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이 이상 더 쉴 수 없을 정도로 푹 쉬었는데도 역시 개강은 우울하다.

    하루 7시간 차를 타고 길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워 다시 자취 생활을 하려고 한다. 오늘 개강하자 마자 수업 끝나고 학교 근처 부동산에 들렀다. 학기 초이기도 하거니와 요즘 추세가 있던 전제도 월세로 돌리는 마당이라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다. 정말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도 없고, 겨울방학 중에 하루 청주에 내려와서 허탕만 치고 갔던 아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앞뒤 재어 보지도 않고 대충 계약하자고 했다. 이만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

    주위에서 부동산 복비 아까운데 왜 굳이 그쪽으로 알아보냐고 하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차라리 돈을 좀 더 주고 안전하게 하는 게 낫지, 학생들 전셋돈 들고 도망가는 집주인 얘기를 몇 번 듣고 나니 전봇대에 붙여놓은 전세 광고는 눈이 안 간다.

    아무튼 일사천리로 계약하고 돌아오는 일요일에 잔금 치르고 다음주 중으로 이사가려고 하니, 멀쩡하게 아내랑 딸을 두고 객지에서 홀아비 신세로 2년을 살아야 된다는 사실이 새삼 슬프다. 내가 하숙을 두려워 하랴, 자취를 두려워 하랴. 다만 이 나이에 가족을 두고 이 무슨 팔자에 없는... 아니지, 없는 건 아니고 팔자가 원래 조금 사나운가 보다.

    집에 들어서자 딸이 울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만 아프단다. 갑자기 열이 난다는데, 오늘따라 맘이 더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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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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