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남자의 자격'을 보다가 소고기가 먹고 싶어져서 오랜만에 동네 고깃집을 찾았다. 그런데 가격을 보니 정말로 무섭다. 부위에 관계 없이 최소한 7만원은 줘야 네식구 한끼 먹을 수 있단다. 그것도 순전히 고기만. 상차림 비용은 따로 받고, 거기다가 밥 추가하고 그러면 10만원 정도 생각해야 할 듯. 가격을 보는 순간 싸늘해진다. 그래서 소고기 먹으러 갔다가 돼지갈비 먹고 왔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한끼 식사에 10만원을 쓰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싶다. 이참에 우리도 이효리처럼 채식주의 선언을 할까. 하긴 요새 채소도 비싸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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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6.24 고깃값에 놀라다
- 2012.06.21 夏至, 구로공단, 그리고 야근?
- 2012.06.20 오랜만에 종로에 나간 김에 책 하나 업어오다.
- 2012.06.18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
- 2012.06.17 눈이 아프도록 맑은 날씨. 햇볕 아래 나가는 순간 숨이 턱 막힌다.
- 2012.06.17 정인이의 토마토, 열매를 맺다
- 2012.06.10 탑밴드를 보다가…
- 2012.06.08 Eco 모임
- 2012.06.07 [도서]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
- 2012.06.06 날씨 참 좋네. 감히 외출할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좋네. 심지어 여긴 바람도 안 부네. 이럴 땐 역시 날씨의 의도를 살려 집에 콕 틀어박혀 있어야 되는 거 맞지?
동생 만나러 종로에 나갔다가 영풍문고에 들러서 고른 『책의 미래』.
우선 책 제목이 너무나 선정적인데다가, 단턴 아저씨의 글이라면 기본은 할 거라 믿고, 책값도 적당하다 싶어서 골랐다. 『이토록 아찔한 경성』도 고려 대상이었으나, 스윽 훑어본 바로는 대상 독자층을 어떻게 잡았는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가에 다시 꽂아두고 왔다.
살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영풍문고에서 교보문고 책을 샀구나. 그런데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에 무슨 놈의 번역자가 세 명이나 붙었을까. 이래서는 책 팔아서 남는 것도 없겠네. 또 하나 눈에 거슬리는 것은 표지에 붙어있는 '이달의 읽을 만한 책' 스티커. 이런 건 왜 붙여 놓는 건지… 구매자에게 물어보고 붙여야 되는 거 아냐?
뭐 한 것도 없이 일요일이 지나간다. 큰딸은 그나마 친구 생일잔치에 다녀왔지만, 작은딸은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게 미안해서 저녁 시간에 언니랑 집앞 놀이터에 나왔다. 하지가 며칠 남지 않아서 역시 해가 길다. 좀 더 느즈막이 나왔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보는 형들. 또치도 본지 오래 됐다. 음식도 맛있고 술도 맛있었고, 다만 그 자리의 유일한 비흡연자로서는 목이 따끔거리는 문제가…
"이 모든 씨앗들은 이미 뿌려져 있었다.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그저 그 수확을 재촉한 것뿐이었다. … 어차피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 그러고 나서 몇 년 뒤 콘스탄티노플은 또다시 투르크족의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p.285)
하지만 어차피 그랬을 거라고 해도, "그때 할릴 파샤가 좀 더 강하게 술탄을 설득했더라면, 베네치아 함대의 발진이 2주만 빨랐더라면, 절체절명의 순간에 주스티니아니가 성벽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케르코프로타 비상문이 빼꼼이 열리지만 았더라면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고 상상하는 것은 역사를 읽는 사람의 권리가 아니겠는가. 역사의 필연성이란 원래부터 멋지고 거짓말같고 안타까운 그 모든 우연들이 얽히면서 만들어낸 조합을 후세 사람들이 가리키는 말 아니던가.
터키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