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좀 이상한 데가 있다. 아니 내가 지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의 꿈에 공통적인 현상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좀 이상하다. 내 꿈의 특징은 꿈에 주위 사람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꿈에는 나 혼자 나오거나 아니면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등장인물이 죄다 일면식도 없는 익명들로 배치되는 건 아니다. 여기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란, 나는 그 사람을 알지만 상대방은 나를 모르는, 예를 들면 '이경실 아줌마'[각주:1]와 같은 연예인이나 정치인과 같은, 이른바 유명인이라는 인간들도 다수 포함된다. 그렇지만 365일 이들만 등장할 순 없다. 사실 내 꿈엔 나 이외의 사람이 등장할 때보다는 아닐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아주아주 가끔, 즉 일년에 서너 번 정도 내 주위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런 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익명들이 나오는 꿈은 보통 휘발성이 강해서 꿈 속에서는 나름 흥미진진하거나 진지한 스토리가 전개되었다손 치더라도, 일어나서 물 한 잔 먹는 와중에 그 내용이 깡그리 날아가 버린다. 말 그대로 물이 목구멍을 타고 꿀꺽꿀꺽 소리를 내면서 넘어가는 순간 꿈 내용을 잊어버린다. 가끔은 어쩜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망각의 힘은 경이롭다. 그러나 지인들이 배역으로 등장한 꿈은 좀 다르다. 워낙 드물게 등장하는 인물들인지라 꿈 내용도 평소와는 그 무게감에서 차이가 나서, 이런 날은 보통 하루 이틀 정도는 꿈의 내용이 머리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때 꿈 내용을 메모해 두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등장인물들에게 연락해서 '어쩐 일로 네가 꿈에 나왔다. 무슨 일 있냐.' 라고 꼭 물어본다.

    동기 중에 결혼해서 부산에 정착한 Y는 실제로 1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다. 그러한 Y가 일전에 내 꿈에 나오지 않았다면 전화 한 통이라도 했을까 싶다. 아무튼 이런 것은 꿈의 순기능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날도 없으면 어떻게 다 연락하고 살까.

  1. 그저께 진짜로 이 아줌마가 생뚱맞게도 내 꿈에 나왔다. 본인이 들으면 기분나쁠 수 있겠지만, 악역이었다.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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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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