶을 정도로 나쁘다.

80~90년대 서울 신촌과 불광동에서 하숙과 자취를 했던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청주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우선 하숙비나 자취방세를 1년 단위로 받는다. 아니 무슨 놈의 방세를 1년 선불로 받는단 말인가. 방세를 못 받을까봐 미리 받는다는데, 그런 걸 방지하고자 보증금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그럼 선불로 받으니까 보증금이 없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보증금은 그것대로 받고 월세는 선불이다. 중간에 살기 싫어서 나가려고 하면 속절없이 떼인다. 하숙집도 마찬가지다. 중간에 주인 아줌마와 사이가 나빠져서 나가려고 해도 돈은 돌려주지 않는단다. 그게 억울하면 하숙생이 대타를 세워 두고 나가야 된단다. 아니 이런 불공정한 계약이 어딨단 말인가.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 문제이지만, 그것 말고도 이들의 나쁜 짓은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방세가 싸다 싶어 들어왔더니 가스 보일러가 아니라 기름 보일러인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건 미리 꼼꼼하게 챙기지 않은 학생들의 잘못도 있지만, 겪어보지 않고선 세상 물정 모르는 학생들이 그런 사정에 밝을 리가 없다. 그리하여 이런 사항에 대해 왜 미리 얘기 안 해 주었냐고 항의하면, 싼 만큼 결함이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오히려 큰 소리 치기가 일쑤다. 겨울에 공용 세탁기가 얼어 빨래를 못하면 날 풀릴 때까지 참으라고 한다나 어쨌다나... 전기 많이 쓴다고 학생들을 구박하는 건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들이 곱게 보일 리가 없는 것이다. 싸고 분위기 좋고 서비스 좋다는 술집 삐끼 말에 속아 바가지 쓰는 사람들처럼, 이들의 손에 끌려 가서 별 생각 없이 계약했다가 나중에 낭패 보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제껏 살면서 청주에서 지낸 것도 몇 년 되지 않지만 이런 것들 때문에 청주 사람들에게 정나미가 딱 떨어졌다. 정말로 없던 지역 감정까지 생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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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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