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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기형도의 말마따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떨어진 영수증도 종이는 종이다. 오늘 버릴 책들을 정리하다가 찾아낸 1992년도 6월자 PC통신 요금 납부 영수증. 나에게 터보-C 책은 타임캡슐이었구나. 내 기억이 맞다면 이때가 아마도 코텔에서 하이텔로 서비스 이름이 바뀔 때가 아닌가 싶은데… 아무렴 어떠랴. 하이텔, 나우누리 모두 사라지고 이제 이 영수증만 남아서 그때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찍힌 도장도 지금은 없어진 한일은행 연세지점이네. 납입기한을 열흘이나 넘겨서 납부한 걸로 보아 며칠 동안 접속을 못했을 듯.

누군가는 촌스럽게 ID를 모두 대문자로 썼다고 놀렸지만, 이것은 BASIC 프로그래밍의 전통이라고 감히 우기고 싶다. 요샌 그때처럼 겁도 없이 전화비 아까운 줄도 모르고 밤새도록 채팅할 사람들도 없거니와, 그런 공간이 생긴다 해도 열정과 체력도 남아 있지 않다.

이 영수증, 책과 함께 버릴까…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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