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8.04.03 못살겠다. 인터넷 깔자. (5)
  2. 2008.03.19 깨어나는 잠의 본능 (2)
  3. 2008.03.11 오랜 친구 같은 노래
  4. 2008.03.03 전세방을 구하다 (3)

    3월 한 달 동안 역시 중용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 자취하면서 통신비도 아끼고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줄인답시고 인터넷을 안 깔았더니 세상에 이렇게 불편할 수가... 그간 느끼지 못했지만 인터넷은 어느덧 현대인에게 혈액과 마찬가지가 된 것 같다. 워드프로세서만 쓰면 되는데 오프라인이면 어떠랴 생각했지만 이내 그것이 잘못 되었음이 밝혀졌다. 특히나 괴로운 것이 사전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인데, 영어사전뿐만 아니라 백과사전, 한자사전, 국어사전, 게다가 도서 검색까지, 이런 거 없이는 대체 과제물 하나 제대로 만들 수가 없다. 과제하러 들어갔다가 이 사이트 저 사이트 서핑으로 시간 낭비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건 뭐 산속 암자에서 수도하는 것도 아니고...
    방학에는 요금을 안 내는 방법도 있다니 인터넷 깔아야겠다. 도무지 갑갑해서 못 살겠다. 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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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맑은아침 2008.04.03 2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변의 무선 AP를 몰래 쓰면 안될까나요?....ㅎ
    학생신분에 인터넷 요금 부담될꺼 같아서,,,,^^;;

  2. BlogIcon 맑은아침 2008.04.03 2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선AP는 또 초기투자비용이.....허허허....^^;;

  3. BlogIcon OJJ 2008.04.04 14: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 자취를? 가출하셨어요? ㅎㅎ

    애초에 처자식 두고 다시 자취를 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서울 청주간 이동거리가 너무 아까워서였다. 차라리 기차로 이동하면 그 시간에 책이라도 볼 수 있지만 버스로 갈 땐 5분 이상 책을 볼 수가 없다.[각주:1] 그 외에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통학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잠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에 청주에 방을 얻어 자취를 시작한 건 좋았는데...

    취지와는 달리 좀 엉뚱한 곳에서 자취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제껏 봉인되어 있던 잠의 본능이 서서이 깨어나는 것이다. 이동 시간을 온전히 공부하는 시간으로 돌려도 모자랄 판에 그 시간을 잠이 치고 들어오다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지금 자취방엔 덜렁 이불 하나 놓여있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TV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된다. TV는 조만간 연결할 생각이지만, 며칠 간의 고민 끝에 인터넷은 연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방학 때엔 사용하지도 않을텐데 이용요금을 낸다는 것은 내 세계관으로서는 용서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아무튼 그래서 현재로선 자취방에 기어들어가는 순간 외부와는 완전 단절이다. 그러다 보니 방은 언제나 적막강산이다. 그렇다면 집에서 학생의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이라는 게 어디 그런가.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라더니 지금의 내가 딱 그렇다. 책상은 커녕 밥상도 없으니 책을 보려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보거나 아니면 엎드려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자세로 책을 보다가 문득 정신 차리면 불은 훤하게 켜 놓은 채 잠들어 있던 나를 발견하게 된다. 시계를 보면 거의 언제나 새벽 두 시다. 이때쯤 깨는 것은 보일러를 켜 놓고 자지 않으면 딱 이 시간에 방이 추워지기 때문이다. 새벽 두시에 뭘 하겠나. 불 끄고 다시 자야지 뭐...

    덕분에 아침엔 상쾌하게 일어난다. 하루 9시간 이상 자는데 당연하지 않겠나. 그런데 그것 말고는 남는 게 없다. 이래선 안 된다. 오늘부턴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버티다 돌아와야겠다.

