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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부품이 망가지는 나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이 현실이 될 때 의연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일단 헬리코박터 균부터 치료한 다음에 위 내벽에 생긴 상처를 치료한단다. 일주일치 살균약을 받아왔다. 이 약의 부작용은 배가 아프다는 것. 화장실에 뛰어가야 할 일이 생긴단다. 여러모로 반갑지 않은 일들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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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cyrus911 2011.10.11 17: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걱정만 하시진 마세요.

    그리고 시간내서 큰 병원에도 가보세요.

오늘 아침에 두 가지 일로 외출 계획을 잡았다. 하나는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탁기 먼지망을 사러 가는 것이다. 한 장소에서 두 가지 일을 모두 처리하면 좋겠으나 병원에서 세탁기 소모품을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한 번의 외출로 두 장소를 매끄럽게 연결하여 마치 한붓그리기를 하듯이 동선을 만들어야 했다.

먼저 집을 나서서 옆 동네의 병원까지 걸어가서 주사를 맞고, 병원 앞에 정차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 앞에서 내려서 세탁기 소모품을 사고, 거기까지 나간 김에 점심으로 맛있는 것을 사먹고, 다시 마을버스나 지선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오늘의 코스를 위해 지난밤에 포털의 지도까지 펴놓고 동선을 짰다.

그런데 오늘 막상 외출을 해보니 첫단추부터 어긋났다. 아침 시간에 어영부영해서 출발시각이 늦어진 것은 포함시키지 말자. 거기까지 얘길 하면 괴롭다. 아무튼 언덕길을 힘들게 올라서 병원에 도착했더니 점심시간이란다. 뭐라고? 요새 촌스럽게 12시에 점심먹는 병원이 대체 어딨나. 다른 병원 모두 1~2시에 먹는 점심을 여긴 뭐 잘났다고 한 시간 앞당겨 먹는단 말인가. 시립병원이라 다른가? 현재 시각은 12시 5분. 오후 예방접종은 1시부터 접수를 받는단다. 그 얘긴 1시에 접수를 해도 언제 맞을지는 모른단 얘기. 병원 로비에서 1시까지 기다리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작전을 조금 바꿨다. 병원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세탁기 먼지망부터 먼저 사러 가기로 말이다. 물론 돌아오는 길이 좀 번거로워진다. 집으로 바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 그렇지만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을 허비할 순 없다.

병원을 나와 마을버스를 타는 곳까지 내려왔다. 마을버스가 다닌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실제로 이용해본 것은 물론이거니와 본 기억도 없다. 사실은 그동안 지나다니는 걸 설마 한 번도 안 봤으랴만 그런 건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당연히 모르는 것. 어쨌거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 글쎄 이놈의 버스가 올 생각을 않는다. 대체 뭐냐. 왜 안 오는 거야?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 퍼붓고 나서야, 벽도 아니고 떡볶이 포장마차의 포장에 붙어있는 배차시간표가 눈에 띈다. 이럴수가. 이 마을버스의 배차간격은 45분이다. 세상에 이런 버스도 있구나. 12시 7분에 이미 한 대 지나갔고, 내가 이곳에 도착한 시각은 12시 8분, 지금 시각은 20분이니 앞으로 30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 병원으로 올라갈까, 아니면 더 기다릴까, 그것도 아니면 큰 길까지 내려가서 다른 버스를 타고 갈까. 잠시 고민 끝에 마지막 안을 선택했다. 지금 다시 병원으로 올라가 봐야 1시까지 기다렸다 접수하는 것 외에는 할 게 없는데, 그렇다고 바로 주사를 맞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잖은가. 여기서 계속 기다리는 것도 체질에 맞지 않는다. 앉을 곳도 없는데 여기서 30분을 기다릴 순 없다. 그리하여 터벅터벅 큰길로 걸어나왔다.

