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본 만화가 있다. 그런데 작가와 제목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고우영의 수호지 정도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그도 알 수 없다. 그렇잖아도 어제 갑자기 생각난 김에 여기저기 찾아보았으나 결국 못 찾고 포기했다. 수호지가 아닐 수도 있고, 고우영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정도를 가지고 기억력을 탓하며 우울해질 필요는 없다. 살면서 이런 사소한 거 잊어먹는 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아무튼 그 만화에 보면 전체 스토리 전개와는 거의 무관한 에피소드 하나가 나오는데 어느 효자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마을에 효자가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께 맛있는 음식을 해 드리기 위해서 손수 음식 재료를 구해서 손질하던 중에 그만 칼로 자신의 손을 베고 말았다. 처음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붕대를 감아 놓았는데, 이게 나중에 문제가 커져 버렸다. 그만 상처가 덧나버려 손가락을 자르게 되고, 잘린 손가락 마디가 또 곪아서 손목을, 손목도 상처가 커져서 팔목, 결국엔 팔 하나를 다 잘라버렸는지, 아니면 아예 죽었는지 둘 중의 하나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자 이때,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이 아들은 과연 효자일까 아닐까. 가만 있었으면 중간이라도 갈텐데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가지고 자기 몸을 망쳐서 어머니를 가슴 아프게 하냔 말이다. 의도는 어떨지 모르나 무슨 일이라도 벌이기만 하면 제 뜻과는 상관없이 나쁜 결과가 나오는 게 어디 한 두 번인가.

그런데 이 이야기를 지금 떠올리는 이유가 뭐냐. 아들이 사고치지 않는 게 어디냐라고 부모님이 알아 주실까. 내 마음이 그러하다는 걸 부모님께 굳이 말씀 드리지 않아도 이미 알고 계신 걸까. 어제 갑자기 이런 시시한 옛날 이야기가 생각난 걸 보아하니 돌아가는 분위기를 대충 알 것 같기도 하다.

치사하다, 이 나쁜 놈아...

Posted via email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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