  1. 가끔씩 옆자리에서 이동하는 내내 책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지만, 나로선 옆에서 그저 쳐다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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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chel 2008.03.20 1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이야기에 아련하게 느껴지는 결의와 포스(?)가 보인다...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사람이 우울해지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다시 자취생활을 시작한 첫날, 나쁜 일은 함께 들이닥친다는 평범한 진리는 한 번도 빗나가는 적이 없다. 본격적인 이사는 다음 주말에 하기로 하고 우선 이번 주에 갈아입을 옷가지와 노트북, 그리고 수업에 필요한 교재만 챙겼는데도 집을 나서는데 벌써 어깨가 빠질 것 같다. 오늘 하루 쉽지 않겠구나 하는 예감과 함께 시작한 월요일. 자취방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원룸을 빌리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이 넓은 곳을 어떻게 다 치운단 말인가. 방이 2개, 작지만 치우려면 넓어 보이는 거실, 보일러실, 베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숨 나오는 것은 이 세상 곰팡이란 곰팡이는 다 모아놓은 것 같은 욕실이다. 이 많은 곰팡이를 왜 계약하기 전에는 못 본 걸까.

    어차피 본 짐은 도착하지도 않았고, 나 혼자 이 많은 걸 하루에 다 치운다는 것도 불가능하기에 오늘은 잠자는 방 하나만 걸레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오후 네 시에 수업이 끝나면 잠들기 전까진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 이 시간을 보고 자취 생활을 다시 한 것 아닌가. 그래 시간은 많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쉬엄쉬엄 천천히 하나씩 하자...

    그렇지만 처음 생각과 달리 일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당장 오늘 덮을 이불이 필요했다. 이런 건 당연히 근처에서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리고 근처에 이불 가게가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건만 어찌 된 일인지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 말고도 오늘 살 게 많은데 도대체 어디 숨은 걸까. 이리저리 찾다가 결국 집에서 한참 떨어진 옆 동네의 시장까지 와서야 이불 가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쇼핑한 다른 물건 때문에 지칠대로 지쳐 있었기에, 이불값을 흥정하고 싶은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 주인도 내 상태를 눈치챘는지 값을 깎으려는 나의 시도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제 컨디션이라면 절대 용서하지 못할 가격으로 이불을 양 손에 사들고 돌아오는 길이 왜 이리 먼지...

    집으로 돌아왔더니 몇 가지 재앙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3월 초, 아직 추운데 이놈의 보일러가 작동을 안 한다. 이게 뭐냐. 그렇다. 나는 보일러도 한 번 돌려보지 않고 덜컥 2년 짜리 전세 계약을 한 것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음을 깨달았지만 이번엔 뭔가 조치를 할 시간이 없었다. 학교 과제가 갑자기 떨어진 것이다. 팀 활동이라 내가 늦게 하면 할수록 팀원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일단 보일러는 그대로 두고 학교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도서관에 자리 잡고 부랴부랴 과제를 해서 넘기고 한숨 돌렸다 싶은 순간, 이번엔 또다른 과제가 떨어진다. 게다가 이번엔 좀 전의 것보다 더 급하고 더 힘든 과제다. 시계는 저녁 7시. 난 아직 저녁밥도 먹지 않았단 말이다. 그래도 조금만 더 힘내자. 내 처지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건 아니잖아. 그리하여 어찌어찌 두 번째 과제도 마무리하여 넘기고 8시 30분에 학교를 나섰다. 늦은 저녁을 먹고 서울 집에 전화를 했더니 엄마한테 혼났는지 딸 목소리도 힘이 없다.

    다시 집에 도착하니 잠깐 미루어 두었던 보일러 문제가 다시 나를 괴롭힌다. 희망도 없이 몇 번의 의미 없는 재시도. 이젠 정말로 조치를 취하기엔 너무 늦었다. 밤 9시가 넘어서 사람을 부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면 가능한 것부터 하자. 우선 욕실의 곰팡이와 힘닿는 대로 싸워주고, 그 다음엔 당장 오늘 잘 방을 치우기. 원래는 큰 방에서 자려고 했으나 짐이 없으니 휑한 것은 그렇다 쳐도 목소리가 울리는 것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하여 작은 방을 걸레로 훔쳤다.