집 근처 버스 정류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그쪽으로 가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쪽 보다는 반대쪽 정류장이 더 가깝지 않을까?" 내가 미쳤지. 왜 그런 생각을 해 가지고... 아무튼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방향을 반대로 돌렸는데 한참을 가도 정류장 표지판이 나오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 사이가 원래 이렇게 멀었나... 오늘따라 날은 왜 이렇게 더운지, 얇은 옷을 입고 나갔는데도 머리에서 땀이 비오듯 흐른다. 점퍼를 벗어도 소용없다. 제기랄...

결국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표지판이 뭔가 이상하다. 집근처 정류장엔 여러 버스가 서는데 여긴 달랑 한 번호만 선단다. 왜 그럴까. 알아봤더니 여긴 삼거리라서 우회전 버스는 이쪽 정류장에 서고 나머지 버스는 좀 더 가서, 즉 길 건너에서 선단다. 아 정말 오늘 왜 이러니... 이 정류장에 서는 버스는 불광역으로 가지 않는다. 어쩌란 말이냐. 다시 병원쪽으로 올라가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라는 거냐. 다 때려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방주사고 뭐고 다 필요없다. 빌어먹을 세탁기, 확 갖다버리지 뭐. 덥고 지치고 배고프다. 집에 가서 라면이나 끓여먹어야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억울한(?) 사연을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점심 맛있는 거 먹고 사다 놓은 과자랑 포도 먹고 있으란다. 그래서 라면을 맛있게 끓여먹고 입가심으로 포도를 먹었는데, 이놈의 포도가 절망적이다. 포도에 대한 건 생략. 생각하기도 싫다.

내일 다시 나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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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의사 선생 말 안 하기로 유명하다. 오늘도 딸의 아픈 곳을 보여주었는데, 그저 보기만 할 뿐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아쉬운 놈이 우물 판다고, 묻지도 않았지만 내가 그간의 사정을 다 읊어야 했다. 아픈 건 3주 전부터였으며, 처음엔 단순한 기저귀 발진으로 알았는데, 아무래도 낫질 않아서 지난 주에 소아과에 갔더니 이런 약을 처방해 주더라. 그런데 낫질 않더라. 그래서 오늘 왔다... 이렇게까지 얘길 했는데 의사 선생의 대답은 "연고를 처방해 드릴게요" 라는 딱 한마디밖에 없다. 부모의 입장에서 딸이 아픈 원인은 뭔지, 이 증상의 이름은 뭔지, 약을 쓰면서 주의사항은 있는지 등등 궁금할 게 많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걸까.

"선생님, 단순한 기저귀 발진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 병이 대체 뭡니까."
"아 예. 피부병이예요."

뭐라고, 피부병? 아니, 이런 일반명사를 듣자고 그렇게 장황하게 내가 떠들었단 말인가. 이것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용어가 필요한 게 아닐까. 그럼 피부과에 피부병으로 왔지 두통으로 왔을까. 마치 내과에 가서 병이 뭐냐고 물었더니 '배가 아프다'라는 말을 해 주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런데 버럭 화를 내어도 시원찮을 마당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손님을 앞에 두고 이렇게 쿨한 선생이 있다니. 피부병. 피부병이란 말이지... 물론 이 선생의 성향(?)을 평소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도 한 몫 했다. 다른 의사 선생이 이렇게 말했다면 화가 머리 끝까지 났을텐데, 원래 이런 캐릭터라는 걸 아는지라 예사로운 대답은 안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는 간파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딸 아픈 게 나아야 된다. 그러면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다. 내일부터 지켜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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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낼 수 있는 에너지가 100이면 지금 쓰고 있는 건 130 정도. 그래서 억지로, 무리해서 엔진을 돌리기 때문에 열이 나는 거라고... 우선 치료약을 먹긴 하는데 살을 빼는 게 좋단다. 뭐 그쯤은 나도 알고 있다. 빼기 어려워서 문제지, 몰라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오늘밤 운동도 다녀오고, 야식도 안 먹고 자려고 맘 먹었다. 내일부터는 의사 선생 말대로 육식도 팍팍 줄일 참이다. 결론은, 좀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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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오늘 저녁에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 하는 얘기가 많이 먹으란다. 지금 몸이 전체적으로 면역체계가 떨어져서 엉망이라고 영양가 있는 거 많이 먹어야 된단다. 이런 얘기까지 듣고 더 굶을 수 있나. 집에 오는 길에 바로 돼지 목살 사다가 구워먹었다. = _=

