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친구에게 실로 오래간만에 전화를 넣었다.
"아니 이게 대체 얼마만이야."
"응. 잘 지내지?"
"나야 잘 지내지.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다…"
"그냥 전화했어. 꼭 무슨 일이 있어야 하나 뭐."
"암튼 반갑네."
"응, 그러네."
인사는 이렇게 흘러갔지만 아무렴 설마 그냥 전화했으랴. 무슨 일이 있으니까 전화했지.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나란 놈은 힘든 일이 아니면 친구에게 전화도 안 하는구나. 내가 잘 지낼 땐 전혀 생각나지 않다가 이렇게 지치고 힘들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리울 때만 생각나는 게 친구인가. 이렇게 내가 아쉬울 때만 친구를 찾는다면, 친구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관세음보살, 애기보살, 최영장군, 임경업장군 등과 다를 게 무어란 말인가.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아쉬울 때 전화라도 한 통 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게 어딘가 하는 생각도 있다. 친구 좋다는 게 그런 거 아니겠나. 친구란 이럴 때 써먹으라고 하늘이 주신 선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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