    아까부터 아내는 오늘 내 일진을 염려하여 격려와 위로 전화를 계속 해댔다. 그러나 난 괜찮다. 이 정도에 무너질 내가 아니다. 보일러 문제야 내일 해가 뜨면 해결할 수 있고, 오늘 냉방에서 자는 것은 옷 껴입고 이불 말고 자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내일 아침 찬물에 머리 감는 큰 시련이 남아있지만 그 정도는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에게 불가능한 일이 절대 아니다. 오늘 이불 사건으로 좀 피곤하긴 하지만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는 거 아니냐.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이불도 깔았으니 자리에 누우려고 찬물에 세수를 하는데, 아 글쎄 집에서 가져온 비누가 영 안 도와주지 뭔가. 비누를 감싸고 있는 비닐 포장지가 아무리 애를 써도 벗겨지지 않는다. 뭐 이런 거지같은 경우가 다 있단 말인가. 나 오늘 그래도 꽤 힘들게 살았다. 그런데 이놈의 비닐 나부랭이가... 갑자기 우울해진다. 갑자기 이 세상에 완벽히 버려졌다는 느낌. 이런 하찮은 비닐까지 나를 우습게 보나... 그러고 보니 아닌게 아니라 게임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되고, TV도 없고, 난 완벽히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었다. 노트북을 켜 보니 어제 백업해 둔 게임이나 음악 파일도 웹하드에 저장해 놓고 이쪽으로 옮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새삼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아직 11시밖에 안 되었는데 무얼 할 수 있단 말이냐... 하드 디스크를 통째로 긁어보아도 할 만한 게 안 보인다. 그때 찾아낸 것이 2개의 음악 파일. 하나는 'Porco e Bella',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양희은 아줌마의 '내 어린 날의 학교'이다. 영화 '선생 김봉두'의 삽입곡이기도 한 이 노래는 나처럼 시골 분교에 다녀본 사람만이 그 속에 흐르는 정서를 완전히 공감할 수 있다.

미루나무 따라 큰 길 따라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따라
시냇물을 따라 한참을 가면
어려서 내가 다니던 우리 학교
......

    난 완전히 버려진 것은 아니다. 이렇게 나를 위로해 주는, 오랜 친구 같은 노래가 두 곡이나 있지 않은가. 방은 조금 춥지만 그래도 마음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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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동안 이 이상 더 쉴 수 없을 정도로 푹 쉬었는데도 역시 개강은 우울하다.

    하루 7시간 차를 타고 길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워 다시 자취 생활을 하려고 한다. 오늘 개강하자 마자 수업 끝나고 학교 근처 부동산에 들렀다. 학기 초이기도 하거니와 요즘 추세가 있던 전제도 월세로 돌리는 마당이라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다. 정말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도 없고, 겨울방학 중에 하루 청주에 내려와서 허탕만 치고 갔던 아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앞뒤 재어 보지도 않고 대충 계약하자고 했다. 이만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

    주위에서 부동산 복비 아까운데 왜 굳이 그쪽으로 알아보냐고 하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차라리 돈을 좀 더 주고 안전하게 하는 게 낫지, 학생들 전셋돈 들고 도망가는 집주인 얘기를 몇 번 듣고 나니 전봇대에 붙여놓은 전세 광고는 눈이 안 간다.

    아무튼 일사천리로 계약하고 돌아오는 일요일에 잔금 치르고 다음주 중으로 이사가려고 하니, 멀쩡하게 아내랑 딸을 두고 객지에서 홀아비 신세로 2년을 살아야 된다는 사실이 새삼 슬프다. 내가 하숙을 두려워 하랴, 자취를 두려워 하랴. 다만 이 나이에 가족을 두고 이 무슨 팔자에 없는... 아니지, 없는 건 아니고 팔자가 원래 조금 사나운가 보다.

    집에 들어서자 딸이 울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만 아프단다. 갑자기 열이 난다는데, 오늘따라 맘이 더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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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MICHEL] 2008.03.04 15: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생이 심하겠구나... 모쪼록 건강에 유념하렴...

  2. 태명 2008.03.08 14: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자취 한번 해봤으면 생각하던 철없던 때가 있었지. 주말부부를 하면 금술이 더 좋아질 수도 있다나 어쨌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