오늘 병원에서 상처에 발라준 「알보칠」이라는 이름의 약, 크기는 작지만 존재감 하나는 확실한 놈이다. 입 속 상처에 바르면 그 부분을 마치 인두로 지지는 것 같다. 연휴동안 계속 바르라는데 도저히 내 손으로는 감행할 엄두가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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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부터 아픈 몸, 여전히 맘에 들지 않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내염은 더욱 악화되어 어제 저녁 밥상 앞에서는 숟가락질하다가 그야말로 울부짖고 말았다. 하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체증이 가시질 않는다는 것. 그래서 어제 오후 드디어 내과에 다녀왔다.

그동안 병원에 다녀오라는 아내의 말을 흘려듣고 있었던 것은, 거기 가 봐야 딱히 별 수 있겠나 하는 생각에서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렇게 가 보는 것은 그저 공인된 기관에서 확인 받는 것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동네 병원의 마음씨 좋게 생긴 의사 선생, 역시 내 예상에서 한 발짝도 비켜가지 않는다.

"이건 뭐 별 수 없어요. 한 이틀 굶으세요. 위장도 쉬어야죠. 계속 안 낫는 건 위장이 쉬질 못해서 그런 거예요."

그래도 사람이 안 먹고 살 순 없으니 일체의 다른 음식을 삼가고 미음이나 죽을 먹으란다. 그리고 약을 처방해 주겠단다.

그런데 병원비가 3,600원이 나왔다. 세상에 이렇게 비싸다니. 청진기 한 번 대고 굶으라고 얘기해 주는 게 이렇게 엄청난 일이었나. 그 건물 1층에 있는 약국에 갔더니 이럴수가, 약값은 그 보다 더 비싼 4,400이다. 두 군데 합쳐서 8,000원. 소화제를 손에 쥐고 오면서, 한마디로 길에서 강도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그냥 집에 있으면 될 것을 뭐하러 기어나와서 이런 봉변을 당하는지... 물론 건물 임대료도 내야 하고 간호사 월급도 줘야 하고 의사 선생 본인 가족도 먹여살려야겠지만, 그래도 굶으라는 말 한 마디가 이렇게 천금같은 귀한 말이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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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딸이 아프면 맘이 아픈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화가 났다. 내가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길래 이놈이 이렇게 내 인생을 가로막나 하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나의 부족함과 그에 따르는 조급함을 딸에게 덮어씌웠던 거였다. 그냥 인정하면 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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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야 뭐 최근에 주욱 병원과 약국 먹여살리고 있는 중이라 전혀 새롭지 않은 병원행인데, 문제는 아빠다. 지난주 금요일에 약국에서 애들 땀띠에 발라주려고 연고를 하나 샀는데 어제 애들 엄마가 잘못해서 많이 짜 버렸다.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아빠 팔꿈치 안쪽에 발랐는데 이게 탈이 났다. 연고를 바른 부분이 확 일어난 거다. 피부가 뻘겋게 부어 팔이 접혀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는데, 하늘이 무슨 천벌을 내리는지, 후끈후끈 열이 나고 가렵고 따가워서 머리 속이 온통 이놈의 피부 염증으로 가득가득 차서, 다른 건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가려워서 돌아가시겠지만 그렇다고 긁으면 그 부분이 더 올라올 게 뻔하고, 시원해지라고 반대편 손바닥으로 때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나중에는 아파서 이것도 못할 짓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오늘은 딸만 병원에 간 게 아니라, 아빠도 딸이 가는 이비인후과와 같은 건물에 있는 피부과에 갔다.

