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에서 어느 모임에 나갔는데 거기서 한 사람을 소개받게 되었다. 지금은 그사람의 이름도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나보다 약간 젊은 남자였다는 것만 기억날 뿐. 어쨌거나 그남자와 나, 그리고 두어 명 정도가 더 한 테이블에서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학교와 전공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그남자가 자기는 '국민대학교 국민학과'를 나왔단다.

"국민학과요?"
"예."
"거긴 뭐하는 뎁니까?"
"뭐하긴요. 국민학에 대해 배우는 곳이죠."
"국민학이 구체적으로 뭐하는 학문인데요?"
"글쎄요... 뭐라 한 마디로 대답하긴 그렇네요."

말하는 남자의 얼굴이 빙글빙글 웃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대화가 썩 내키는 눈치도 아니다.

"허허, 국민학이라... 설마 좋은 국민이 되자는 그런 겁니까."
"말하자면 그런 거죠."
"그래, 거기 나오니까 좋은 국민이 된 것 같습니까."
"전공 대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래도 수업 시간에 좋은 국민이 되는 법은 갈쳐 줄 거 아닙니까."
"배운 거 다 까먹었지요."
"까먹었다손 치더라도, 가르쳐 주긴 한다 이 말이죠?"
"그런 셈이죠."

이제 남자는 이 불편한 대화를 어서 끝내고 싶은지 양미간에 주름이 가기 시작했다. 자기 전공에 뭐 하나 보태준 것도 없는 놈들이 자꾸 이렇다저렇다 하는 꼴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듣는 나로서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는데, 대체 좋은 국민이 되도록 가르친다는 게 뭔지, 그런 걸 꼭 배워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걸 배운다는 것 자체가 '나는 말 잘 듣는 순한 백성이 되겠소'라고 선언하는 거랑 뭐가 다른가 싶어서 내 앞에 앉아있는 초면의 남자에게 불편한 감정이 불쑥 솟아올랐다. 그리고 남자를 소개시켜준 그 옆에 있던 지인에게도 뭐 이런 놈을 다 소개시켜준단 말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런 놈과 알고 지낸다는 게 여간 한심해 보이지 않는 거다.

대화가 흐지부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아서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 모두가 어색한 침묵의 바다에 빠질 즈음 부스스 잠이 깼다. 아침에 다시 꿈을 돌이켜 보니 우습다. 국민학과라니, 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글쎄, 어디서 들은 바는 없으니 필시 이 꿈의 주인인 내가 만들어낸 것일텐데. 그렇다면 혹시 난 좋은 국민이 못 되어서 슬픈 동물이었다는 건가.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 오히려 그 반대로, 좋은 국민--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이 되고 싶은 놈들 꼴보기 싫은 마음이 이런 꿈으로 나타난 거겠지.

아무튼 요런 꿈, 재밌어서 좋다. 당시에는 어색했지만 깨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남는 게 있어서 좋잖은가. 국민학이라... 나 원 참...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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