딸이 가는 이비인후과는 응암동에서 꽤 유명하다. 두 가지로 유명한데, 하나는 의사들이 친절하기로, 또 하나는 그와 정 반대로 간호사들은 불친절하기로 말이다. 이 동네 간호사들은 그 불친절의 수위가 병원 등급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거기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은평구 보건소의 공익근무요원에 필적할 정도이다. 손님을 맞이하는 데스크에 앉아, 한 손으로 전화를 받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환자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려서 지시하거나, 문진표 작성 요령도 안 가르쳐 주면서 볼펜 한 자루 띡 던져주는 모습은 영락없는 공익이다. 이런 일을 당하면 내가 왜 이따위 병원에 와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나 싶은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이 일대에선 그나마 이 병원이 제일 잘한다고 소문이 났을 뿐만 아니라, 딱히 달리 갈 곳도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왜냐고? 다른 곳에 가면 일단 병이 낫질 않는다는 건 거의 진리에 가깝다.

그런데 오늘 아빠가 간 피부과는 간호사는 그다지 빠지는 편이 아닌데 의사가 문제인 동네다. 이놈의 의사는 어떤 병으로 가든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얘기한다. 즉 환자에서 뭐 하나라도 친절하게 말해 주는 게 없다. 답답해서 환자가 물어보면 그제서야 한 두 마디 던져주듯이 얘기하는데, 그것도 선문답과 같아서 정확히 이해한 건지 나중에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오늘만 해도 그런데, 어제 바른 연고가 현 상황의 주범이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란다. 그럼 그 연고를 계속 발라도 되냐고 물었더니 또 그건 아니란다. 왜냐고 물었더니 어제 바른 연고가 단지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며, 그래서 자기가 새 연고를 처방해 주는 게 아니겠냐고 한다. 그럼 왜 어제 연고를 바른 부분이 이렇게 일어났냐고 물어보니 그건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라서 그렇단다. 이런 식이다. 게다가 그 외에는 별 말이 없길래 오늘 하루만 치료하고 약 받아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병원비 낼 때 간호사 말이 내일 또 오란다. 아니 내일만이 아니라 며칠 와야 된단다. 그러면서 약도 딱 하루치만 처방해 준다. 왜 이런 얘기를 의사가 아닌 간호가한테서 들어야 되지?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이 근방에 피부과가 한 군데만 더 있었어도... 이건 뭐 이비인후과보다 더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곳이라서, 의사가 베짱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비스를 개선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내일 아침 일어나서 아픈 곳이 가라앉지 않으면 내일 한 번 의사에게 따져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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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미소님 2011.03.12 1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응암동 주민이시군요. 저도 응암동에 살아서 저 병원들이 어딘지 알 것 같은데, 정말 의사들은 친절한데 간호사들이란.... 살면서 다시 못 볼 불친절한 간호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호사들에 대한 손님들의 클레임을 병원 의사들은 아는 지 모르는 지..

    저 병원은 하루나 이틀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제일 실력있는 의사에게는 치료를 못 받는 곳이죠..

일주일에 두 번은 기본,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세 번까지도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데,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정말로 딸의 병치레가 길어지니 가족 간의 사랑만으로는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엄마 아빠는 물론 힘들지만, 딸의 처지에서도 엄마 아빠에게 생긋 웃는 것도 잠시, 열 나고 콧물 나는데 어떤 아기가 칭얼대지 않겠나...

보통은 아침에 병원에 갔다가 어린이집으로 가는데, 오늘은 아침 시간대에 전화해서 예약하려 했더니 담당 의사 선생이 오전에 수술이 잡혔단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어린이집에 보냈다가 일찍 데리러 가서 병원에 갔다가 집에 오는 걸로 일정을 잡았다.

어린이집에서 딸을 업고 큰길까지 나와서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가서 병원에 도착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병원도 몇 군데 있긴 한데, 아무리 해도 안 낫는데다가 동네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 주위에는 잘하는 병원이 없다길래 버스를 타고 서부병원 앞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이곳도 명성과는 달리 몇 주째 출근하고 있으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가라앉았던 편도선이 다시 부어서 열이 나는 거라고 말하는 의사 선생한테, 감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수는 없나 보다. 그저 약을 다시 지어줄 뿐... 긴 터널 같은 이놈의 병치레, 언제나 끝이 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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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감기, ,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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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부터 목이 아파 오더니 일요일부터 본격적으로 몸살감기가 시작되었다. 목이 아픈 것은 물론이거니와 온 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고 다리에 힘이 주욱 빠졌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몸을 가누기 어려워 만사를 제쳐두고 쉬고 싶었으나, 그날이 작은 딸 첫돌 행사가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강행군을 했더니, 결국 일요일 오후에는 비명 소리가 날 정도로 온 몸이 아파왔다.

보통 때는 감기 정도는 집 앞의 이비인후과에 가곤 했는데, 그 때마다 약이 잘 듣지 않아 불만이었으나 딱히 대안이 없어 다신 안 간다고 다짐하면서도 문지방이 닳도록 그곳에 드나들었다. 그러나 이번 감기의 증상은 워낙 심각할 뿐만 아니라 요 며칠 전에 보아둔 병원이 있어 그곳으로 가려고 맘 먹었다. 작은 딸이 코감기에 걸렸을 때 버스로 몇 정류장 떨어진 곳까지 갔으나 예약을 안 하는 바람에 결국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섰던 그 병원이었다.

이곳이 얼마나 대단한 병원인지, 오전 9시에 병원 문을 열고 두 시간이 지나면 하루에 받을 환자의 예약이 모두 끝난다는 것이다.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전화로 예약을 받을 정도의 싸가지는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월요일 9시 정각에 진료를 예약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이놈의 인기가 보통이 아닌지 두 개의 전화번호를 돌아가면서 걸어 보아도 30분이 지나도록 계속 통화중이란다. 성질 급한 거 티 낸다고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를 무렵 간신히 통화가 되어 오전 11시에 약속을 잡았다. 11시 10분 전에 병원에 도착했으나 정각에 진료를 받지 못하고 15분 정도 하릴없이 대기실에 내팽개쳐져 있었던 것은 얘기하지 말자. 어쨌거나 이놈의 대단한 의사 선생을 만날 수 있었잖은가. 게다가 이런 걸로 간호사들에게 괜히 성질을 부리면 결국은 내 손해라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꾸욱 눌러서 참았다. 손님이 왕이라지만 병원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의사가 왕이다. 어떤 경우에도 환자가 왕인 경우는 없다. 환자는 그냥 약자일 뿐. 의사 이놈이 진료비는 많이 받아내면서 병은 안 고쳐줄지도 모른다는 불안 요소가 존재하는 한 환자가 큰소리 칠 여지는 없다.

병원에 오면 신기한 게 하나 있는데,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릴 때엔 진료실에 들어간 환자가 어쩜 이렇게 오래 진료하나 싶을 정도로 버티고 버티다가 나오는 반면, 정작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가면 5분이 다 뭔가, 3분이면 나가라고 한다. 이건 대체 뭐냐. 내가 그렇게 쉬운 사람인가. 의사가 나가라니 나가긴 하는데, 그러면서도 기분이 상쾌하진 않다.

각설하고, 진료실을 나오는데 의사 선생이 뒤통수에 대고 한 마디 던진다.

"약 먹고 푹 쉬세요. 일단 사흘치 약을 드릴테니 목요일에 봅시다."

목요일에 봅시다? 사흘치 약을 먹고 낫지 않는 큰 병이라는 얘긴가. 아니면 의사 선생이 목요일에 내 얼굴을 다시 보고 싶어서 약을 연하게 준다는 얘긴가. 난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이런 대단한 병원에 우여곡절 끝에 왔으면 다른 병원과는 뭔가 달라야 하는 거 아닌가.

암튼 의사 선생의 그 얘기 때문인가. 약을 받아와서 이틀째 먹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마치 7년 가뭄의 논바닥처럼 목소리가 쩍쩍 갈라진다. 정말로 우린 목요일에 다시 만나야 하는 운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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